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한 한가위에 읽을 만한 책 3선을 소개한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에서 추천한 이 책들은 가족, 경제, 옛 이야기 등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깊이를 전해준다.
내 어머니의 연대기
일본의 국민작가인 이노우에 야스시의 자전적 소설인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나'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혼란스러운 기억이나 혼재된 감정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치매 노인 간병의 현실적 어려움이나 모성의 위대함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이 아니었을 듯하다. 오히려 예외 없이 죽음에 직면해야 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졌던 시간과 돌아가야 할 시간의 교차와 반복이 아닐까. ‘아이로 되돌아가 죽는다’는 말은, 때문에 태어났던 때처럼 본능에 충실했던 자기만의 세계로 돌아가 진정한 고독 속에서 죽음조차도 혼자 치러야 한다는 숭고한 전언(傳言)으로 들린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그때 나는, 어머니는 길고 격렬한 전투를 혼자서 치르고 싸움이 다 끝난 뒤 몇 개의 뼛조각이 되어 버렸다”인 것도 이와 연관될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란 모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죽음의 문제란 시간의 문제라는 것을 냉정하면서도 관조적으로 말하고 있는 수작이다.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 이선윤 옮김 / 학고재 펴냄(추천: 김미현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이야기 귀신
이 그림책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도 꽤 크다. 아이가 들은 이야기를 부지런히 적어두는 그림, 몸종 아이가 솥뚜껑·수저 같은 무생물과 두꺼비·참새 등의 동물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 등, 많은 장면의 그림들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이억배 글/그림, 2008년 출판)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몽골 침략의 영향으로 조혼 풍습이 있던 고려시대로 시대적 배경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모으는 아이를 남자 아이에서 여자 아이로 바꾼 것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이 구체화됨에 따라 그림의 묘사에 한결 진실성이 느껴진다.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가 이야기의 기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야기 귀신>은 이야기를 주변에 들려주는 몸종 아이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살림으로써 이야기의 전달, 나눔,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과 이로써 이야기 전개가 더욱 극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상희 지음 / 이승원 그림 / 비룡소 펴냄(추천: 오은영 동시·동화 작가, 서정숙 그림책 평론가)
생각에 관한 생각
경제학은 합리성에 기초한 학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적 측면에서 경제학적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로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사고의 작동메커니즘’과 ‘직관의 편향’을 주제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이 번역·출판됐다.
저자는 인간의 사고를 직관적인 시스템과 이성적인 시스템으로 양분한다. 직관적인 시스템은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며, 이성적인 시스템은 자발적인 통제력을 가지고 느리게 작동한다. 직관적인 시스템이 반드시 판단과 선택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제시된 수많은 사례와 실험은 빠르게 작동하는 직관적 시스템이 이성적 시스템에 의하여 통제되지 않는다면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행복은 생활로부터의 경험자아와 점수를 매기고 기억하는 기억자아에 의존한다. 기억자아는 이성적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경험자아와 충돌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행복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행복 측정법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인간이 얼마나 불합리한가? 이 책의 한 줄 독후감이다.
대니얼 카너먼 지음 / 이진원 옮김 / 김영사 펴냄(추천: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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