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깊고 단단한 나무가 튼튼한 것처럼 사람의 경우에도 허리가 곧고 바른 이가 건강하다. 나무의 중심이 뿌리라면 인체의 중심은 척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의 뿌리와 사람의 척추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나무의 뿌리는 땅 속에서 흔들림 없이 자리를 유지하는 반면, 척추의 경우에는 움직임과 이로 인한 충격을 직접 감당해야 한다.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추는 그만큼 여러 질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엉겨 붙어 있는 것을 일컫는 이른바 ‘유착’이 척추에 발생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유착증이 허리디스크 증상과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자가 진단으로 헛다리만 짚다가 다른 신체 부위로 통증을 확산시키기 십상이라는 것.

실제 얼마전 허리디스크인 줄 알고 내원한 40대 후반의 한 남성 환자를 진단해 보니 ‘경막외 유착증’을 앓고 있었다. 이 남성의 경우 허리디스크로 짐작하고 여러 병원에서 엑스레이(X-ray)만 찍어댔을 뿐 정작 필요한 치료를 진행하지 못했고, 그러는 동안 통증은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내려와 버렸다.


이 환자를 괴롭힌 경막외 유착증은 신경을 감싸고 있는 조직인 경막에 유착이 생기는 증상으로 일반적인 디스크 검사로는 잡아낼 수 없다.

◆허리디스크와 비슷한 듯 다른 경막외 유착증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본다는 요통은 발병부위와 증상이 여러 가지인 만큼 질환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허리가 아프면 허리디스크부터 의심하고 본다. 허리디스크는 척추의 뼈 사이 사이에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을 받치고 있는 인대 조직이 파열돼 추간판이 뒤로 밀려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초반에는 통증이 허리에 머물다가 점점 엉덩이에서 다리까지 내려온다. 이것이 경막외유착증과 허리디스크를 혼동하게 만든다.

경막외 유착증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 중 가장 바깥에서 둘러싸는 경막이 주변의 조직과 들러붙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 허리 통증에서 하반신으로 통증이 전이되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로 착각하기 쉽다.

문제는 증상에 대한 오해가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허리디스크가 발생했다면 디스크 주변에 약물을 투여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방법인 주사치료법을 통해 호전이 가능하지만, 경막외 유착증의 경우라면 CT나 MRI 등 기타 영상 검사법을 시행해도 유착된 부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경막외 유착증 잡아내는 '경막외 조형술'

허리질환 때문에 척추수술을 한 경우 치료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게 되는 ‘척추수술후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수술후 증후군은 추간판 탈출증의 재발, 척추 협착증, 지주막하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경막외 유착증도 이러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주 원인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척추 수술을 받고도 유착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허리디스크와 동반해서 발병되는 경우도 있다. 검사를 통해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나 수술을 잘 마쳤음에도 숨어있는 유착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통증이 지속되는 것이다.

CT와 MRI로 확인이 불가능한 경막외 유착증은 경막외 조형술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는 꼬리뼈로 조형제를 주입하면서 사진을 촬영해 조형제가 흘러가는 것을 관찰하는 진단법이다.

조형제가 정상적인 척추에서는 이상 없이 흘러가지만 유착이 생긴 척추에서는 원활히 흐르지 않고 멈추거나 더디게 흐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신경성형술로 뭉친 유착 풀어주면 완치

근육이 뭉쳐 쑤신 어깨를 마사지로 풀어주면 호전되듯 척추 내에 뭉친 유착 역시 풀어주면 된다.

경막외 유착증의 경우 척추의 꼬리뼈 부분을 국소 마취한 후 병변이 있는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성형술’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

흔히 허리가 아프면 덜컥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하고 겁을 내는 환자들이 많지만 신경성형술은 절개 없이 특수한 초소형 관을 삽입해 시술하는 치료법으로, 흉터가 남지 않을뿐더러 회복 속도 또한 빠르다.

신경성형술은 원인이 되는 염증 유발 물질과 경막외 유착을 제거해 신경을 완화해 준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허리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


허리건강 지키는 '경막외 유착증' 예방 Tip



1. 자세가 경직되면 경막외 유착증이 발병되기 쉬우므로 등과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30분 간격으로 실시한다.

2. 머리를 감을 때는 목과 허리만 숙이지 말고 서서 샤워하듯 감는다.

3. 앉아있을 때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의자 끝에 걸쳐 앉거나 한쪽 엉덩이에 무게 중심이 실리면 척추가 한쪽으로 치우쳐 기울 수 있다.

4.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땐, 허리만 구부리지 말고 무릎과 팔 힘을 함께 이용한다.

5. 좌식생활은 허리에 큰 하중을 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입식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