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은 수천피트 정도의 저고도에서도 자주 형성된다. 뭉게구름이 몽글몽글 솟아오를 때면 비행 충동이 극에 달한다. 저층운은 매우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뭉게구름 사이를 날아다닐 때처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뭉게구름과 비슷하지만 절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구름도 있다. 적란운(Cumulonimbus)이다. 뭉게구름처럼 위로 자라는데 그 높이가 1만피트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 구름에선 비도 오고 천둥, 번개도 친다. 구름 안팎으로는 상상을 초월한 터뷸런스를 동반하기도 한다.
사실 시계비행 조종사에게 모든 종류의 구름은 최대 금기 중 하나다. 절대 구름 속으로 들어가지 말 것. 공중에서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구름 속에선 앞이 보이지 않아 항공기의 자세와 고도에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또 산이나 철탑 등이 구름속에 솟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구름 물방울로 인한 착빙(icing : 항공기에 얼음이 맺히는 현상)도 위험하다. 날개에 착빙이 생기면 날개가 양력을 잃을 수 있고 엔진 기화기에 착빙이 생기면 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추락을 의미한다. 물론 계기비행이 가능하고 제빙(착빙을 제거)과 방빙(착빙 방지장치를 장착)이 되는 여객기같은 경우엔 아무 문제가 없다.
하늘이 화창한 날엔 콕핏에 올라 비행준비를 하는 그 순간부터 흥분이 온 몸을 감싸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계비행의 경우 구름을 최대한 피하면서 즐기는 것이 방법이다.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덮지 않아 구름을 피해 구름 아래위로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을 때에만 구름을 즐겨야 한다.
예기치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올 여름 비행을 마치고 태안비행장으로 귀환할 때였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비행장을 10마일 정도 앞둔 지점에서 기상정보를 얻을 겸 착륙허가를 요청했다. “노벰버(N) 포인트를 거쳐 입항하겠다.” 관제탑의 응답이 왔다. “노벰버 포인트 주변의 구름이 낮아 1천피트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었다.” 태안비행장 입출항 규정상 1천피트 고도를 유지하고 비행장 접근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하늘은 흐렸고 저층운이 곳곳에 육중한 몸을 내리깔고 있었다. 다른 접근 포인트들은 가깝지 않았고 연료도 여유롭지 못했다. 관제탑에 답을 보냈다. “노벰버에서 저고도로 접근하겠다.” “라져.”
서해상에선 없던 구름들이 노벰버 포인트에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 나타나더니 점점 두터워졌다. 구름을 피해 구름 밑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고도를 낮췄다. 900피트, 800피트. 아직 구름 아랫단(실링, ceiling)이 내 발 밑에 있었다. 다시 700피트. 실링이다. 구름아래 마을과 논밭, 도로가 보인다. 구름과 거리를 두기 위해 기수를 또 내렸다. 600피트, 500피트. 땅과 구름 사이다. 500피트 유지. 진동이 오기 시작한다. 한여름의 뜨거운 수증기로 만들어지는 구름 아래엔 터뷸런스가 있다. 상승기류가 많아 항공기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고도마저 낮아서 지면에서부터 산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까지 가세한다. 전방에 구름. 작은 조각구름들이 다가온다. 고도를 떨어뜨렸다. 300피트. 지상에서 고작 100미터 높이. 도로의 차량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전방에 장애물이 없는 것을 확인하며 비행장을 향했다. 런웨이 인 사이트(Runway in sight). 활주로다. 접근 고도가 낮기 때문에 활주로 진입절차도 통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민첩하게 진행해야 한다. 활주로 위에 바퀴가 닿았다. 성공적인 랜딩이었다.
조종 훈련을 하는 과정 중에는 저고도 접근 및 착륙이 있다. 이렇게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다. 전에 이런 훈련을 받긴 했지만 그땐 아주 맑은 날이었다. 실제상황은 언제나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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