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한옥을 그리워한다. 아파트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한옥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옥은 건강하고 아름답다. 천연재료를 사용한 한옥은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아토피 등의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지 않는다. 또 들보와 도리, 서까래로 구조를 만들고 암키와와 수키와를 얹은 늘씬한 곡선형 기와지붕은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널찍한 마당은 자연을 닮아 심신을 안정시킨다.
집은 사람이 만들지만 사람 역시 집에 의해 만들어지는 법. 때문에 집은 아름답고 건강해야 한다. 아파트 등 기존 주거공간의 대안으로 한옥이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한옥을 찬찬히 뜯어봤다.
◆자랑스러운 건축자산 '한옥'
일단 한옥은 자연에 순응해 계획됐다.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이상으로 삼았던 우리 조상들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옥은 주위의 환경과 어울리도록 집의 좌향(坐向)을 잡고 그곳에서 나오는 나무와 흙 등 재료를 사용해 그곳의 지세에 맞는 형태로 지어졌다.
한옥에는 현대 건축에서 생기는 공해도 거의 없다. 한옥에 쓰인 재료들은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하다. 돌과 나무는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자연상태 그대로 사용했다. 또한 아파트 등 다른 건물의 재료에 비해 독성이 없어서 인간의 몸에 해롭지 않으며, 건물을 짓기 위해 터전을 훼손하지 않는다.
이제 건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아파트가 보편화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주거환경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한옥의 건축요소는 '온돌'이다. 온돌은 공기가 아닌 바닥을 데우기 때문에 실내 환경이 쾌적하며,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나무를 때서 직접 열을 내던 전통 온돌은 보일러가 도입되면서 물을 끓여 순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온돌이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된 건축요소라면 '마루'는 더위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된 한옥의 건축요소다. 마루는 바닥과 분리된 공간으로 바닥면의 습기가 닿지 않고 바람을 통하게 함으로써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또 마루는 여러 방을 연결하거나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로도 이용된다.
한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마당’이다. 마당이 있는 집은 거주자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일반적으로 한옥의 마당은 비어있다. 네모난 마당에 나무가 서 있으면 '괴로울 곤(困)'자가 된다고 해 앞마당에는 작은 나무도 심지 않았다.
빈 마당은 바람의 순환도 원활하다. 여름철 뜨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그 자리는 진공상태가 되는데 대류현상(찬 공기가 더운 공기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으로 시원한 바람이 마당으로 불어오는 구조다. 마당에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마사토(화강암이 풍화된 흙)가 곱게 깔린다. 처마에 가려진 햇빛 대신 마사토가 반사하는 빛으로 실내를 은은하게 밝히는 지혜다.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은 “한옥의 공간적인 핵심은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마당”이라며 “현대인들이 한옥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아 산과 하늘을 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싸고 관리하기 어려운 한옥, 정말?
"한옥 좋죠. 그런데 비싸지 않아요? 관리도 어렵고…. 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엄두가 나질 않아요." -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A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씨(47).
가치있고 아름다운 한옥이지만 보급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국가한옥센터 조사에 따르면 희망거주 주택유형으로 한옥을 선택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53.1%에 달하며 아파트(28.7%)와 단독주택(16.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3년 이내에 이사 가능한 주택유형에 대한 설문에서는 아파트가 46.2%, 한옥이 30%, 단독주택이 18.5%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한옥이 자리잡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일반인들은 가장 큰 걸림돌로 '건축비에 대한 부담'과 '관리의 어려움'을 꼽았다. 그렇다면 한옥은 정말 건축비가 높고 관리하는 게 어렵기만 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아니다.
일단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한옥은 수공예적 작업을 필요로 하는 고급건축물인 만큼 인건비는 다소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듈화와 표준화를 통해 규격화된 재료를 대량 생산하고, 수작업을 통해 처리하는 공정을 기계화함으로써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강민 센터장은 무조건 한옥의 건축비가 비싸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한옥이 아파트 보다 저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옥의 건축비는 3.3㎡당 1000만원 정도로 25평(79㎡) 기준 3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옥 25평은 마당 등의 공간까지 포함하면 아파트 50평(165㎡) 정도로 봐야 한다”며 “한옥의 건축비에 땅값을 포함하더라도 10억원이 훌쩍 넘는 서울의 아파트 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유지·관리부분도 과대 포장된 부분이 적지 않다. 아파트에 거주하면 한달에 10만~20만원씩 관리비를 내야 하고 새 아파트에 입주하더라도 베란다 확장 등 크고 작은 수선은 피할 수 없다. 다만 한옥은 이와 같은 유지·관리를 직접해야 한다는 점에서 거주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무료점검 등을 실시해 전문지식이 부족한 집주인들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인들이 한옥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강민 센터장은 "한옥은 팍팍한 도시 속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동경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주거공간의 대안으로써 한옥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옥에 대한 기초지식을 미리 습득해 두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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