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63)이 취임 한달을 맞았다. 지난해 12월17일 김중겸 사장의 중도사퇴로 어수선한 '한국전력호'를 이끌게 된 조 사장은 취임 당일 "한전의 과거 위상을 되찾겠다"며 'Again KEPCO'를 외쳤다.

그리고 불과 한달 사이 한전의 부활을 향한 조 사장의 열정은 경영행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전기료 인상에 강한 의지…'난제' 푸나

한전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전기료 인상이다. 이와 관련 조 사장은 새해 시작과 더불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전기요금 인상이나 재무개선은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에 (요금인상) 건의를 한번 해서 안 되면 두번, 세번 하다보면 정성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요금인상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정부에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건의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에 있어 재무개선과 직결되는 만큼 중요한 문제다. 한전은 지난 2008년부터 적자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부채만 80조원에 이르고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2011년에만 3조510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3분기 1조1480억원(본사 기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경영수치가 개선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4년 반 동안의 누적적자가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경기위축 탓에 전기요금 인상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한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적자의 상당부분을 털어 내야 하는 형편이다.

그동안 김쌍수·김중겸 두 전임 사장도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해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꾀했지만 정부와의 마찰로 끝내 상황을 호전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하는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한전의 '눈덩이' 누적적자를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1차관 출신인 조 사장이 전임 사장과 달리 정부와의 관계회복에 어떤 방식으로든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전력수급 안정 위해 창사기념일 연기

'취임 한달'에 불과하지만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조 사장의 노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동절기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 사장은 한전의 창사기념일(휴무)까지 연기하며 비상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창사기념일(1월25일)이 전력수급 비상기간 중이어서 동절기 전력난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설 연휴 전후로 창사기념일을 미루자고 노조 측에 제안했고, 노조가 이에 동의하면서 기념일 연기가 성사됐다. 

조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에 쏠려 있는 국내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도 해외사업 역시 공격적인 행보를 감행하고 나섰다. 지난 8일 UAE로 출국해 원전사업 발주처인 ENEC사의 칼둔 무바락 이사회 의장과 하마디 사장을 만나 원전건설과 운영현안을 논의한 게 대표적이다.

조 사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UAE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사건, 제어봉 안내관 균열 등 원전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터졌다. 이로 인해 최근 UAE 정부나 원전 발주처에서는 한국 원전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조 사장은 취임 직후 이를 불식시키고자 현지로 날아가 UAE 관계자들과 회동하며 의견을 조율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조 사장이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UAE측의 우려를 해소한 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국책사업인 원전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전에 있어 UAE는 상당히 중요한 거래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12월 사상 최초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한 지역이 곧 UAE로, 당시 수주금액은 186억달러(20조원)에 달한다. 단일 수출 프로젝트로선 금액면에서 역대 최대다. 특히 UAE 바라카에는 한국형 신형원전(APR-1400) 4기가 들어설 예정이고 현재 5000여명이 투입돼 1·2호기 건설이 한창이다.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과의 화해는 숙제

한달을 보낸 조 사장에 대해 비교적 호평이 주를 이루고는 있지만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최근 들어 반발수위가 높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가 그중 하나다.

한전은 현재 울주군 신고리 원전-경남 창녕의 북경남 변전소 간 90㎞에 걸친 송전탑 161기 설치공사를 추진 중이지만 밀양시 상동면 등 4개 면 지역에 설치할 52기는 주민 반대로 공사가 중단됐다. 특히 밀양의 765㎸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과 한전 간의 대립과 갈등이 깊어졌다.

지난 9일만 해도 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는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전이 주민 다수의 동의와 합리적인 설득 절차를 외면한 채 일부 주민 설득을 통해 공사강행에 나서려고 한다. 이는 마을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처사"라고 규탄했다.

물론 한전 측이 주민과의 공식적인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며 맞서고 있지만 한전의 사령탑인 조 사장으로선 밀양 주민들의 반발세를 잠재울 만한 묘책을 제시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만은 분명하다.
 

 
■ 조 사장 취임 후 한전이 유해졌다?
 
조 사장 취임 이후 한전의 조직문화가 유연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중겸 전 사장이 오전 7시30분께 출근했던 것에 비해 조 사장은 그보다 한시간 가량 늦게 회사에 나온다. 사장 눈치를 보느라고 괜히 일찍 출근하던 임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로 인해 최근 한전에선 불필요한 조기 출근이나 야근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자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 아니라 조 사장은 자신의 취임식에 발전 자회사 사장들을 일부러 참석시키지 않았다. 그룹사 사장단과 만날 때는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의견을 나눴고 사장단 회의를 한전 본사가 아닌 발전자회사인 동서발전에서 진행하는 파격행보도 선보였다.

다만 조 사장은 인사청탁에 대해서 만큼은 엄벌조치하겠다며 투명성 있는 인사정책을 강하게 피력했다. '인사청탁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리스트에 포함된 임직원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필>
상공부 미주통상과 과장/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부이사관/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 국장/산업자원부 차관보/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산업자원부 차관/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KOTRA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