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시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몇년간 악성루머와 공매도 세력에 시달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4월16일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셀트리온을 비롯한 계열사 주식 전량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한국거래소가 보증하는 우량기업임을 뜻하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돼 있던 알앤엘바이오의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더욱이 검찰이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알앤엘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 바이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지난 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은 기초과학 연구의 중심인 벤처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이 발표되고 벤처 대박 신화에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연구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부터 기대감이 거품을 형성했다.

당시 급등종목들을 살펴보면 실적과는 무관하게 바이오회사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로 가능한지,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보다는 무조건적인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던 시기다.

줄기세포 관련 종목인 산성앨엔에스, 조아제약 등은 '연구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30~50배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정확한 정보도, 기업 분석도 없었다. 그냥 올랐다.



그러나 2005년의 황우석 사건이 터져나오면서 바이오기업에도 황혼이 찾아왔다. 특히 논문조작을 통해 국내 과학계의 대외신뢰마저 바닥으로 끌어내린 황우석 사건 이후 주식시장에서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바닥이었다.

달아올랐던 머리를 식히고 냉정하게 바라보자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는 사실이 부각됐고, 시장성이 과연 확보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그랬던 바이오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흐르며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하나둘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고령화가 진행되며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덕분에 침체됐던 바이오시장에도 한줄기 빛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살아나던' 바이오시장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폭탄발언과 알앤엘바이오의 상장폐지라는 대형사건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다시 한번 침체기로 돌아선 상태다.

◆ 증권업계 "10년 전과는 다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셀트리온과 알앤엘바이오 사태로 인해 국내 바이오업종에 대한 리스크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비관적인 시각보다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김나연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인구증가와 고령화 이슈,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 등으로 산업을 둘러싼 매크로 변수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의약품은 물론 헬스케어산업이 전반적으로 재관심을 받게 됐다"고 설명한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그야말로 한때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었던 바이오기업들은 지난 10년의 시간을 보내며 ▲기술의 발달 ▲윤리적 규제에 대한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 도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정부의 재정적 부담 증가 ▲개인들의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한 요구와 건강에 대한 인간의 욕망 등이 증가했고,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술개발(R&D)에 나섰던 기업들의 성과가 드디어 도출되기 시작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바이오산업에도 가시적 이익을 내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전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후적 치료보다는 사전적 예방 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씨젠·테라젠이텍스·디엔에이링크 등의 진단서비스 관련 업체와 메디톡스·오스템임플란트·휴비츠·제이브이엠 등 의료장비&제품업체, 인포피아·인피니트헬스케어 등 헬스케어업체의 실적이 성장하고 있고, 주가 또한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손위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줄기세포 관련 사업 영위 기업이 바이오업종을 선도했다면 이제는 전통적인 화학합성의약품을 대체하는 바이오의약품(단백질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 분석(유전자분석 서비스, 유전자 진단), 헬스케어(미용 의약품, 의료장비) 등 다양한 분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시장의 관심도 높다.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해 해외자본이나 대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JP모건 사모펀드의 1조원가량이 셀트리온에 투자됐다. 또 국내 업체(삼성·LG·SK 등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의 대형제약사)들이 공격적으로 바이오산업에 신규로 진출하고 있으며, 기존 바이오업체들의 자본투자도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국내 바이오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아직은 유효할까. 손 애널리스트는 우선 1·2분기에 양호한 이익전망치로 상대적인 투자매력도가 높고, 소재와 산업재 등 국내 대형주들의 부진에 대비해 방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의료 법안 추진과 헬스케어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확대 등 정부정책의 모멘텀으로 아직은 타 업종에 비해 유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향후 바이오업종의 가장 중요한 주가 동력원은 실적성장과 해외진출"이라며 "글로벌 제품경쟁력을 보유해 해외진출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거나 향후 해외매출 비중이 증가하는 기업의 주가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와 관련된 바이오업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시가총액 1000억원, 지난해 매출액 100억원 및 영업이익 10억원 이상 상장기업 중 기업가치 및 실적 등을 감안해 종목을 선별한 결과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씨젠, LG생명과학, 차바이오앤, 종근당, 메디톡스, 씨티씨바이오, 오스템임플란트 등 총 27개의 종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