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은 자연현상… 인위적 개발이 원인인 경우 '지반침하'로 불러야"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싱크홀'(sink hole) 발견 소식.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자고 있던 한밤중에 내 집이 갑자기 땅속으로 사라지거나 도로가 갑자기 내려앉아 달리던 차가 순식간에 땅속으로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재난 영화나 소설 등 가상의 공간에서 일어날 법일들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싱크홀 발생이 드물었고 싱크홀 관련 큰 사건·사고도 없어 많은 이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다.

최근에서야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인근에서 싱크홀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슈화됐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내 초고층 건물인 제2롯데월드의 안전문제까지 겹치면서 싱크홀 발생 원인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자 서울시가 진상 규명을 위해 나섰다. 확인 결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아래에서 여러개의 동공(洞空·텅 비어있는 굴)이 발견됐다. 이 일대에서 싱크홀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싱크홀 사태. 과연 지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석촌동 일대에 구멍이 '숭숭'
최근 두달 사이 서울 송파구 일대에 싱크홀 6개와 동공 7개가 발견되면서 이곳 지하공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000년대 중후반 농촌지역에서 가끔 발생하던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공사 등 개발이 본격 시작된 직후부터 석촌동과 그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싱크홀에 대한 우려는 지난 6~7월 송파구 방이동 일대에서 4건의 지반침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8월5일 방이동 싱크홀에서 1㎞ 남짓 거리에 있는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입구부분에서 폭 2.5m, 깊이 5m가량의 지반침하가 일어났고 서울시가 이 싱크홀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공 7개를 발견하면서 심각성이 부각됐다.


서울시는 동공 7개가 모두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석촌지하차도는 모래와 자갈이 많은 충적층 지반인데, '쉴드공법'(원통형 기계를 회전시켜 굴착하는 공사 방법)으로 터널을 뚫으면서 쓸려간 토사의 빈 공간을 방치해 큰 구멍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 지하에 생긴 빈 공간인 동공 때문에 지표면을 받쳐주는 지지층이 사라지면서 땅이 꺼져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싱크홀이 발생할 당시 차량이나 사람이 지나가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싱크홀의 발생 지점이 건물이나 주택, 다리기둥 등 기반시설이 위치한 곳이었다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 그동안 없었는데 '갑자기 왜'

싱크홀은 땅속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다. 땅속에는 지층 등이 어긋나며 길게 균열이 발생한 지역(균열대)이 있다. 이곳을 지하수가 채웠다가 사라지면 동공이 생기면서 땅이 주저앉게 된다. 이것이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퇴적암이 많은 지역에서 깊고 커다랗게 생긴다. 빈 지하공간이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은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땅 속에 빈 공간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석촌동에는 싱크홀이 발생한 것일까.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곳 역시 지하수가 빠져나갔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촌지하차도는 모래와 자갈이 많은 충적층 지반인데 9호선 터널공사 등으로 지하수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기면서 동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촌동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동공 바닥은 약 15~20㎝의 물이 고여 있고 물 밑에는 깊이 20㎝가량의 진흙이 깔려있다. 또한 양쪽 벽면은 성인 남자 주먹만한 크기의 자갈과 모래로 가득했다. 자갈은 흔히 강바닥에서 볼 수 있는 둥근 형태로 과거 한강의 지류였으며 최근까지도 지하수가 흐르던 지역이었음을 말해준다.


◆ 싱크홀, 그 웅장함과 무서움
싱크홀은 원래 자연적인 현상의 하나로 땅이 가라앉아 생긴 구덩이를 말한다. 인위적인 개발이 직간접적 원인이 된 경우는 지반침하로 지칭하는 것이 옳다는 게 지질 및 토목공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반침하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가 "싱크홀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자연 상태의 싱크홀은 석회암 등 퇴적암이 많은 지역에서 발생한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땅속 흙이 함께 쓸려가거나 특정 성분이 녹아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꺼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 지상에서 볼 때 둥근 모양으로, 거대한 원통 혹은 원뿔형 공간이 지하에 생긴다. 지름은 수십m, 깊이는 수백m에 이르기도 한다. 바다와 산악 지대에서도 발견된다. 이들은 모두 경이롭다 못해 보는 이의 심장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자연현상이라기보다는 지하수 개발, 도시 상하수도관 누수, 지하철 공사 등으로 생기는 인위적 싱크홀은 자동차와 사람을 삼키는 무서운 재앙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는 직경 60m, 깊이 20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해 가옥 11채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같은해 12월 미국 하와이의 한 도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을 몰던 여성운전자가 싱크홀 아래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 끔찍한 사고도 있었다. 지난 2010년 7월 과테말라시 한가운데에 있던 3층 건물은 갑자기 발생한 싱크홀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싱크홀에 대처하는 방법

싱크홀은 대부분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특히 도심에 생기는 싱크홀의 경우 대부분 개발과 연관된 인재(人災)이기 때문에 공사시점부터 철저한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싱크홀이 지하공간 개발로 인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속적이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서울 지하에는 29개 공공지하보도시설과 20개 노선(682㎞)의 지하철, 1만300㎞의 하수관망 등이 들어가 있다. 상수도관과 전력망, 지하도로와 지하상가도 있다. 대부분 196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부설·개발돼 50~60년 이상 된 곳도 적지 않다. 토목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시설물이 노후됐는 데도 관리주체별로 제때 보수·교체하지 못한 곳이 태반"이라며 "언제 어디서 싱크홀이 발생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싱크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통합 지질연구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질이 취약한 지역은 100m마다 군데군데 지질조사를 하는데 지역에 따라 더 촘촘히 20~30m마다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