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입찰 놓고 '좌충우돌'… 반발 속 강행, 결국 무산
 
인천공항공사가 공항내 면세점 재계약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던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한 새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입찰과정에 있어 관광공사·관세청과 갈등을 빚는 등 적잖은 '잡음'을 내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까지 부정적인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새 사업자 선정 '지지부진'

인천공항공사는 한국관광공사가 50년간 운영하던 공항내 면세점의 계약기간이 2013년 2월로 만료됨에 따라 최근 계약 연장 대신 새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3층 출국장에 위치한 2500㎡ 규모의 관광공사 면세점을 두개의 매장으로 나눠 입찰을 진행한 것. 정부의 면세점 민영화 방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2월13일 진행된 1차 사업자 입찰에선 참여한 기업이 단 한곳밖에 되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문제는 입찰조건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아 향후 추가 유찰 가능성이 높다는 점.
우선 입찰기간이 7일로 매우 짧아 중소기업들이 사업 타당성을 분석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1차 사업자 공모에서의 입찰조건을 보면 지난해 기준 자산합계 5조원 미만인 중소·중견기업만 응찰이 가능하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면세사업 운영 경험이 없거나 적은 중소·중견기업이 사업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최저입찰가가 높고 매출비중이 큰 품목인 화장품과 향수, 주류와 담배를 제외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 역시 중소·중견기업들의 입찰 의지를 꺾었다. 1차 공모에서 최저입찰가는 두개 매장 각각 238억원과 283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에만 입찰참가 자격을 주겠다고 하면서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을 내세운 것은 사실상 대기업을 겨냥한 입찰"이라고 꼬집었다.

인천공항 측은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사업자 선정 방법 등을 고민해 조만간 다시 입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오른쪽)
 
◆관광공사와 대치…이채욱 대표 피고소까지

'관광공사 면세점' 계약과 관련 인천공항공사가 맞은 최대의 '유탄'은 뭐니뭐니해도 관광공사와 깊어진 갈등의 골이다.
국내 공항 면세점은 1962년 이후 관광공사가 독점 운영해오다 인천공항 개항을 즈음해 대부분 민영화됐으나, 인천공항 내 관광공사 면세점은 국산 중소기업 제품 판매 등을 명분으로 존속됐다. 때문에 과거 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온 관광공사로서는 인천공항에 '월세살이'하는 것도 서러운데 최근 '계약 해지'까지 통보받자 인천공항을 향한 반발심리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심지어 이채욱 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관광공사는 인천공항의 1차 입찰을 전후해 노조까지 나서 인천공항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관광공사 측은 "인천공항의 새 사업자 입찰공고는 면세시장의 80%를 장악한 재벌 면세점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행위"라고 간주하면서 "수익금 전액을 관광진흥 활동에 투자하는 관광공사의 면세사업을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관광공사는 지난해 10월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관광공사면세점 지속 운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지속 운영에 대해 의견을 맞댄 후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국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여야가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관광공사 면세점의 민영화에 대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최근 고소를 취하하기는 했어도 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22일 이채욱 사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10월16일 이채욱 사장이 국회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관광공사 면세점이 지난 5년간 51억원의 적자를 내 세금을 축냈으며 공항공사가 임대료를 1140억원 할인해줬기 때문에 공항공사도 그만큼 손해를 봤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즉각 관광공사는 "우리 면세점은 지난 5년간 365억원의 흑자를 냈으며 직전 임대계약이 이뤄진 2008년부터 계산하더라도 4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5년간 51억원 적자라는 발언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이에 인천공항 측도 "관광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2008년 3월부터 햇수로 5년간 적자가 51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라며 "손해분 1140억원은 정부 요구에 따라 관광공사와 값싼 임대료 수의계약을 맺지 않고 입찰을 붙였다면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세청과의 갈등도 수면 위로

인천공항공사는 관광공사와는 별도로 관세청과도 '불편한 관계'에 놓일 것으로 관측된다. 1차 사업자 공모과정에서 면세점 관리감독기관인 인천공항세관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세관과 면세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월 초 인천공항은 면세점 신규사업자 입찰공고를 내면서 정작 면세점 허가권자인 관세청의 의견을 사실상 제외시켰다는 후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사업을 위한 임대부지를,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 영위를 위한 특허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신규 면세점 사업자가 양 기관으로부터 부지임대계약과 특허권을 따내야 함에도 인천공항이 이번 입찰에서 인천공항세관과 별도의 협의를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입찰공고를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관세청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게 아니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절차는 모두 거쳤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