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징계도 '그들 싸움 못 막아'
가장 먼저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31일 영업을 재개하면서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혜택을 지원했다. LG유플러스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가 LG전자 옵티머스G를 구매할 경우 일부 대리점이 보조금 45만원을 지급한 것. 더구나 이 대리점은 '히든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50만원을 더 지급해 소비자 출고가 99만9000원짜리 옵티머스G를 5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두번째 영업정지 대상이었던 SK텔레콤 역시 보조금 상한선을 넘기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SK텔레콤 대리점은 휴대전화 가격비교 커뮤니티 '뽐뿌'(www.ppomppu.co.kr)를 통해 자사로 번호이동을 하면서 옵티머스G프로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 42만원을 지원한다고 홍보했다. 옵티머스G프로의 소비자 출고가는 96만8000원이다.
현재 영업정지상태인 KT도 그동안 다른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한 KT 대리점은 영업정지 이전인 2월 초 휴대전화별로 30만~6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했다. 소비자 출고가 99만9900원인 베가R3는 60만원, 81만4000원인 아이폰5는 30만원이 보조금으로 지원됐다.
하지만 이들 이통 3사는 "일부 대리점이 독단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벌어진 문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본사에서 강하게 보조금 지급 한도를 제시했지만 일부 대리점이 이를 어기고 자체적으로 혜택을 제공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방통위는 이통 3사의 입장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방통위에 따르면 일부 대리점이 독단에 의해 상한선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했더라도 대리점은 본사의 사업을 위탁받은 사업체이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 뿐만이 아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모두 영업정지기간 중 예약고객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일부 대리점에서는 암암리에 예약고객 모집이 이뤄지고 있고, KT 역시 현재 일부 대리점에서 예약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꾸준히 시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고 있는지 사실 여부도 함께 조사 중"이라며 "오는 3월 말이나 4월 초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조금 과다 지급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면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제재수준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징계, 과연 적절한 처벌인가
이통 3사의 영업정지 처분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가운데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통 3사에게 영업정지 징계는 오히려 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는 주장까지 들린다.
방통위가 한 이통사에 영업정지기간을 부여하면 다른 2개의 이통사는 고객 뺏어가기에 집중한다. 게다가 이통사들은 돌아가면서 한번씩 영업정지를 당하기 때문에 이통사로서는 특별히 잃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영업정지기간 동안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는 것에만 전념하면 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
반면 소비자들은 이통사의 영업정지기간 중에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하루가 다르게 오락가락하는 보조금으로 인해 오히려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기간 중 약 15만명의 고객을 경쟁사에 뺏겼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영업정지기간 동안 약 18만명의 고객을 다시 찾아왔다. SK텔레콤도 영업정지기간 중 약 34만명의 고객을 잃었지만 '착한기변' 등의 전략으로 기존 고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KT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영업정지기간 동안 약 21만명의 고객을 유치했고 자사의 영업정지기간에는 '통큰기변' 등의 프로모션으로 고객 지키기에 힘쓰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통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총 116만3720건이다. 지난해 12월 116만8537건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다한 보조금을 지원한 이통 3사의 영업정지 징계에 대해 방통위 측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각각 22일, 20일, 24일로 다르게 영업정지기간을 부여했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영업정지 징계가 이동통신 3사를 처벌하는 적절치 못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 측은 이어 "앞으로도 통신시장의 보조금 과열경쟁이 계속된다면 그때는 해당 이통사에 좀 더 적절한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해 9월 99만원짜리 휴대전화 갤럭시S3를 17만원에 판매하는 등 과다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 3사에 영업정지 징계를 내렸다. 영업정지기간은 LG유플러스(1월7~30일), SK텔레콤(1월31일~2월21일), KT(2월22일~3월13일) 순이다. 각 이통사는 해당기간 동안 '신규가입자 모집 및 번호이동 금지' 징계를 받았으며, 해당기간에는 자사 내 기기변경 서비스만 할 수 있다. 보조금은 최대 27만원으로 제한했으며, 이를 어기면 그에 따른 제재가 가해진다.
■통신 다단계업체, 불법 예약고객 유치 '만연'
"갖고 있는 신분증 복사본 바로 찢어서 버리세요. 빨리요."
지난 1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 사업장에 방통위의 불시 모니터링 소식이 전해지자 대표사업자가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이 업체는 LG유플러스 휴대전화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다단계판매업체로 지난 1월 영업정지기간에 신규가입자 유치 등이 불가능해지자 신분증 복사 등의 방법으로 예약고객을 받으며 사업을 지속했다. 또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 다단계판매업체 역시 LG유플러스 휴대전화 상품의 예약고객을 모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방법의 적법 여부에 대해 해당 회사 측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 업체의 예약고객 모집은 위법행위가 분명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영업정지기간에 예약고객을 모집한 것은 엄연히 위법에 준하는 행위"라며 "영업정지기간 중에는 자사 내 기기변경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들 업체는 "예약고객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 등은 한달 뒤에 지급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 측은 "예약고객 유치 자체가 위법행위에 해당하고 인센티브 등이 당장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영업정지기간 중에 자행된 위법행위 사실의 합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대응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해당업체들이 임의적으로 추진한 것 같다"며 "불법영업 사실도 처음 들었고 그에 대해 아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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