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 위축과 글로벌 재정위기로 인해 국내 100대 건설사 중 30여개의 건설사가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논란, 중국경제의 불확실성 등이 혼재하고 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건설업계는 올해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확실성과 치열한 저가 수주경쟁, 국내 주택시장 침체 등의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지난해 화두였던 '생존'은 올해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주요 건설사 CEO의 신년사를 보면 위기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협회장 및 LH공사를 포함한 상위 10위 내 건설사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가 '위기'일 정도다.
◆위기감 팽배한 건설업계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대표 CEO는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다. 서 사장은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금년이야말로 회사의 미래 명운을 결정하는 중대한 전환기"라며 "일대 혁신을 추진하는 비상경영의 해로 정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해 원가혁신활동 강화와 현금유동성 개선, 조직인력의 효율성 제고, 리스크 관리를 통한 부실 사전차단, 경비절감 등을 상시 관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 역시 위기상황에 따른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 억제와 무수익자산 처분 등 캐시플로어 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원가절감의 성공·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하고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아이디어를 나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기본실천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주 중심, 내실 구축 등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그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며 "핵심가치는 액자 속 좋은 글로 남아서는 안된다. 가슴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조기행 SK건설 사장은 수익성을 강조한 신년사로 올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3년간의 양·질적 성장을 토대로 삼아 올 한해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실행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위기를 성장의 기반으로 실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리스크와 위기극복을 위한 생존경영을 경영방침으로 세우고 현금중시 경영과 차입금 최소화, 채권 회수 등을 우선해야 한다며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근무기강과 내부통제 강화까지 거론할 정도다.
◆위기의 건설사, 부활 의지 확고
매각 불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의 신년사는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끝난다. 그는 신년사에서 "협력업체의 협조와 캠코 및 채권단 등의 지원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특히 "임직원 여러분의 노력에 진정 미안하고 고맙다"고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때문에 올해 쌍용건설의 첫번째 목표도 회사 살리기다.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우발채무 최소화와 유상증자 등 상위권 건설업체에서 볼 수 없는 단어들이 신년사를 가득 채웠다.
워크아웃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금호건설 원일우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턴어라운드 원년'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옥 사장 후임으로 신임 사장이 된 그는 "워크아웃 4년째에 접어드는 올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며 "난관과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도약의 역사를 일구자"고 회생의 의지를 불태웠다.
◆위기는 기회, 성장발판 삼겠다
위기에 직면하면 기업인은 대부분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영혁신을 이뤄내자는 대동소이한 목표를 세운다.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식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며 전의를 불태우는 경우도 있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신년사는 위기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기회를 강조하는 케이스다. 정 부회장은 지금의 경제현실을 '퍼펙트 스톰'에 비유하면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며 파나소닉의 전성기를 이끈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을 인용해 "호황은 좋다. 불황은 더 좋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위기야말로 약진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지난해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수상은 '가장 만족스러운 날은 아무 일이 없이 평안히 보낸 날이 아니라 할 일이 태산이었는데도 결국은 그것을 해낸 날이었다'고 말했다"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전통을 가슴에 새기고 일심단결해 일로매진해 나가자"고 의욕을 고취시켰다.
◆직접 PT, 위기 언급 않기도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5대 건설사 수장 중 유일하게 신년사를 언론에 배포하지 않았다. 대신 임직원 앞에서 도표를 근거로 프레젠테이션(PT)을 가졌다. 정 사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요목조목 올해 계획과 목표를 발표했다는 후문이다.
강조한 내용은 글로벌 성장 강화와 조직 슬림화다. 정 사장은 핵심사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미래성장 확보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번념부 삼성물산 부회장의 신년사는 거의 유일하게 위기나 생존을 거론하지 않은 경우다. 정 부회장은 '지속 혁신을 통한 글로벌 초일류 도약'이라는 경영방침을 내걸고. '글로벌 인재 개발, 전문성 축적 및 활용, 차별화된 경쟁력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내용으로 하는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의외로 올해 경영 키워드를 '헌신'으로 삼았다. 지난 2년간의 실천과제인 '소통'과 '융합'에 이어 보다 적극적인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특이하게 신년사에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서 사장은 "우리산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장의 생산직 근로자,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동료들을 따뜻하게 살피고 그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사랑받는 회사와 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신년사로 본 건설사 CEO의 말말말(가나다 순)
"진정 미안하고 고맙다" -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바람이 강하면 연을 더 높이 날릴 수 있다" -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
"위기 넘긴 기업에게 더 많은 열매가 주어졌다" -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지혜로운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 환골탈태하자" -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호황은 좋다, 불황은 더 좋다" -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위대한 삼성물산을 만들어 내자" -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성공스토리" - 조기행 SK건설 사장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 허명수 GS건설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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