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국경기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못한데다 정권 교체 수혜를 기대했던 중국 역시 경기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눈에 띄는 자금의 이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조금씩이나마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자금이동의 흐름을 국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돈이 선진국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자금이 국내에도 유입될지 알 수 없어서다.
일단 자금이동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낮기는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을 경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정도로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한 상반기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하반기 증시 전망은 나쁘지 않다. 과거 외국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펀드자금 유입에 힘입어 증시가 2000선을 돌파한 적이 있는 만큼 상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반기 9조원 규모 '셀 코리아’
올 상반기(1~6월)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9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지난 6월에는 코스피시장에서만 4조9887억원을 내다 팔며 '셀 코리아'를 이어갔다. 그러나 7월에 들어서며 전세가 전환됐다. '셀 코리아'에서 '바이 코리아'로 돌아선 것.
외국인들은 7월 한달 간 9224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1800~1900선을 오가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를 대하는 외국인의 달라진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이머징국가의 매수 규모를 줄여나간 반면 한국과 대만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최근 4주 동안 한국과 대만에서의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46억1600만달러인데 반해 인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5개국은 7억58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하반기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어려워
이제 시장의 관심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가 3분기 이후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한국이 신흥국이면 자금이 빠져 나갈 것이고, 선진국이면 들어올 것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대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없는 한 현재의 외국인 자금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유입되지 않거나 유입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조건에서 찾는다.
이남룡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크게 세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의 경기상황이 좋고, 비달러보다는 달러가 강세이며, 채권보다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투자 1순위로 떠오르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선진국이자 달러를 사용한다. 그리고 주식시장 역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다음은 어딜까. 일본이다.
일본은 비달러권이지만 아베노믹스로 인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최근 주춤거리기는 하나 주식시장 역시 회복세다. 그레이트 로테이션 조건 중 두가지가 들어맞는다. 유로존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뚜렷하게 경기가 회복세라고 보기 어려운데다 비달러 국가다. 그리고 채권에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 역시 파악하기 어렵다. 이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투자문화가 독특해 다른 나라와는 달리 채권투자자와 주식투자자의 성향이 달라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이동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밑도는 상황에서는 저평가 매력이 부각돼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900선을 넘어설 경우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 책임연구위원은 예상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상반기 대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점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매도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영준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외국인 수급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무조건 부정적이지는 않다"며 "미국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만큼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팔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자동차·수출株 유망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증시 전망은 나쁘지 않다. 과거 외국인 매도세에도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간 사례가 전혀 없지 않다.
이 애널리스트는 "과거 국내 주식시장에 빅랠리가 찾아왔던 2004년과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전까지 외국인은 순매도로 일관했다"며 "당시 증시상승을 이끈 건 펀드열풍"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하반기 증시 역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다른 이슈로 인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기댈 곳은 연기금이다. 지난 7월 연기금은 연말까지 집행할 자금규모를 9조원으로 발표한바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연기금이 외국인의 매도를 완충해주면서 하방경직성을 확보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종 중에서 외국인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자동차다. 글로벌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한 덕분이다.
이대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역시 자동차업종의 실적이 견조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의 매수세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IT는 상반기에 이어 매수세가 이어질지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낮아 투자매력이 부각되고 있지만 내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투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시장의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수출주에 대한 관심도 높일 필요가 있다.
김지현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선진국 경기가 모두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중국정부가 적절히 경기 하방을 지지하면서 완만한 경기둔화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반기 국내 수출도 회복세가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금이 수출주 비중을 확대할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