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의 이웅렬 회장은 요즘 '듀폰발 악재'로 마음이 편치 않다.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의 1조원대 소송이 최근 불리한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지방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섬유 제품인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생산 및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여기에 코오롱측에 9억1990만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지난 2009년 듀폰은 코오롱을 상대로 "코오롱이 듀폰의 전직 직원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법원이 약 1조원의 손실을 인정한다고 평결한 데 따른 추가 판결이다.
다행히 코오롱이 9월2일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아라미드 섬유의 전세계 생산·판매 금지 판결에 대해 '잠정적 집행정지를 요청하는 긴급신청'을 요청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헤라크론 생산라인의 전면 가동중단은 피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형국이지만 위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온 이 회장으로선 자존심에 적지 않게 상처를 입었다. 때문에 업계에선 최근 본격적인 반격카드를 내민 이 회장이 어떤 히든카드를 던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심 판결에 즉각 항소신청
실제 이 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둘러싼 모든 1심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신청을 냈다. 최근 미국 항소법원에 듀폰소송에 대한 변론서도 제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코오롱 측은 미국 항소법원에 크게 ▲듀폰 측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영업비밀임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점 ▲1심 재판에서 코오롱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들이 배제된 점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손해배상액 산정 등과 관련해 집중 변론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 관계자는 "1심 재판에서 있었던 1조원 가량의 배상금과 20년간 전세계적 생산·판매 금지 판결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코오롱이 주장했던 증거들이 충분히 심리되지 않은 결과"라며 "항소심에서 보다 공정하고 합당한 판결이 내려질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항소심의 승소를 위해 코오롱은 미 법무차관을 지낸 폴 클레멘트(Paul Clement) 변호사를 선임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회복을 꾀하는 전략도 세웠다.
다만 항소심이 통상 1년~1년6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코오롱 측이 변론 목록을 제출한 후 미국 항소법원이 코오롱에 서면제출을 명령하면 코오롱은 최초변론에 대한 서면을 제출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대략 10월 말께 서면제출이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듀폰이 반론 서면을 제출하고, 코오롱이 재반론 서면을 제출하면 올해 말께 항소법원이 구두변론에 대한 기일을 지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후 구두변론이 진행되고 항소법원의 판결이 날 것을 감안하면 대략 2013년 말께는 돼야 항소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故 윤한식 박사 광고 게재, 반격의 시발
발 빠른 항소신청과 더불어 이 회장이 택한 또다른 '반격카드'는 코오롱의 정당성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광고 게재 행보다.
코오롱은 지난 9월10일 코오롱인더스트리 명의로, 아라미드 섬유를 세계에서 세번째로 독자 개발한 고 윤한식 박사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제작, 배포했다.
'우리의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방탄복이기에'로 시작하는 광고를 통해 코오롱은 "방탄복의 소재가 되는 아라미드 섬유 개발은 고 윤한식 KIST 박사와 코오롱이 함께 한 우리 기술의 결실이었다"며 "코오롱은 우리 기술을 무력화시키는 어떠한 시도에도 물러서지 않겠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기술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여러모로 논란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판을 맡은 로버트 페인 판사의 경우 법복을 입기 전 대형로펌인 '맥과이어 우즈'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한 바 있다. 로펌의 특성상 대형 다국적기업인 듀폰과 업무상 깊은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판결의 형평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코오롱도 이 점을 지적하며 미국 법원에 '기피'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심원들이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점도 다소 찜찜한 부분이다. 듀폰은 지난 1926년부터 버지니아주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100년 가까이 해당 지역 경제에 이바지했다. 배심원들에게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는 정황이다.
이 때문에 코오롱은 지금껏 소송기간 내내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광고 게재 등을 통해 앞으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 관계자 역시 언론을 통해 "윤 박사의 꿈과 독자기술을 지켜 어린 과학자에게도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소송에 임하는 결연한 의지를 이번 광고에 담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이 회장의 또다른 고민거리 '정치자금'
듀폰과의 1조원대 소송과 별개로 이 회장은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현재 검찰에 피고발자 신분으로 입건돼 있다. 지난 7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이 앞서 구속 기소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이 회장을 김남수 코오롱 사장과 함께 대검찰청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코오롱이 이 전 의원에게 1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전 의원의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에 코오롱 출신의 관계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돈세탁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지난 1977~1982년 코오롱 사장, 1982~1988년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근무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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