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9063.84)보다 11.42포인트(0.13%) 내린 9052.42에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000.93)보다 34.34포인트(3.43%) 하락한 966.59에 거래를 마쳤다./사진=뉴시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서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38조원에 육박했다. 연초부터 거침없이 오르는 코스피 상승에 '나만 벼락거지가 될 수 없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빚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8일 기준 128조4086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 계좌에 넣어둔 현금성 자금으로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4일 139조6948억원까지 늘어난 뒤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12일 121조566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다시 증가 흐름을 보였고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한 지난 18일에는 전날 124조6320억원보다 3조7766억원(3.0%)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불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그만큼 빚을 내 투자한 것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 18일 신용거래융자는 37조979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인 지난달 29일 38조227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9275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급해진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증시가 조정을 받거나 금리가 오를 경우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네이버·카카오페이·토스 등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신규 가입 및 대환대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WON뱅킹 앱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에서도 대환대출을 중단한다. NH농협은행은 같은 날부터 MCG 모기지보험 가입을 일시 제한한다. 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사실상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증권사들도 신용융자와 증거금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전기,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한화오션 등 10개 종목의 종목군을 기존 'E'에서 'F'로 변경했다.

삼성전기와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순위에서 각각 3위와 1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종목들도 대부분이 시총 상위권 대형주들이다. 특히 'HANARO Fn K-반도체'와 'TIGER 200 IT' 지수상장펀드(ETF), 카카오뱅크, 신세계의 경우 종목군 'F' 변경에 더해 증거금률도 기존 30∼40%에서 100%로 상향됐다.

KB증권은 지난 17일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 한도 준수를 이유로 신용융자 매수 주문을 일시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메리츠증권도 제주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 등 3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기존 30∼5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위는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준수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 매주 회의를 통해 이행 현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로 시장에 나온 매물이 팔리는 과정에서 앞으로 주담대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신용대출의 변동성도 계속 커질 수 있다"며 "지금은 관계기관과 전 금융권이 전력을 다해 가계부채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