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본사 영업사원들이 '낮에 술을 마시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는가 하면, 누구를 만나는지까지 알고 있더라구요. 알고보니 카운셀러로 하여금 저를 감시하게 한 거죠. 심지어 넥타이색깔이 뭔지까지 보고될 정도였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을 운영하던 오광식씨. 그는 회사 측이 카운셀러를 시켜 특약점 사장을 감시하게 하는 등 인권유린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오씨는 7억원을 투자해 특약점을 열었지만 성장이 더디다는 이유로 다른 매장으로 강제이전 당했다. 영업이 안되는 곳으로 이전명령을 받은 이후 결국 아모레퍼시픽과의 거래를 중단했다는 게 그가 털어놓은 사연.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 주요 영업수단인 특약점(방문판매대리점)과 '갑을'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특약점은 회사 영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핵심영업채널. 본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카운셀러, 즉 방문판매사원이 물건을 팔게하는 판매조직이다. 일종의 '중간대리점' 역할을 하는 특약점은 현재 전국에 550여개가 있으며 특약점 한곳당 50~60명의 카운셀러가 일한다. 카운셀러 규모만 3만5000여명.

그런데 최근 일부 특약점들 사이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횡포에 불만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전국 21여개 특약점주들이 모여 만든 피해대리점협의회가 그것. 이들은 수억원을 들여 특약점을 개설했지만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카운셀러를 빼가는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는 감시자?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를 처음 거론한 진보정의당의 최현 중소상인자영업자위원회 국장은 "부당하게 특약점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특약점주의 약점을 잡아 협박한 녹취록이 있다"며 "녹취록을 들어보면 특약점주의 사생활로 협박해 결국 가맹을 해지시킨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측과 계속 얘기를 하고 있지만 대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관련 내용을 들고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특약점의 감시도 문제지만 영업 핵심이나 다름없는 카운셀러 빼내기도 문제가 됐다. 부천특약점을 운영하던 강형순씨는 "2년간 매출 20억원대의 특약점으로 키워놨지만 본사 영업담당자는 구역을 세분화한다며 방판사원 15명을 빼갔다"고 말했다. 그는 "버티면 대리점이 강제 철수당할 우려가 있다"며 "어렵게 교육시켜놓은 방판사원을 한 특약점에서 4~5번이나 빼앗기기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측은 "처음 특약점을 열 때 카운셀러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일정수준으로 자리잡으면 다른 지점을 열기 위해 지원해주는 구조"라며 "일방적인 빼내기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금성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협의회장은 "특약점은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에게는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수단"이라며 "직원들에게 명퇴 후 특약점을 열어주겠다고 해놓고는 결국 이렇게 사업을 망쳐놓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체 특약점의 80% 이상이 아모레퍼시픽 임직원 출신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서 회장 역시 1975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22년간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1996년부터 특약점을 운영했다. 퇴직 후 어렵게 자리 잡아 놓은 특약점이지만 회사 측은 다년계약이 아닌 1년에 한번씩만 계약을 갱신해줬다. 그러다 2007년 직영화로 인해 특약점을 강제 포기 당했다.

서 회장은 "카운셀러는 본사와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지만 회사는 이들을 쥐락펴락한다"며 "비용을 들여 교육시켜 놓으면 아무런 대가없이 빼앗아 다른 점포로 배치시킨다. 이는 약탈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특약점주들의 이 같은 반발 움직임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7월25일 권영소 대표이사 부사장, 이용협 방판사업부 상무 등의 경영진이 나서 피해자협의회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민단체인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이성근 공동대표는 "대기업이 커졌음에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은 없고, 슈퍼 갑만 더욱 뿌리내렸다"며 "예전에는 대기업과 거래를 하면 그나마 이윤이라도 봤지만 지금은 이윤은커녕 자신의 재산도 착취당하고, 가정도 파탄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약탈적 상거래행위를 중단하고 특약점주와 협의를 통해 영업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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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