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에 막혀 무산되면서 새 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합병 시너지가 사라진 상황에서 당초 거론됐던 몸값이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아 가격 조정 없이는 재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롯데렌탈
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새 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빠른 매각에 치우친 나머지 SK렌터카와의 통합에 따른 독과점 형성 및 소비자 피해 우려를 간과한 점이 패착이 됐다는 지적이다. 당초 거론됐던 롯데렌탈의 몸값도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아 가격 조정 없이 재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18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롯데렌탈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관련 논의를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SK렌터카를 보유한 어피니티와 롯데렌탈의 기업결합이 단기 렌터카 시장의 실질적인 경쟁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 양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롯데 내부에서는 매각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였던 반면 업계에서는 독과점 심사가 변수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서두르던 롯데그룹이 독과점 변수를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과점 리스크가 있는 기업결합은 최종 딜 클로징까지 신중해야 한다"며 "매각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통합 시너지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계속 나오면 공정위로서는 독과점 이슈를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가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국내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17.1%)과 SK렌터카(12.2%)의 합산 점유율은 29.3%에 달한다. 3위 사업자인 쏘카(3.7%)의 7.9배 수준이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38.3%로 2~7위 사업자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사모펀드의 연이은 인수도 공정위가 문제 삼은 대목이다. 경영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모펀드가 단기간에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경우 가격 인상과 소비자 선택권 축소, 중소 사업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만 시너지일 뿐 시장 왜곡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등한시됐다는 평가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지난 1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기업결합이 무산되면서 어피니티가 제시했던 몸값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롯데그룹과 어피니티가 합의했던 총 매각 금액은 약 1조5728억원이며 당시 롯데렌탈 시가총액의 약 2.6배에 달한다. 렌터카 업계 1·2위의 통합 시너지를 전제로 한 가격이었던 만큼 현재는 같은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수 매력 역시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 렌터카 시장 규모가 작아 자체 성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차량 구매와 정비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을 높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수요를 기반으로 한 장기렌터카와 사무기기 렌탈 물량도 예전처럼 기대하기 힘들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렌터카 시장은 중국의 27분의 1 수준"이라며 "두 업체를 통합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때 인수 매력이 생기는 것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 원매자는 굳이 비싼 값을 주고 인수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통합 이상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면 인수는 다시 불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연내 재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몸값을 쉽게 낮출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자동차와 한국앤컴퍼니는 적극적인 인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인수 후보군을 거론하며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계열사 물량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매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매각 이후에도 기존 계약이 단기간에 종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