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살기 팍팍해지면 집부터 줄인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부동산 경기침체에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찬밥신세가 됐다. 계속되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집값 등락폭이 큰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부담이 적고 가격이 일정한 중소형(85㎡이하)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이상기후가 감지된다. 중대형아파트의 거래량이 늘고 미분양은 줄고 있다. 잇따라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이 마감되자 "중대형 아파트 품귀"라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는 이런 현상과 정부의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을 근거로 조심스럽게 중대형 아파트시장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이상기후가 감지된다. 중대형아파트의 거래량이 늘고 미분양은 줄고 있다. 잇따라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이 마감되자 "중대형 아파트 품귀"라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는 이런 현상과 정부의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을 근거로 조심스럽게 중대형 아파트시장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형만 짓는 건설사, 중대형 ‘품귀’ 불렀다
온나라부동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모두 15만347가구로 전년(12만8471가구) 대비 19.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총 아파트거래량이 15%정도 증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중소형의 상승폭보다 컸다.
중대형 미분양도 수년간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조사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중대형 미분양은 1만3395가구로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최소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 2008년 말 중대형 미분양이 8만8381가구로 전체(16만5599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
지난해 청약시장에서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8.85대 1로, 중소형 평균 경쟁률 6.6대 1보다 앞섰다. 또 올해 1순위 청약자가 가장 많이 몰린 상위 10위권 수도권 분양 단지 10곳 중 8곳이 전용 85㎡ 초과를 포함한 단지였고 전용 85㎡ 초과로만 구성된 중대형 단지도 6곳이나 됐다.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최근 몇년간 중소형 분양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이 적었던 중대형의 희소가치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 수요가 급감하면서 많은 건설사들은 중대형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 국토부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09년 전체의 41.25%에 달했던 85㎡ 초과 중대형 주택의 비중은 2010년 37.16%, 2011년 23.42%, 2012년 20.57%, 2013년 20.72%로 점점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9월 기준 19.2%에 불과했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중대형의 비중은 이보다 더 적다.
정부가 최근 소득제한 없이 누구나 연 1%대 초저금리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상품을 내놓은 것도 중대형 거래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르면 3월쯤 나오는 이 상품은 기존의 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한 공유형 모기지와 달리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수익공유형 은행대출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소득이 높은 중산층이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또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무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 보유자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로 최근 중개업소에는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중대형 주택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평촌지역 한 중계업자는 "중대형 거래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지만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중형급 주택 문의가 잦아졌다"며 “중대형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중대형, 특히 중형 아파트에 대한 공급을 확대할 전망이다. 대형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85~102㎡ 평형의 분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냉기는 가시는 듯 하지만…”
하지만 이런 중대형 아파트 ‘품귀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중대형 수요가 조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중대형시장 가격상승까지 불러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중대형 아파트시장에 온기가 찾아온다기보다는 냉기가 조금 가시는 정도”라며 “당분간 중소형 위주의 분양 열풍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에 비해 부족하긴 하지만 거래량과 가격 면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중대형 미분양이 과거보다 많이 감소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갑자기 떨어지고 조정됐던 것이 회복된다는 의미지 중대형의 전성시대가 공급부족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발생하는 수요도 중형평수에 한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3월부터 우리은행에서 시범할 예정인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의 경우 주택가격 제한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해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 대형평수에도 적용 가능하지만 제한 평수가 102㎡로 한정돼 있다. 다만 그는 "강남과 같은 고급 유효수요가 있는 곳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늦은 나이까지 독립하지 않는 ‘캥거루족’ 자녀를 끼고 사는 노년층,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여전히 정정한 고령의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노년층 등 중대형에 대한 기본적 잠재수요가 있다”면서도 “이 수요가 더욱 확대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대형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선에서 고정된 부분이 있는데 최소한의 공급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품귀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중대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의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 사는 주택을 대거 처분하며 수요를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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