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물1호인 흥인지문(동대문) 주변에선 JW메리어트호텔의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관광객들로 붐비는 동대문 패션타운과 가까워 수익성이 크게 기대된다. 그러나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문화재 훼손 우려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신축중인 JW메리어트 동대문 호텔
사진_류승희 기자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국내 호텔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류열풍 등으로 외국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그에 따른 숙박시설은 ‘공급부족’ 현상에 시달리면서 대기업들의 ‘호텔러시’가 본격화 된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호텔사업 영역을 갖추지 않았던 기업들이 올 들어 낯선 땅에 ‘출사표’를 던지는 움직임이 포착되는가 하면 일부 대기업들은 호텔운영 방식을 한층 발전시키고 있다. 그룹 보유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하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개발을, 운영은 기존의 호텔사업부가 각각 맡는 방식을 봐도 그렇다.
◆너도나도 ‘비즈니스 호텔’에 "올레!"
무엇보다 현재 대기업들의 ‘호텔러시’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점은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에 대한 건립 열풍이 뜨겁다는 데 있다.
비즈니스호텔은 식당·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최소화해 특급호텔 대비 가격을 30% 이상 낮춘 호텔로, 숙박은 저렴한 곳에서 하고 식사와 관광은 고급스럽게 하고자 하는 최근 해외 관광객들의 요구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삼성그룹은 신라호텔과 삼성화재를 앞세워 올 들어 비즈니스 호텔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신라호텔은 화성 동탄 신도시에 비즈니즈 호텔 '신라스테이'를 얼마전 선보였고, 최근에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옛 화양극장 부지에 800억원 규모의 최고급 비즈니스호텔을 짓기로 했다.
이외에 신라호텔은 KT자산운용이 개발하는 역삼동 KT영동지사 부지,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옛 JW중외제약 부지 등 수도권 지역 5곳에서 '신라스테이'를 계속 건립할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부지에도 비즈니스 호텔을 지어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를 통해 삼성은 서울 관훈동 보유부지를 비즈니스 호텔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개발계획서를 관할구청에 제출했다. 이 호텔은 향후 호텔신라가 위탁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2009년 비즈니스 호텔사업에 진출한 바 있는 롯데호텔의 경우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이 매입한 서울 을지로 장교동 호텔부지와 세종호텔 인근 주차타워에 추가로 비즈니스 호텔을 열기 위해 장기 임차계약을 최근 맺었다.
워커힐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 역시 서울 퇴계로5가 오장동 수도주유소 부지를 207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할 계획이고, 주택사업이 주 업종인 부영그룹도 최근 중구 소공동 옛 삼환기업 부지를 매입해 비즈니스 호텔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KT도 부동산개발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서울 역삼동 영동전화국 옆 주차장 터에 300실 규모의 호텔을 짓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향후 전국에 산재한 전화국 자리를 호텔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대림산업 역시 얼마 전 매입한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부지에 43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을 짓기로 한데 이어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플랜트사업본부 사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상 11층, 260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요즘 국내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상당수는 이미 한국에 와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서 “ 때문에 관광보다는 쇼핑 목적의 관광객이 많은 만큼 특급보다는 중·저가의 비즈니스 호텔을 많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더 화려하게'…부지 늘리고 증축하고
중·저가의 비즈니스 호텔 건립 열풍이 뜨거운 와중에 일부에선 오히려 ‘더 화려하게’ 최고급 호텔을 지향하는 대기업들의 행보도 확연해졌다.
현대중공업이 강릉에 위치한 호텔현대경포대를 헐고 추가로 부지를 매입, 오는 2014년 5월까지 총 20층(지하 3층, 지상 17층), 160실 규모의 호텔을 새로 짓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1971년 문을 열어 동해안 호텔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호텔현대경포대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재임 시절 매년 여름 신입사원 수련대회가 열렸던 곳으로 이번 호텔현대경포대 신축에는 리처드 마이어, 제임스 코너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가해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강릉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교통상 30분 거리에 있는 지역"이라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노후화된 현재 건물을 헐고 최고급 건물을 신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도 서울 장충동에 자리잡은 6성급 최고급 호텔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을 인수하며 특급호텔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표하고 나섰다. 반얀트리는 부동산개발업체 어반오아시스가 2007년 남산에 위치한 옛 타워호텔의 2만4720㎡(약 7500평) 규모의 부지를 1200억원에 사들인 뒤 리노베이션을 실시해 새롭게 탄생한 호텔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과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을 운영 중인 GS그룹 계열 파르나스호텔의 경우 그랜드호텔의 그랜드볼룸 자리를 37층 규모로 증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파르나스 측은 증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한항공도 서울 경복궁 인근에 지상4층, 지하4층 규모의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호텔 러시’ 왜 뜨거워졌나
대기업들의 호텔러시가 이처럼 본격화된 데는 최근 한류열풍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그에 따른 객실부족 현상이 두드러진 게 크게 작용했다.
서울시 '중장기 숙박수요 및 공급분석'에 따르면 외래관광객 수는 2006년 이후 연평균 9.9%씩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는 980만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1135만명이 우리나라를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고 2017년에는 19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서도 2011년 말 객실 가동률 80% 기준 수도권 객실 수요는 3만6379실이지만 객실 공급은 2만6000실에 불과하다. 한국관광공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방이 없어 다른 나라로 간 외국인만 120만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3년간 3만1000개의 객실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중국, 일본 등의 관광객 증가세를 고려할 때 현재 서울에만 약 1만5000개의 호텔 객실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객실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그렇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호텔러시에는 정부의 ‘묻지마 지원책’도 한몫했다.
지난 7월 정부는 한시적으로 호텔 건립 시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호텔 건립시 일반주거지역의 호텔시설 용적률은 서울시 기준으로 현 150~250%에서 200~400%로, 상업지역의 경우 600~1000%에서 900~1500%까지 확대시켰다. 용적률 확대 폭만큼 객실을 더 늘릴 수 있게 하겠다는 조치다. 여기에 정부는 2016년까지 5년간 관광기금 1조2000억원을 숙박시설 관련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저리 융자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기업들의 '맹목적인' 호텔러시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서울시에는 공사 중인 호텔만 50곳이 넘는다. 향후 건립을 검토하는 곳까지 따지면 대략 추후 건립되는 호텔수는 70~80여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2만5160실에 달하는 호텔 객실수는 2016년 이후에는 4만6706실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객실이 5년 사이 두 배 가깝게 증가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호텔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호텔 신축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몇 년 뒤에는 호텔 공급과잉 사태가 올 것"이라며 "실제 문화부 자료에서도 2015년 수도권 호텔객실 수요가 5만2984실이지만 객실가동률 80%를 기준으로 한 공급은 5만8512실까지 는다는 조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왼쪽부터)
사진_머니투데이
■ 재벌가 호텔 운영도 ‘딸' 없으면 안돼?
올 들어 그룹 총수 딸들의 ‘빵집 시장’ 철수가 줄곧 재계의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공교롭게도 호텔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 역할도 대부분 재벌가 오너의 딸들이 맡고 있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맡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호텔신라 매출액 의 ‘1조원 돌파’를 견인한 그는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올라섰고 이후에도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루이뷔통을 입점시키는 등 활발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충동 신라호텔 내 면세점 부지를 이용해 비즈니스 호텔을 신축하는 데에도 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이밖에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씨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고문을 맡고 있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역시 ‘KAL호텔네트워크’ 대표로 칼호텔를 운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만 해도 재벌가 딸들의 호텔운영은 외부에 보이기 위한 ‘장식용’에 불과했다는 인식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호텔사업이 면세점과 유통업 등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교차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후계자로서의 능력치를 검증하는 ‘잣대’로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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