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이 식량과 식수, 갖은 장비에도 오지에서 생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 옷 한 벌로 살아나온 조난자들도 있다.



왜 그럴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생존 경험기가 밝혔던 '생존심리학'이 좌우한다.



극한에 놓인 민간 비행사의 사례를 들어보자.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호수에 고장 난 비행기를 착륙시킨 조종사. 영하 20도 넘나드는 혹한.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사망하고, 단 한 권의 노트만 남아 있었다. 노트는 "이런 곳에서 살 수 없다. 난 이미 죽은 몸이다"라고 적었다.



구조팀은 조종사의 주머니에서 담배꽁초 두 개와 38구경 권총 한 자루, 그리고 그의 머리 한 쪽에 아직 얼어붙지 않은 피를 발견했다. 심지어 조종사는 비행기 엔진을 끈 채로 아예 조종석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예는 사막 이야기이다.



애리조나 사막 횡단 중 안전지대를 향해 약 160km를 엉금엉금 기었던 한 남자의 생존기는 생존전문가조차 놀란 사건이다. 그의 자동차가 인적 없는 사막에서 고장 나자 지름길로 5일 동안 섭씨 37도 땡볕 속 160km를 기었다. 식수와 식량, 지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족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결심이 그를 움직인 것이다.



두 이야기의 차이점은 바로 인간의 의지이다. 한 사람은 '전쟁'을 채 시작하기 전에 항복해버렸고, 다른 한 사람은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결심'으로 살아남았다. 물론 순전한 의지나 결심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지만, 그래도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음은 자신이 생존 상황에 처했을 때 살아남는 몇 가지 단계를 이야기한다.



<b>"공포야말로 진짜 킬러"</b>

먼저 자신이 머무를 움막을 정하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길을 찾겠다고 좌충우돌하지 말자. 임시 거처에서 차분해지도록 노력한다.



▲ 움막과 불은 마음을 진정시킨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군가 안다면 좋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항상 누군가에게 알린다. 아무리 잘 아는 지역이라도 자신의 여행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물론 일정이 변경되더라도 말이다.



<b>계획된 사고를 지녀라</b>

지니고 있는 물품을 조사한다. 이로써 두 가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하나는 물품(장비) 조사에 걸리는 시간 이상으로 자신의 공황을 가라앉힐 수 있다. 또한 꼭 필요한 물품 외에 많은 '잡동사니'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이다. 이런 잡동사니가 생존의 결정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b>바쁘게 돌아다녀라</b>

외부 도움이 없는 절망의 상황이라도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허접한 움막이라도 뭔가 작은 것부터 만들어본다. 일상의 소소한 성공일지라도 그것들만을 떠올린다. 실패담까지 끄집어 낼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미안한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좋은 감정들을 추슬러야 한다.



<b>움막을 찾아 불을 지피자</b>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몸을 바쁘게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쉬면서 체력을 유지하는 데 있다. 또한 움막과 불은 안정을 되찾는 중요한 요소이다.



거처와 불로 안정을 찾았더라도 조심할 것이 있다. 술은 절대 금물이다. 술은 판단 결정에도 좋지 않고, 탈수를 촉진시킨다. 또한 콜라나 커피, 차 또한 탈수를 촉진하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 생존은 낭만이 아니다.



<b>그 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린다</b>

구조대가 자신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대를 여기저기 헤매게 하는 것보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다. 스스로 '실종 캠프'를 지어보자. 구조를 종종 거대한 쇼핑몰에서 누군가를 찾는 것과 비교한다. 어느 벤치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곧 만남의 발길이 닿는 것처럼.



<b>장소를 벗어나야 할 때는 메모를 남기자</b>

불가피한 상황으로 조난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면 언제(날짜와 시각) 떠났는지, 어디(시도하는 방향)로 향하는지, 언제쯤 목적지에 도달할지와 진로(가능하다면 나침반의 방향), 출혈이나 골절 등 신체적 상태와 성명을 메모에 남긴다. 단, 자신이 어디에 있고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을 때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



<b>더 지체되는 생존상황은?</b>

먼저 감정에 휩싸이지 말자. 이미 괴로운 상태로, 자신이 더욱 초라하고 왜소하다는 생각에 빠져선 안 된다. 단지 뜻밖에 일어난 일일 뿐이라고 자신을 곧추세운다.



꼭 살아야 할 존재로 자신을 복 돋우며, 물을 준비하자. 물은 원초적으로 중요하다. 모든 물은 정수해 마셔야 한다. 아웃도어 잡지 표지에 나올법한 그럴싸한 시냇물이라도 정수한다.



<b>생존키트는 항상 지닌다</b>

생존키트는 판매용으로 제작된 것을 구입할 수 있고, 또는 본인에 맞게 구성할 수도 있다. 크기와 무게는 따라서 다양하다.



필자가 소지한 키트는 매우 작다. 낡은 철제 반창고 케이스에 내용물을 담았다.



▲ 필자가 구성한 생존 키트 : 1. 양질의 연필칼2. 물보관을 위한 윤활제 없는 콘돔(물통보다 무게나 부피가 월등히 작음)3. 방수 케이스에 넣은 나무개비 성냥4. 부싯돌과 파이어스틸5. 정수 알약6. 길고 튼튼한 알루미늄 포일(취사용 크기)7. 낚시 키트, 봉돌, 약간의 줄, 장식 없는 것(물에서 먼 곳이라도 덫이나 다른 용도로도 사용 가능)8. 응급처치키트(설명서 포함)9. 껌 한 통과 응급에너지용 사탕 한 개10. 작은 크기의 생존 관련 책자
만약 생존키트를 소지하고 있다면 평상시의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키트는 통상적인 캠핑이나 야외 장비로서 유사시에 최소한의 것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b>식량</b>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들 대부분은 에너지를 과잉 섭취한다. 외견상 과체중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며칠 동안 음식 없이 살 수 있다. 의학적 악영향 없이 버틸 수 있는데, 생존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식량을 걱정한다.



흔히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이라는 말을 쓰듯 움막과 불이 있으면 족하다. 그리고 물이다. 무언가를 먹게 되면 물의 섭취도 늘어난다. 이것은 소변에서 잘 나타난다. 색이 진하다면 그 만큼 물 섭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탈수를 막기 위해서다. 여기다 더 나은 게 있다면 식량일 텐데, 채집이나 사냥 등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극한에서 살 수 있다. 영하 30도에서 그리고 영상 110도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생존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처한 상황에 집중하고, 더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물론 사막에서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동기처럼 생존심리가 중요하다.





※ 박주하 객원기자 : 노마드자전거여행학교/노마드생존전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