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심판" 큰소리 쳤지만…
깃털만 펄럭인 '기형적 국감'


"TV를 통해 국정감사를 보는 내내 후진적인 행태에 답답함에 앞서 웃음만 나왔습니다. 초등학교 학급회의도 소위 정치인들이 주관하는 국감보다 더 진지하고 책임감 있을 겁니다."


지난 5일 국토해양위원회(국토해양위)를 시작으로 진행된 '2012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직장인 최모(39세)씨는 현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후진적 구태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를 감시하기 위해 각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한다. 감사 대상인 각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은 관련 서류, 증인, 참고인 출석 등에 협조해야 한다. 정부를 견제하고 국책사업의 적법성,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의 탈법성 행위, 공공기관의 수의계약 등 각종 문제점을 추궁하는 자리인 만큼, 각 상임위원은 공정한 잣대를 제시해야 하고 피감기관은 지난 한해 동안의 정책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 의혹을 종식시켜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대 쟁점이었던 '4대강 살리기 사업 담합 의혹'만 보더라도 이번 국감은 구태와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피감대상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야권의 공세도 날이 무뎌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토해양위를 중심으로 국감의 쟁점들을 짚어봤다. 
 

사진_뉴스1 양동욱 기자
◆ 4대강 벼르던 야권, 큰 소리 치더니…

이번 국감은 국민적 관심사가 가장 높았던 MB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담합 행위'로 포문을 열었다.

천문학적 수치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국감의 '백미(白眉)'로 예상됐던 사안이지만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형 건설사 수장들의 면면을 볼 수 없어 국민들의 반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야권은 이를 위해 지난달 4대강 담합 의혹 행위 건설사들의 대표들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하고 나섰지만 국감 당일 건설사 수장들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실무를 책임졌던 임원급 2명만이 참석했다. 이들 임원의 '모르쇠' 행태는 국감장을 또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결국 4대강 국감은 '몸통' 대신 '깃털'만 참석한 '김 빠진 국감'으로 전락했다.

4대강 담합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감시를 펼치겠다고 벼르던 민주통합당 등 야권 역시 증인 출석자들의 눈물을 빼놓았던 냉철했던 과거와 달리 한 발 물러선 듯한 제스처를 내비치면서 국감의 격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팽배하다.

국감을 지켜 본 직장인 박인배(42세)씨는 "뉴스에서 4대강 사업 비리에 관련된 건설사 CEO를 비롯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가 42명, 참고인은 17명이라고 했는데 정작 실무진 2명만 나와서야 국감의 위상이 바로 서겠냐"면서 "이같은 유명무실한 국감이 존재한다는게 기가 막히다"고 성토했다.

이번 국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건설사들과 레임덕에 빠진 현 정권을 향한 심판대로 작용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민주통합당은 '4대강 특별조사위원회'까지 구성하기도 했다.

실제 증인으로 채택된 대형건설사 8곳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수주를 위해 담합에 나섰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일부 건설사들의 비자금 의혹까지 적발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4대강 사업 국감은 MB정권 말기의 최대 쟁점이었다.

국토해양위 국감 자료에 따르면, ▲GS건설 ▲대림산업▲삼성물산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상위 10위권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수주를 위한 담합을 통해 총 3조2115억원대 영업이익을 챙겼다.

◆ 혈세 좀 먹는 공기업…3년째 빚더미

'4대강 사업 수주 담합'에 이어 이번 국감의 노른자 역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맡았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지난 3년간 130조를 웃도는 가파른 부채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40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한 진주혁신도시 사옥 조성과 연봉을 뛰어넘는 LH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따른 도덕적 해이 역시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LH는 자산총액(158조5000억원) 대비 부채총액(130조6000억원)의 비율이 468%에 달하는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심각한 부채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8일 국토해양위 국감에서는 심각한 부채비율에도 불과하고 국민의 혈세로 호화 청사를 건립하는 등 LH의 비도덕적 방만 경영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헌승 의원은 LH는 공공기관 부채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돈 먹는 하마'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 의원은 "천문학적 수치의 부채를 기록하고 있는 부실 공기업 LH는 부채탕감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은 뒤로 한 채 오히려 억대 연봉자 수가 171명에 달한다"면서 "부채 해소를 위해 사채발행한도를 5배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LH가 소위 '법무드림팀'을 구성하고 서민들과의 소송 전쟁에 나서고 있다"고 질타했으며,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은 "LH가 성남시 중동3구역 세입자들의 주거이전비를 거부하고 나섰다"며 공기업으로서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했다.

여기에 막대한 '부채여산(負債如山)'에도 불구하고 4100억원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진주혁신도시 사옥' 건립과 연봉을 웃도는 LH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문제 등이 쟁점으로 올랐다. 이지송 LH 사장의 경우 자신의 연봉(1억110만원)을 뛰어넘는 1억1514만원을 성과급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