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장류, 그중에서도 최고는 된장이다. 우리 조상들은 된장을 5덕을 갖춘 식품이라고 칭하며 귀하게 생각했다. 
된장의 5덕은 ‘선심, 다른 것을 섞어도 제맛을 낸다’, ‘항심,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다’, ‘불심,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한다’, ‘선심, 매운맛을 부드럽게 한다’, ‘화심, 어떤 맛과도 조화를 잘 이룬다’다. 된장 하나만 맛있으면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

◇ 기본 중의 기본, 된장찌개 앞에선 무장해제!
근래까지는 밥상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된장, 각종장류, 김치를 가정에서 직접 담가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그랬지만 요즘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가볍게 사다 먹는 추세다.

언젠가부터 가장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물어보면 대부분 어머니나 할머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라고 말한다. 일부는 고깃집에서 고기 먹은 후 나오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고도 답한다.


고깃집에서 고기가 맛있는 것은 기본, 된장찌개까지 섬세하게 신경 쓰는 집은 과연 얼마나 될까. 된장찌개는 한식밥상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딱히 맛있거나 특색 있게 내는 식당들은 드문 게 현실이다. 

요즘 식당의 흔한 된장찌개를 살펴보면 공장제 기성제품에 두부, 애호박, 청양고추, 대파 조금 넣고 적당히 칼칼하게, 건더기 없이 멀겋게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모양낸다고 바지락 한두 점, 팽이버섯이라도 조금 더 넣어주는 집은 그나마 신경 써서 만들어 주는 식당인 정도로 인식된다. 된장찌개를 차별화해 내는 곳은 생각보다 드물다.

고객은 작은 차이에도 맛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 한식을 평생 먹고 자란, 그래서 한식만큼은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미는 한국인에게 특히 된장찌개 같은 기본 중의 기본을 잘하면 그들의 만족도는 올라간다.


고기 먹고 꼭 냉면 같은 면을 찾는 선육후면파도 있지만, 대부분 칼칼하고 시원 담백한 된장찌개에 밥 한 숟가락 먹는다. 속이 편안하고 소화도 잘된다며 맛있는 된장찌개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는 게 한국인들이고 고기 먹기 먹고 된장찌개 안 먹으면 섭섭하다는 것이 그들의 식성이다.

된장은 손맛이나 장맛, 약간의 재료를 더하고 빼는 센스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 그만큼 집집마다 차별화를 낼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뜻.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된장말이밥을 내기도 하고 식재료를 조금 더 보완해 술안주나 해장국삼아 제공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된장찌개는 매출을 올려주는 듬직한 일꾼이다.

◇ 건더기 풍성, 농염하게 짙은맛으로 유명세
▲ 제공=월간 외식경영
<또순이네>는 서울시내 고깃집 중 된장찌개로 유명한 집이다.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꽤 오래전부터 운영돼오고 있다.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저녁에는 회식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낮에는 점심으로 된장찌개를 먹으러 가는 집이다.
고기를 먹은 후 후식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된장찌개만도 별도로 판매한다. 불에 올려 바글바글 끓여가며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곳 된장찌개는 제법 농염하게 짙은 된장국물이 달큼하면서 간간하고 진하다. 소고기, 애호박, 두부 등 건더기가 풍성하고 마무리로 부추나 냉이를 철에 맞춰 넣어 향긋함을 살렸다. 특히 겨울철 된장찌개에 냉이 한줌은 화룡점정이다.

불에서 끓여 가며 먹다가 푹 졸여지면 흡사 강된장처럼 조려진다.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이마에는 땀이 송송, 땀 흘린 자의 풍성하고 뜨끈한 한 끼가 된다.

◇ 제주 콘셉트, 갈빗대 넉넉한 ‘가리된장찌개’
경기도 구리에 있는 <정진식당>은 ‘가리된장찌개’라는 독특한 이름의 된장찌개를 낸다. 가리는 갈비의 제주방언으로 제주도 지방을 콘셉트로 한 고깃집이다. 가리된장찌개는 넉넉한 사이즈의 뚝배기에 소갈비를 넣고 끓여낸다. 푸짐함이 인상적이다. 

어머니가 자식들 위해 집 된장을 풀어 고기를 넉넉하게 넣고 끓여주던 된장찌개가 떠오른다. 

달래, 팽이버섯 같은 부재료 또한 뚝배기에 차고 넘칠 만큼 인심 좋게 들어있다. 갈빗살이 제법 많이 붙은 갈빗대 덕분에, 점심시간에 된장찌개 하나만 주문해서 밥을 먹어도 한 끼로 충분하다. 된장찌개 양과 퀄리티가 고기 먹은 후 주문하기에 다소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집 된장을 적당히 섞어 넣어 많이 짜지 않고 적당하다. 소갈비가 들어가는 된장찌개이지만 멸칫국물을 첨가해 국물 맛이 구수하면서도 진득하다.

◇ 순한 집 된장, 공깃밥 주문하면 함께 제공
돼지갈빗집 중 열의 아홉이 양념갈비 전문이지만 서울 마포구의 <성산왕갈비>는 돼지 생갈비가 전문인 집이다. 돼지생갈비, 목살, 삼겹살 같은 구이 메뉴 외에 메뉴판에 쓰여 있는 식사 메뉴는 유일하게 공깃밥 2000원이 전부다. 된장찌개라는 별도의 메뉴는 존재하지 않는다.

된장찌개는 두툼한 돼지 생갈비를 가벼운 나물 반찬과 함께 먹고 난 후 입가심으로 공깃밥을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공깃밥과 함께 된장찌개와 달걀찜이 나온다. 공깃밥이 2000원인 이유다. 

된장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이곳 대표가 시골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가져와 느타리버섯, 무 등 갖은 재료를 넣고 맵지 않고 시원하게 끓여낸다. 강렬하기보다는 순한 집 된장 느낌으로 소박하고 착해 단골에게 인기다.

◇ 메뉴는 한우 등심과 된장찌개 뿐
<산불등심>은 서울 을지로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가는 업소로 메뉴는 오로지 한우 등심과 된장찌개 뿐이다. 한우 도축증명서등을 벽에 붙여둘 정도로 자신감이 엿보인다. 오래되고 좁은 실내지만, 나름 정감 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된장찌개는 저녁시간에는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주문 가능하지만 점심시간에는 유일한 식사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된장찌개는 간간하고 진한 편. 맨입에 먹기에는 된장이 조금 짭짜름하지만 밥과 먹기에는 입맛을 돋운다. 짭짤하고 걸쭉하며 콩이 살아있다. 

한우 건더기와 대파, 청양고추, 특히 두부가 아낌없이 넉넉히 들어가 있어 진득하니 비벼먹기에 좋다.
이곳은 투박한 밑반찬이 인상적이다. 달걀찜, 콩나물무침, 물김치, 고등어조림 등으로 일정하게 제공하고 있다. 된장찌개와 기본 찬의 조합이 친숙해 장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