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과열된 보조금 경쟁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2월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에 118억90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20일이 넘어서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강력한 제재조치가 이통사가 아닌 대리점에게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이통사의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반면, 대리점은 신규 영업이 어려워진 만큼 당장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이통사 ‘삼진아웃’ 영업정지… 실적개선엔 약?
LG유플러스 24일간(2013년 1월7일~30일까지), SK텔레콤 22일간(1월31일~2월21일), KT 20일간(2월22일~3월12일). 각 통신사 위반율에 따라 신규가입자 모집이 금지되는 기간이다.
지난 여름 ‘17만원 갤럭시폰’을 탄생시킨 이통3사의 과열된 보조금 전쟁에 방통위가 유례없이 무거운 철퇴를 가했다. 영업정지는 이통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수위의 제재로 지난 201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의 ‘삼진아웃제’에 따른 조치다. 삼진아웃제란 이통사가 같은 금지 행위를 3번 이상 반복하면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통3사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이미 보조금 과잉지급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통신사 보조금을 허용하고 있지만 과다 지급해 이용자를 차별하는 경우는 제재하도록 돼 있다”며 “지난 9월 KT가 보조금 대란을 촉발했으며 모니터링 결과 각 통신사의 위반율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최대 한도는 기기당 27만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휴대폰 신규 가입자 10명 중 4명꼴로 27만원을 넘어선 보조금을 지급 받았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제재조치에 이통사는 곤혹스런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달에 가까운 장기간 영업정지에 과징금이 함께 부과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걱정스런 통신사들의 반응과 달리 증권가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영업정지가 이통사들의 실적에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영업 정지 기간이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 9월부터 삼진아웃제에 대한 준비 기간이 짧지 않았던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기변경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영업정지 기간 동안 신규가입자 쟁탈전을 벌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면서, 매출은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불똥 튄’ 대리점 “이통사 잘못 떠맡은 꼴”
정작 이번 조치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각 통신사 대리점들이다. 영업정지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다면 대리점주들로서는 생존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용산 지역에서 SK텔레콤을 대리점을 운영 중인 점주는 “매출이 최소 50%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규 가입 외에 요금수납이나 기기변경 등으로 영업 활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주 수익원이 막힌 상태에서 매출 감소는 어쩔 수 없는 것로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통사가 보조금을 풀면서 정작 대리점도 이득을 보지 않았냐고 하지만, 당시에도 판매율은 높았지만 수익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며 “잘못은 통신사가 했는데 그 피해를 대리점에 떠넘기는 꼴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결국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푸는 것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영업정지 기간 동안 통신사들은 고객을 뺏기지 않는 데 비해, 대리점들은 직접적인 매출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해당 점주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통신사의 대리점 위로금 지급을 주장하기도 했다.
용산 지역에서 LG유플러스 대리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당장 1월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간다는데도 아직까지 본사로부터 구체적인 지침이 전해진 것은 없다”며 “판매율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본사에서 차감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니 죽을 맛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할당된 신규 판매량을 채우지 못하면 본사에서 지원해주던 가게 임대료를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영업정지 상황에서 할당량을 채울 수도 없고, 당장 매출은 줄어드는데 직원들 임금에 임대료까지 지출이 늘어나면 어떻게 버티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두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라는 그는 영업정지 기간에 대비해 다른 창업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리점주들에게 예전과 똑같은 기준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다만 대리점마다 등급이 정해져 있어 높은 등급의 대리점에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해 주는 것은 맞지만, 이는 인센티브의 개념이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차감하는 것은 아니다”고 확인했다.
이 같은 대리점의 아우성이 높아지는 데 대해 이통3사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대리점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위로금 지급 등의 방식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방통위 강력 제재, 실효성 있을까?
문제는 이통사보다 대리점의 실질적인 피해가 더 큰 이번 조치로 인해 보조금 억제를 위한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 지역에서 KT대리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어차피 이통3사 영업정지 기간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한 이통사의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며 “대리점만 죽어나는 상황인데 이통사에서 굳이 보조금 전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과 함께 통신사의 보조금 과당경쟁을 지적해 온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최 의원은 “역대 최고 수위의 제재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며 “다만 단순히 보조금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통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뒤따르지 않아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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