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가 목동은 아니잖아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요?"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가좌역 인근 아파트 주민의 말이다. 그동안 여타 후보지 지역주민들의 분노 섞인 반대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왔던 터라 사뭇 당황스러웠다. 모두가 같은 의견일 순 없다고 판단, 가좌지구 일대를 돌며 취재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들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와이 낫(Why Not)?'이었다.
역사 주변 풍경 역시 앞서 방문했던 안산 고잔지구나 서울 목동지구와는 확연히 달랐다. 반대가 극심했던 이 지역들은 역을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게 행복주택 건립 반대 플래카드였다. 뿐만 아니라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아파트 벽면이며 도롯가 이곳저곳에 반대 플래카드나 성명서가 나붙어있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좌지구는 가좌역 바로 앞에 위치한 K아파트 정문에 붙어있는 플래카드를 제외하면 유사한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찬성 기류 '솔솔' 부는 까닭은?
인근 아파트 관계자와 공인중개업소, 국토부 등에 따르면 가좌지구는 현재 추진 중인 행복주택 후보지들 가운데 찬성 기류가 가장 강하게 흐르는 곳이다.
후보지 중 거의 유일하게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았을 뿐더러 관할 지자체인 서대문구와 마포구에서도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행복주택 설계업체를 선정하는 등 올 연말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2016년부터는 행복주택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좌지구는 행복주택 후보지 중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라며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지자체에서 정부를 믿고 맡겨보겠다는 의사를 많이 보내왔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사업안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구역상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과 마포구 성산·중동 일원에 속하는 이곳 가좌지구는 지하철 경의선 가좌역 철도역사 부지(2만6000㎡ 규모)를 활용해 행복주택이 들어서게 된다. 예정대로 행복주택이 지어질 경우 650가구에 1495명이 거주하게 된다. 특히 연세대와 홍익대 등 반경 5km 이내 대학들이 위치한 점을 활용해 국토부는 대학생을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근의 한 아파트 거주민은 "행복주택이 지어지면 대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며 "이쪽 동네는 보다시피 아직 상권이 열악하고 주거환경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대규모 인구가 유입되면 상권이 더 활성화될 테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마이너스가 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가좌지구는 노후화된 주택 밀집지역으로, 고가도로가 인접해 있어 소음 문제가 있고 공원이나 산 등 녹지가 거의 없어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가좌지구에 행복주택을 건립하면서 인근 공원화 계획과 소음 및 교통환경 개선이라는 카드를 내세웠다. 아울러 경의선 철도로 인해 지역 교류가 힘든 상황을 고려해 철도로 나눠진 지역을 데크 브릿지로 연결, 지역간 소통의 공간으로 제공하는 '브릿지 시티'로 개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주민 역시 "현재 철도 때문에 인근 아파트 소음이 상당한데 인공 데크가 씌워지고 나면 그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점이 우선 반갑다. 또 모래내 방면으로 도로여건이 열악한 실정인데 행복주택 건립과 함께 보완될 계획이라고 들었다. 주거환경이 훨씬 나아질 것 같다"며 찬성 이유를 전했다.
◆"잃을 것 없다… 오히려 득"
가좌지구는 여러모로 주거환경이 개선돼야 할 점이 많은 지역이다.
우선 교통여건이 열악하다. 철도부지 위에 지어지는 만큼 가좌역이 가까운 것은 물론이고 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내부순환로 성산IC와 국토 48호선을 타고 서울 도심으로의 출퇴근이 20분 내외로 도달 가능하지만 버스의 이용이 매우 어렵고 도로여건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택시기사들도 이 지역으로 들어올 땐 길을 헤매기 일쑤일 정도다.
반경 3km 이내에 서울월드컵경기장과 하늘공원, 선유도공원 등이 위치해 있긴 하지만 가좌역 인근으로는 제대로 된 녹지공간 없이 삭막한 환경이 조성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민들이 미관상 좋지 못했던 철도부지에 공원 등 녹지시설이 조성돼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쇼핑시설은 물론 병원, 관공서 등의 편의시설 이용도 다소 불편하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나 홍대입구역 주변으로 가야 상권이 활성화돼 있으며 구청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등과도 거리가 멀다.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아직 개발여건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에 행복주택이 들어선다고 해서 집값 하락이나 미관 저해 등 다른 지역에서 내세우는 반대의 이유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세 벌이 단독주택촌 '나 어떡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긍정적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모두가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좌역 바로 앞에 위치한 K아파트의 경우 지난 1일 유일하게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반대 입주인 서명서와 사유서를 국가권익위원회 및 국토부 측에 전달한 상태다.
<머니위크>가 입수한 행복주택 건립 반대 사유서를 살펴보면 이들은 우선 지자체에서 가좌역 인근 공원화 시설 조성을 약속했다가 일방적으로 정부가 행복주택을 건립하겠다고 한 데 따른 점을 반대의 이유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 국토부 측은 공원화 사업을 그대로 유지한 채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두번째로는 마포구 성산동 595번지 일대에 SH공사에서 공급하는 도시개발아파트 1812가구가 있다는 점을 주장한다. 더불어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가좌역 맞은편으로는 아파트단지가 아닌 단독주택촌이 형성돼 있는 편인데 이곳 주민들 대다수는 월세를 놓고 있는 실정이어서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에 반감을 느끼고 있다.
이 역시 행복주택은 들어오는 입주민에 대한 기준점부터가 일반 임대주택과는 구분돼 있어 충분한 반대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아파트다 보니 공사과정에서 소음 및 먼지 발생,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며 "약간의 불편은 발생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