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임 회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싸움으로 내홍을 겪은 KB가 또 한번 파장을 겪고 있다. 이 행장이 '자진 사퇴 카드'를 던지고 임 회장은 '버티기'로 나섰기 때문. 그동안 이 행장에 집중된 비난 여론이 이제는 임 회장으로 방향을 텄다는 분석이다.
두 CEO가 이처럼 곤혼스런 상황에 몰린 이유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뒤엎고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한 상태다.

이 행장은 최 금감원장의 조치에 즉각 반응했다. 그는 사퇴 직후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임 회장은 중징계를 받을 만한 잘못이 없다며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의 징계 여부는 오는 12일 결정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곤혹…KB금융 '노심초사'

두 CEO의 엇갈린 행보에 KB금융과 국민은행 직원들의 표정도 대조적이다.

국민은행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끝까지 버틸 것으로 예상됐던 이 행장이 중도 포기하면서 경영공백을 우려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직원은 일종의 보호막이 사라진 셈이어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임원 단합대회를 개최한 후 다소 안정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두 사람의 사이가) 더 악화된 것 같다"면서 "일부 임원은 스스로 그만둬야 하는것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의 징계로 이 행장만 희생된 것 아니냐"면서 "지주에 밀린 은행(직원들)만 타격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반면 또 다른 직원은 "국민은행이 추락한 것은 그동안 CEO를 잘 못 선임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KB금융 임직원들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일단 임 회장이 버티기 전략 카드를 썼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B금융 한 임원은 "이른바 '임영록 라인'에 선 임원들은 현재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일 것"이라며 "그가 물러나면 적지 않은 임직원이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은행은 일단 경영공백을 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5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박지우 이사부행장을 행장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또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운영키로 하면서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임 회장에 대한 향후 행보를 예측할 수 없어 차기 행장 선임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회장에 대한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워 이사회에서 차기 국민은행장을 선임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행장)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국민은행장 선임은 K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된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후보군을 구성한 뒤 서면평가, 평판조회, 심층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현재 행장 후보군은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정연근·이달수 전 KB데이터시스템 사장 등 내부 출신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