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0일 화장품전문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 서영필 대표의 페이스북에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님께’라는 글이 게시됐다. 미샤가 매장 독점권을 갖고 있는 지하철 역사에서 네이처 리퍼블릭이 무단으로 제품을 판매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네이처 리퍼블릭이 “서 대표의 게시글은 사실 무근”이라며 발끈하고 나서자 서 대표가 “고소할테면 하라”고 맞받아 치며 두 업체간의 감정 싸움은 점점 더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복잡하게 얽키고 설킨 사연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지난 2008년 에이블씨엔씨는 전자입찰 온비드를 통해 서울메트로 내 60여개 매장의 독점영업권을 낙찰 받았다. 그런데 이 입찰건과 관련해 사전담합 및 부당계약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서울메트로의 사전 공모지침서
서울메트로는 지난 2007년 1월 계약부터 동일역 동일 업종제한을 폐지한 바 있다. 따라서 2008년 6월 화장품매장 입찰 사전 계약서에도 역시 독점권 폐지를 명기하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에이블씨엔씨의 낙찰을 발표한 것은 같은 해 6월24일. 에이블씨엔씨는 이날 오후 5시19분 서울메트로 내 독점 운영권을 획득했다고 공시했고, 얼마 뒤인 2008년 7월4일 서울메트로와 에이블씨엔씨가 독점권 유지를 위한 특약을 문서로 주고받으며 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샤는 어떻게 독점영업권을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당시 서울메트로는 계약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담당 직원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담당 직원이 임의로 사장의 직인을 가져와 특약을 체결하는 등 직권남용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무혐의.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와의 계약이 도의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내년 7월 계약이 끝날 때까지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화장품업계에서는 서울메트로와 에이블씨엔씨의 이 같은 계약관계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트로에서도 잘못된 계약임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재판 결과가 무혐의로 나온 배경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당시 정황을 봤을 때 이 같은 계약을 담당직원 혼자서 처리하고 그 상사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업계에서는 서 대표가 메트로 독점영업권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네이처 리퍼블릭을 걸고 넘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네이처 리퍼블릭은 메트로 내에 입점해 있는 A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형태로 판매 중이다. 미샤 측에서는 이 같은 판매행위가 독점영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네이처 리퍼블릭은 메트로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 중재를 위해 메트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다.


서영진 서울시의원은 “에이블씨엔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재판은 메트로 직원의 직권남용을 판단하는 형사 재판이었고, 이것이 애초에 계약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만약 경쟁사의 고발로 인한 민사 재판이었다면 독점권이 폐지된 상태에서 공모가 진행됐음에도 계약서에 독점권 보장 조항을 삽입한 것은 애초에 계약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상황에 서 대표가 계약의 부당성을 부인하기 위해 네이처 리퍼블릭과 같은 전혀 별개의 사건까지 끌어들이는 등 무리수를 보이고 있다”며 “사건의 발단이 메트로가 부당한 계약을 진행한 때문인데도, 메트로 측에서 중재는커녕 뒷짐만 지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