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판촉에 소비자도 '입맞춤'… 1만원대 제품 '불티'
 
#1. 30대 초반 주부 민모 씨는 마트 쇼핑 시 꼭 들르는 코너가 있다. 바로 와인장터다.

민씨는 "3만원이 넘어가면 구매가 망설여지지만 1만~2만원대 와인은 자주 구입한다"며 "가격이 저렴한데도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2.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와인을 산다. 혼자 사는 김씨가 주로 사는 와인은 혼자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용량의 제품. 김씨는 "편의점에서 파는 와인이 가격도 저렴하고 작은 용량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별한 날에도 마시지만 평소에 요리와 함께 즐기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고가로 인식되던 와인이 '서민酒'로 각광받고 있다. 와인의 가격은 천차만별. 몇천원대의 초저가에서부터 1300만원에 달하는 '로마네 꽁띠'(Romanee conti)까지 폭이 넓다. 그 중 와인 애호가들은 10만~20만원대를 선호한다. 하지만 와인 숍이 할인마트나 편의점까지 진출하면서 문턱이 낮아지자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1만~2만원의 저가와인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와인은 이제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고급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평상시 가정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로 소비자의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일명 '데일리(Daily) 와인'인데 와인의 역사를 모르고, 빈티지가 어떤지 관심이 없어도 그저 궁합이 맞는 음식에 곁들여 마시는 것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 와인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비싼 와인을 사 마시며 재력을 과시했다면 요즘에는 저가 와인을 즐기는 합리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프랑스인들이 평소에 마시는 데일리 와인도 보통 1만원 이내의 저렴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 할인마트·편의점에서 사 마시는 와인

와인의 문턱이 한층 낮아지면서 할인마트는 물론,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와인 판매행사를 벌이며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이마트는 저가 와인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1만~3만원의 와인을 입구에 배치해 소비자가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이마트에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한 와인은 전년 대비 16.2%의 신장세를 보였다.

 
롯데마트의 올해 와인판매 동향에 따르면 '1865 까베네쇼비뇽'(3만2000원)을 제외한 모든 와인이 9900~3만원의 저가 와인이었다. 

편의점에서도 와인 판매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15.7%증가했다. 특히 2만원 미만 저가형 와인 매출이 20.3% 올랐다. 판매 순위 베스트5 중에서도 2만원 이내의 저가형 와인이 1~4위를 모두 차지했다. 2만원 이상의 와인은 '금양 노블메독'이 유일하게 5위에 올랐다.

CU편의점(구 훼미리마트) 역시 지난 11월까지 올 와인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전년 대비 40.5%로 크게 신장했다. 월별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맥주 판매가 높은 여름철을 제외하고 모두 4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이 중 2만원 이내의 저가 와인이 많이 팔렸다. 가장 인기를 끈 와인은 1만5700원짜리 '몬테스클래식카베네쇼비뇽'이었다.


사진_류승희 기자

◆ 저가와인 新풍속도
저렴한 와인이 인기를 끌다보니 와인 유통사의 마케팅도 변하고 있다. 마냥 도도할 것만 같은 와인이지만 보다 쉽고 간편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와인 입구를 가린 캡을 벗겨내고 단단히 막은 코르크 마개를 돌려 따는 것은 초보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온도와 산소투과에 민감한 와인은 아무 컵에나 마셔서도 안 된다. 와인 오프너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전용 잔도 갖춰져야만 마실 수 있다. 와인의 용량은 보통 750ml. 기분 좀 내볼까 하고 혼자 와인을 열었다간 반도 채 마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와인 유통사들은 와인의 용량부터 줄였다. 독신가구를 겨냥해 4분의 1 용량인 187ml의 와인도 등장했다.

롯데주류는 대형마트에서 4500원으로 즐길 수 있는 '벨라다 모스카토 블랙라벨'을 선보였다. 올해 2월 출시한 이 와인은 여성과 젊은 층이 선호하는 달콤한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들어진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도 맥주 도수 수준인 5도다. 맥주병 마개인 크라운캡을 적용해 별도의 와인 따개가 없더라도 손쉽게 마실 수 있게 했다.

CU편의점은 솔로를 겨냥해 비노솔로 레드와 화이트(각각 187ml, 4000원)를 선보였다. 비노솔로의 가장 큰 특징은 와인 컵이 마개형식으로 부착된 페트병(PET) 형식인 점. 와인 따개는 물론 잔도 챙길 필요가 없게 됐다.

세븐일레븐은 대중적인 와인인 옐로우테일의 패키지를 내놨다. 지난 5월 출시한 이 상품은 레드와인 2종(엘로우테일 메를로, 쉬라즈)과 화이트와인 2종(엘로우테일 샤도네이, 쇼비뇽블랑)으로 각각 187ml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한병을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20~30대 독신 가구나 연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출시 월 대비 매출이 35% 증가했다"고 말했다.

■저가 와인은 빨리 마셔야

와인은 숙성할수록 맛있다지만 저가 와인은 가급적 1년 이내에 마시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바로 코르크 때문이다. 코르크 값이 비싸기 때문에 저가 와인일수록 코르크의 재질이 좋지 않다. 이런 와인은 잘못 보관하거나 코르크의 잔여물이 떨어져 와인의 맛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저가 와인 중에는 아예 고무마개 또는 트위스트 캡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저가와인의 코르크는 밀도가 작고 파손염려가 있어 외부 환경에 의해 썩어서 와인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와인전문가는 "저가 와인일수록 코르크가 엉성하게 조립된 게 많아 빨리 마시는 게 좋다"며 "저가 와인이 코르크마개로 돼 있다면 1만원 이내의 와인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