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정책은 정치생명을 걸고 반드시 지키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짝퉁'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제18대 대통령선거전이 후보간 정책대결로 한층 달아오른 가운데 '박근혜 대 문재인'의 공약전쟁 최전선에 배치된 것은 '경제민주화' 이슈다.


경제민주화는 과거 성장 위주의 경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균형성장, 안정과 분배, 시장지배력 및 경제력 남용의 방지 등 상생경제에 초점을 맞춘 패러다임으로,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다만 경제민주화의 접근방식을 놓고서는 두 후보 간에 큰 온도차를 보인다.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공정경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문재인 후보는 '경제민주화=재벌 개혁'이라는 등식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민주화>朴 "성장과 함께"…文 "재벌 개혁이 필수"

일단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성장과 함께 굴러가야 하는 '이륜바퀴'로 규정하고 불공정경쟁 철폐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한다. 성장이 없으면 경제민주화도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는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단기대책과 중장기 성장전략도 함께 경제민주화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에 반해 문 후보는 불공정경쟁 철폐에는 동의하지만 공정성 강화보다는 '재벌 개혁'에 칼끝을 겨눈다. 지난 5년간 재벌만 배가 불렀고 서민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져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두 후보의 재벌 개혁에 대한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억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재벌총수 경제범죄 형량강화,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내부거래 규제 강화와 같은 카테고리에 대해선 같은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재벌 개혁의 세부공약에서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순환출자,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보호 등의 부분에서는 미묘한 '간극'을 보인다.
 
◆출총제 부활> 朴 "실효성 의문"…文 "반드시 시행"

'출총제'의 부활 문제에서 두 후보 간 의견차는 가장 극명하다. 한 기업이 순자산의 일정비율을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출총제에 대해 박 후보는 부정적인 입장인 반면 문 후보는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박 후보의 반대명분은 한마디로 '실효성'이다. 지난 2009년 폐지된 출총제가 설령 부활한다고 해도 규제에 대한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대기업의 투자동력만 떨어뜨린다는 견해다. 반면 문 후보는 재벌 개혁의 상징성을 들어 출총제가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출총제에 이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순환출자 제한조치에서도 두 후보는 의견을 달리한다. 문 후보가 신규 출자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도 3년 안에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공약을 제시한 반면, 박 후보는 신규는 금지하되 기존 출자에 대해선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구상을 내세웠다.
 
◆금산분리>朴-文 "산업자본 한도 축소 동의"

출총제와 순환출자에 대해 적지않은 입장차를 보인 두 후보지만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즉 금산분리 강화방안에 대해선 "새 규제를 받아들이겠다"며 손을 맞잡기도 한다. 두 후보 모두 금산분리 강화와 관련 기업의 은행지분보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박 후보는 "금융·보험 계열사가 보유 중인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주회사에 금융계열사가 일정요건 이상인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한도를 현행 15%에서 10%로 설정하고, 이를 5년간 1%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축소해 5%까지 낮추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반면 문 후보는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 한도를 "15%에서 단계적으로 5%까지 내리자"는 박 후보와 달리 "즉각 시행해야 한다"며 강성을 냈다. 
 
◆대·중소기업 상생> 文 "적극 개입"…朴 "환경조성 먼저"

올 들어 부각된 대·중소기업간의 상생, 중소상인들의 골목상권 보호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도 두 후보의 정책은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 후보의 주장에 박 후보는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상생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작은 정부'의 모습을 제시한다. 대기업이 협력사와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이익공유제'만 해도 문 후보는 강제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박 후보는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 함께 성과를 내도록 하는 '성과공유제'로 갈 것을 추구한다.

중소상인들의 골목상권 침해 역시 박 후보는 법으로 쉽게 강제하기 어려운 생존영역의 갈등을 조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입장인데 반해, 문 후보는 국가가 강제해서라도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고 경제성장에 따른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한계점> 朴 "재벌개혁 후퇴"…文 "재벌때리기" 일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두 후보가 첨예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정책평가에 있어 주변의 판단 또한 곱지 않다. 박 후보를 놓고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재벌개혁에 대해 당초 입장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문 후보에 대해서는 지나친 '재벌 때리기'를 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박 후보의 경우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신규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겠다며 출총제 부활에 부정적이다. 이는 사실상 재벌의 현행 지배구조는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후보 역시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 한도를 15%에서 5%까지 낮추자'는 의견과 관련 "지금 당장 축소하자"는 입장을 견지한 탓에 지나치게 급진적인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朴은 재벌기득권 잔재, 文은 세부전략 부재"
-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국장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평한다면.
▶박 후보의 정책은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 이전과 다른 획기적인 대책이 포함돼 있지만 순환출자 금지는 제외돼 있어 결과적으로 재벌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문 후보는 재벌 문제와 그에 따른 폐해에 대한 명확하고 총체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문 후보는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만 있을 뿐 재벌개혁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성공시킬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과 전략이 부족하다.
 
-출총제와 관련해 두 후보는 상반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출총제 정책이 왜 중요한가. 
▶지난 2009년 폐지된 출총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의 대안이 되고 있는 만큼 재벌개혁에 있어 주요한 의제다. 그동안 출총제의 재도입을 놓고 재계 곳곳에서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재벌의 경제력 치중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곧, 출총제라고 생각한다.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 보호와 관련해 차기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점은.
▶우리사회의 경제양극화는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에 그 원인이 있으며 최근 유통재벌과 골목상권의 문제 역시 유통재벌의 공격적이며 무분별한 사업행태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하며 이는 구호나 선언적 차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입법과 제도개선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