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전(前) 직원의 폭로로 시작된 미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 '프리즘(PRISM)' 논란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중앙부처 공무원이 공무 이메일 대신 지메일을 공식 메일로 사용하고 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과학기술·ICT 정책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정책 실무자의 명함에는 과천청사 주소와 홈페이지, 팩스번호, 전화번호, 휴대폰번호 등과 함께 지메일 계정의 이메일 주소가 기재돼 있다. 이 명함에서 정부 메일 주소는 찾아볼 수 없다.

국가의 IT 미래정책 수립 임무를 맡은 담당관이 공공기밀이 유출될 소지가 높은 지메일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보유출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명함의 주인은 "부처 메일 시스템이 덜 됐을 때 나온 명함이라서 지메일만 적혀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 메일 주소가 포함된 새 명함은 언제쯤 나오냐는 질문에는 "지금 쓰고 있는 명함이 남아있기 때문에 새로 명함을 발급 받으면 메일주소를 바꿀 거다. 부처 메일도 당연히 사용하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답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IT업계 종사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식석상에서 해당 명함을 받았다는 IT 서비스 업체 고위 임원은 "정부 공무원들 가운데 웹메일, 특히 지메일을 사용자하는 이들이 많아 놀랐다"며 "더구나 미국 정부의 정보검열 때문에 시끄러운 시국에 아직도 지메일만 적힌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 이거야 말로 '정보유출 불감증' 아닌가"고 말했다. 업체의 선의만 믿고 정보를 맡기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는 것.

이어 그는 "민간인의 지메일 사용은 어차피 개인과 조직의 문제일뿐이지만, 정부 공무원의 사용은 경우가 많이 다르다"며 "나중에 위키리크스와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어, 내 메일이 왜 저기에 나오지'하고 놀랄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IT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중앙부처 정책 실무자의 명함에 정부 메일이 아예 없고 지메일 주소만 있어서 의아했다"며 "우리나라 IT 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미래부가 이러한데 다른 부처라고 안 그렇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아시아 국가 관리 상당수가 기밀정보를 공무 이메일 대신 개인 이메일로 주고 받는다던데 멀리 찾을 것 없이, 바로 우리 정부 얘기였다"며 혀를 찼다.

실제 지난 1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관리 상당수가 기밀정보를 교환하는데 공무 이메일 대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결제사회의사회에 참석한 아시아 33개국 중 20여개국 대표가 지메일, 핫메일, 야후 계정의 이메일 주소를 연락처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전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이 폭로한 국가안보국(NSC)의 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Planning tool for Resource Integration, Synchronization and Management, 자원 통합·동기화·관리용 기획도구)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들의 서버 컴퓨터에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이메일, 영상, 사진, 음성, 파일전송 내역, 통화 기록, 접속 정보 등 온라인 활동 전반에 걸친 정보들이 수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노든은 자신을 간첩혐의로 기소한 미국 정부의 송환을 피해 '프리즘' 폭로지인 홍콩을 떠나 에콰도르 망명길에 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