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흥행질주가 매섭다. 1597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이 영화는 역대 최단기간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래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은 물론 역대 오프닝 스코어(68만명), 역대 평일 스코어(86만명), 역대 일일 스코어(122만명), 최단기간 700만 관객 돌파(8일) 등을 기록하며 한국영화의 흥행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명량>의 인기는 박근혜 대통령도 극장을 방문하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오후 <명량>을 관람하기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 위원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박 대통령의 <명량> 관람은 이날 오전 열린 제4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의 연속성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자 경제활성과 국가혁신을 한마음으로 추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전해졌다.
일각에선 영화 <명량>을 두고 '글로벌시장에 특화되지 못한 한계성 짙은 내수상품'이라고 깎아 내리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현재 7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이 영화에 가슴 뜨거워하며 지갑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과 경제리더들이 죽어가는 부동산시장과 멀리 있는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걱정하기 이전에 온 나라 '백성'들의 민심을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영화산업 新르네상스 시대
과거 '하늘이 허락해야만 가능하다'던 천만 관객 돌파는 어느덧 놀랄 일도 아닌 게 돼버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사람당 1년에 평균 2편씩 영화를 볼 정도로 영화산업은 신(新)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2012년 한국영화 100여년 역사상 최초로 관객 1억명 시대가 열렸고, 지난해에는 2억명 돌파를 이뤘다. 올해도 3년 연속 관객 1억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총 매출액은 지난 2004년 4400억원에서 2009년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 뒤로도 매출액은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총 1조5512억원을 기록, 9년 만에 3.5배가량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100억원을 초과한 영화가 국내외 작품을 통틀어 무려 45편이나 됐다.

같은 기간 관객수는 6925만명에서 2억1333만명으로 3.1배 늘었다. 내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영화산업만큼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커진 만큼 투명한 서비스 제고돼야
국내 영화산업이 이처럼 성장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소비패러다임의 진화가 가장 크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일이 어느덧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선호하는 문화관람 중 영화가 85.9%로 압도적이다. 박물관은 25.8%, 연극·뮤지컬은 24.2%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람료와 멀티플렉스를 기반으로 2000개가 넘는 스크린수가 영화관람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극장의 기능과 역할도 크게 변했다. 우선 단관극장에서 멀티플렉스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3D로의 확장 등 외양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다. 또한 영화상영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은 물론 쇼핑·오락·식사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극장은 문화와 생활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물론 한국 영화산업의 화려한 이면에는 이전부터 계속 지적돼 온 문제점들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관객에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주고자 만든 멀티플렉스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2~3개의 흥행영화로 상영관이 도배되는 현상은 3대 메이저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면서 벌어진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는 제작부터 난항을 겪는 것은 물론 개봉조차 하지 못하거나 하루 이틀 만에 막을 내리는 게 현실이다.

시대는 또다시 변하고 있다. 요즘엔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고 가정에서 IPTV나 인터넷을 통해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디지털 온라인시장의 태동이 가져올 영화산업의 변화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영화계가 발전을 위해 스크린쿼터제와 영화발전기금 등을 주장해왔던 것처럼 이제는 투명한 유통구조와 서비스를 제공할 때가 됐다. 발전하지 못하는 문화서비스는 언제나 국민에게 외면 받아왔음을 잊어선 안 되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