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개월여를 남겨두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어깨가 무겁다. 위기에 직면한 나라의 현실 앞에서 당선의 기쁨을 오래 누릴 틈이 없다. 인자한 모성으로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가계빚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민생을 챙겨야 한다. 한편으론 우리 경제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성장을 추동하는 냉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권을 거머쥔 '박근혜 정부'가 곧 시험대에 오른다. 위기의 시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인 앞에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공약에서 제시한 국정지표 가운데 무엇보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고개 숙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시급하다. 출범 첫해부터 경제전망이 밝지 못해 수년간 꾸려온 보따리를 바로 풀어야 한다.
 

◆양극화 잡아 ‘성장의 온기’ 퍼지나


'민생 대통령'을 표방한 박 당선인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경제위기 극복으로 모아진다. 우리 경제는 2009년 금융위기 시절의 침체에 비견되는 저성장 그늘 아래 놓여있다. 올해 경제성장도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돼 갈 길이 급하다.

2%대에 머문 2012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이 재정위기에 빠져있고 중국도 성장세가 둔화돼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UN(국제연합)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3년 2.4%, 2014년 3.2% 등으로 낮게 예상됐다. 이는 6개월 전보다 각각 0.3%와 0.7% 떨어진 수치여서 글로벌 경제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4대 국정지표로 제시한 △국민통합 △정치쇄신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 가운데 경제정책 과제를 실행에 옮기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민주화다. 소득 양극화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박 당선인의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에 만연한 불공정거래 등의 반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나라 밖에서도 비슷한 진단을 내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를 증진시켜 부를 재분배하겠다는 공약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면서 재벌개혁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박 당선인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불공정행위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도 △공정위 독립성·공정성 강화 △중대 경제범죄자 집행유예 금지·사면권 제한 △부당 내부거래 이익환수 등을 경제민주화의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대기업 소유 은행지분 한도를 축소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의 공정거래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기업 중심 경제체질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불공정행위를 잡아 질적 발전으로 '성장의 온기'를 퍼지게 하겠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 기조다.

하지만 GDP(국내총생산)의 58%를 차지하는 국내 5대기업의 역할이 막강해 이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경기침체의 늪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급격히 바꾼다면 기업 활동과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진통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에선 재벌기업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범위에서 공정거래를 강화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약한 '무늬만 재벌개혁'이란 비판을 가하고 있어 개혁의 간극을 좁히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산층 재건-성장 견인할 방책 세웠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나간다 해도 저성장 기조 속에서 서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경기 회복은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문제는 수출증가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소득분배 구조 속에서 중산층 재건과 가계부채 해결이라는 민생 정책이 얼마나 약효를 발휘할 지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민생경제의 최대 과제는 1000조원대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이다. 이는 중산층 재건과 소득 양극화 해소로 가는 관문인 만큼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조성이다. 이를 통해 신용회복 신청자의 빚을 50%까지 감면해주고 20~30%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층이 1인당 1000만원 한도의 10%대 저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돈으로 개인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어서 도덕적 해이 논란 소지를 안고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본인 대출로 조달해 세입자가 이자를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입지가 좁은 세입자에게 대출을 내줄 주택소유주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론이 만만찮다.

박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 관련해서는 과학기술 분야 등 정부 프로젝트에서 R&D(연구·개발) 인력을 늘리는 방식의 ‘창조경제론’을 제시했고, 2015년까지 공공무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평균세율이 20%인 한국의 복지예산 규모는 경제 전체의 8%에 불과하다. 30%대 세율과 25%의 복지예산을 적용하는 선진국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세금을 더 걷고 이를 복지 예산에 투입해야 하지만 경기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어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 정부의 노력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 당선인은 매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단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인데 세부 계획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체감경기를 회복시키고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을 추동하기 위한 추가경정 예산 편성 또는 증세가 논의될 소지가 있다. 보편적 증세는 소비위축과 서민층 조세저항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부가세 인상 등의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