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래동화를 맛깔나게 들려주는 변사(辯士)가 되어 돌아왔다. 유럽의 종이인형극(토이시어터)를 한국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스토리시어터'의 첫 작품인 <해님달님> 이야기를 지난 7월 처음 선보였다. 일종의 한국판 '어린이 종이인형극'이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종이인형에 목소리를 더해 들려주는 일종의 구연동화 콘텐츠예요. 제가 호랑이 목소리도 내고 남자 아이 연기도 하고, 소규모 인형극이지만 뮤지컬처럼 아기자기해요."
스토리시어터 <해님달님>은 종이인형극에 우리 이야기(전래동화)와 음악이 더해져 친근하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D 같은 화려한 영상미는 없지만 그 점이 외려 정감을 더해준다.
그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그 자신이 어린 시절 누린 문화혜택과 추억이 거의 없기에 안타까움이 컸던 것.
1986년 KBS드라마 <토지>의 어린 서희 역으로 일약 스타가 됐을 당시 그는 고작 7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명성을 얻었지만 천진난만한 유년시절을 잃었다. "아이 때 누려보지 못한 놀이(인형극)를 직접 만들어 베풀고 싶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우리 색채'는 특히 그녀가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인형극이나 동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국악이 접목된 마당놀이 같은 인형극은 새로운 실험이어서다. "국악을 전공한 강점을 살려 '정선아리랑' 같은 우리 가락을 극에 담았죠."
이 인형극이 아이들에게 팝송보다 낯선 우리 소리를 들려주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이를 토대로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무대를 만들 꿈을 꾼다. "이제 첫 걸음마를 뗐지만, 내년에는 세계 인형극축제에 선보일 작품을 만들 겁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곤란한 질문 중 하나는 "언제 공연 하냐"는 것. 스토리시어터는 이동식 콘텐츠다. 관객을 직접 찾아가 즉석에서 공연한다. 어린들이 주로 찾는 공연장이나 학교, 문화센터 등에서의 직접 공연은 물론 영상물로 만들어 교육용 콘텐츠로도 활용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 한국적 인형극으로 세계시장 '노크'
2006년 웨딩마치를 울린 이재은은 결혼 8년차다. 반려자인 안무가 이경수씨는 더없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2002년에는 한일월드컵 조안무를 맡았고, 지금은 울산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로 순수예술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인형극 제작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며 부부공동 프로젝트가 됐다.
이재은은 "신랑은 무용으로 수많은 작품을 했고 무용단을 이끌었기에 연출력이 탁월하다"고 치켜세운다. 부창부수(夫唱婦隨)다.
"결혼하고 연기 인생에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베테랑다운 답을 내놓는다. "연기가 달라진 점은 글쎄요. 역할마다 달라지니까." 다만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은 2006년 결혼 후 얻은 가장 큰 변화라고.
"저는 어릴 적부터 배우로 생활해 동사무소에 가서 등본을 직접 떼본 적도 없어요. 살림도 남편이 관리하죠. 그래서인지 월말이 되면 남편이 주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웃음)"
다시 과거로 돌아가 선택할 수 있다면 "아역배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재은. 하지만 연기가 천직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 롤 모델은 고두심이다. "세련된 모습도, 편안한 모습도 잘 어울리는 그런 배우로 나이 드는 것이 목표"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영화배우로, 가수로, 연극배우로 종횡무진해온 그는 둘째가라하면 서러워할 '종합예술인'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분야를 물으니 예상외의 답이 나왔다.
"라디오 진행자요. 최근 한 라디오에서 장애인 등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많이 배우고 성장한 계기가 됐어요."
그녀가 인형극에 도전하게 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목소리 연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활력을 얻었다"고 한다.
'34, 29'. 이재은의 나이와 연기경력이다. 30여년 삶의 대부분을 연기로 채워온 만큼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그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 기다려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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