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의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가 30여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왔다. 송창식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가 지난 10월 무대에 올려졌다.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에는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담배가게 아가씨’와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나’, 그리고 담배가게 아가씨에게 딱지를 맞은 ‘병열’과 ‘진원’이다.


이 네명의 인물은 당연히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에도 나온다. 노래 중 이름이 있는 병열과 진원은 그 이름 그대로(심지어 진원은 노래대로 만화가게를 한다) 나오며, 담배가게 아가씨는 민선, 나는 지환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노래에는 나오지 않는 또 다른 인물들이 뮤지컬을 통해 탄생했다. ‘민선의 아버지’와 민선에게 찝쩍대는 또 다른 친구 ‘영민’, 그리고 동네 다방아가씨 ‘미스변’이다.

영민과 미스변이 극에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극을 이끌어가는 데에 있어서는 주인공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 둘은 <담배가게 아가씨>의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


영민 역을 맡은 이창완은 “감초 같은 역할”이라며 “스스로는 진지하려고 하는데 상황이 웃기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창완은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했다는, 약간의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계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를 다니다 외국에 성악공부를 하러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선배들을 보면 노래를 정말 잘 하는데 설 자리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다시 돌아와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래서 성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페라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하는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영민은 ‘돈 많은 바람둥이’다. 관객들은 영민이라는 이름보다도 ‘BMW’로 그를 기억한다. 이 창완이 돈이 많은 영민이라는 캐릭터를 ‘BMW’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창완은 “영민은 돈이 있어서 지금까지 여자도 쉽게 만나왔지만, 민선을 보면서 진짜 사랑에 빠지는 역”이라며 “보다 느끼하고 장난스럽게 보이면서도 스스로는 결코 장난이 아닌 모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미스변 역을 맡은 정지혜는 <해어화>로 뮤지컬에 데뷔해 다수의 뮤지컬에서 출연한 실력파 배우다. 그는 우연일지는 모르지만 창작뮤지컬 출연이 많았다.

정지혜는 “연기를 하고 싶어서 뮤지컬배우가 됐다"며 “창작뮤지컬은 ‘처음’이라는 두려움보다도 내가 배역을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고 말한다.

이창완은 “창작품은 배우와 기획, 연출자 등 스태프와의 믿음이 없으면 진행되기 어렵다”며 “맡은 역이 주연이냐 조연이냐를 떠나 역할 자체에 대한 도전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배우 정지혜, 이창완, 음악감독 지창수(왼쪽부터)
사진_류승희 기자

<담배가게 아가씨>에서 남여 주인공은 더블캐스팅이지만 미스변과 영민은 각각 정지혜와 이창완의 단독캐스팅이다. 내년 2월까지 공연이 계속되는 만큼 체력관리는 필수다. 이 때문에 이창완은 “목을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자려고 한다”고 말하며, 정지혜는 “안좋다 싶으면 무조건 병원부터 찾는다”고 말한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결국 남녀주인공인 지환과 민선이 사랑을 확인하면서 끝나는 해피엔딩이다. 그렇다면 영민과 미스변에게도 이 작품이 해피엔딩일까.

이창완은 “영민은 민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민선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실의에 빠지게 된다”며 “이 작품을 영민 입장에서 보면 새드엔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지혜는 “미스변은 끝까지 영민을 따라가는 것으로 끝난다”며 “영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결말이기 때문에 미스변 입장에서도 이 작품은 해피엔딩이다”고 말했다.
 
2013년 2월28일까지. 대학로 뮤디스홀.

■<미니인터뷰>지현수 음악감독
“소극장의 한계 넘고 싶었다”

<담배가게 아가씨>에는 BG음악을 포함해 총 19곡의 감미롭고 감성적인 음악이 있다. 이 음악들의 작곡을 포함한 <담배가게 아가씨>의 음악은 배우 지현우의 형이자 밴드 ‘넥스트’의 멤버인 지현수 음악감독이 맡았다.

지 감독은 “소극장 뮤지컬은 제작 환경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많다보니 제대로 음악을 표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이러한 인식을 벗겨내고 싶은 욕심이 많았기 때문에 더 좋은 음향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 감독은 <담배가게 아가씨>의 음악들을 여타 뮤지컬보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뮤지컬 본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정성도 기울였다.

“최근 일부 뮤지컬에는 고유의 특성을 잃어버린 경우가 있습니다. 뮤지컬을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노래가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담배가게 아가씨>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노래가 남자 주인공 지환이 민선에게 불러주는 ‘내가 있다’와 지환의 친구 병렬이 부르는 ‘그댈 사랑해’다. 하지만 관객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따로 있다고 한다.

“관객들이 가장 재미있게 기억하는 곡 중 하나로 지환이 부르는 ‘무말랭이’를 꼽더라구요. 재미있는 리듬과 함께 극중 묘사가 잘 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잘 다가간 것 같아요.”

지 감독은 <담배가게 아가씨>의 음악감독이 아닌 출연자로써도 참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공연이 끝나기 전에 주인공 지환역으로 출연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공연을 보면서 음향뿐 아니라 지환의 감정도 읽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