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대세다. 일주일 내내 TV 시청을 하면 요리나 음식관련 방송을 매일 한두개쯤 시청할 수 있다.
월요일에는 셰프가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만 요리하는 <냉장고를 부탁해>(JTBC)를 보고 화요일에는 성공한 외식사업가이자 ‘백주부’로 불리는 백종원 셰프의 <집밥 백선생>(tvN)을 보며 요리 팁을 얻는다. 수요일에는 요리전문케이블채널인 올리브TV에서 전문셰프의 방송과 신동엽·성시경의 <오늘 뭐 먹지> 등의 재방송을 본다. 목요일에는 토크쇼와 요리를 접목한 <해피투게더>(KBS)의 ‘야간매점’에서 중화요리의 대가인 이연복 셰프의 요리를 감상한다. 금요일엔 <삼시세끼>(tvN)를 보며 한주를 마무리한다.
이처럼 요리전문 프로그램 외에도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주제로 다룬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따라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셰프의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더 간편하고 저렴하게 집에서 고급 셰프의 요리를 즐기고 싶어 한다. 이들을 위해 셰프테이너(셰프+엔터네이너)들이 홈쇼핑 판매에 뛰어들었다. 이연복 셰프는 지난 6월 SNS에 ‘멀리서 탕수육 드시러 오시는 분들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탕수육 홈쇼핑을 시작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여러분, 감사합니다. 12분 만에 준비물량 매진이라네요’라고 연이어 글을 올렸다.
CJ제일제당의 가정식 국밥 형태의 간편 대용식인 ‘햇반 컵반’. /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HMR시장이 뜨는 이유
맛에 대한 욕구의 증가와 함께 가정용식품시장도 한층 다양해졌다. 특히 간편가정식(HMR:Home Meal Replacement)이 뜨고 있는데 인스턴트·즉석식품 형태로 만든 간편한 가정용 대체식품을 일컫는다.
재료의 손질부터 양념까지 끝마쳐 데우거나 끓이는 등 단순 조리과정만 거치면 음식이 완성된다. 별도의 드레싱이 있는 샐러드와 밥, 갈비탕이나 육개장 등 한식은 물론 스파게티·라자냐 등 양식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기존의 냉장·냉동식품에 비해 신선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간편가정식이 뜨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간편가정식은 1인 가구의 증가와 궤를 함께 한다. 젊은 층의 결혼시기가 늦춰지는 데다 학교나 직장 때문에 집을 떠나 홀로 자취하는 2030세대가 늘었다. 그들은 트렌드에 민감해 먹방과 쿡방을 항상 접하지만 실제로 음식을 해먹기엔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간편하면서도 맛의 질이 보장되는 간편가정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1980년 4.8%에서 2012년 25.3%로 상승했으며 올해는 27.1%인 488만4000가구로 예상된다. 500만가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인 가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해 10년 후인 2025년에는 31.3%(685만2000가구), 2035년에는 34.3%(762만8000가구)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요리가 더 이상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점도 한몫한다. 오히려 요리하는 남성을 뜻하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대세일 정도로 누구나 요리에 관심을 갖는 시대다. 따라서 맞벌이가정에서는 남녀의 역할을 떠나 맛있는 요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간편가정식을 찾는 것이다.
간편가정식이 뜨는 세번째 이유는 장기불황 탓이다. 문화수준이 높아져 맛에 대한 욕구는 커졌지만 큰 돈을 내고 레스토랑을 매번 찾는 건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 일과 학업에 치이다 보면 외식할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따라서 경제적이면서도 간편하고 퀄리티가 높은 간편가정식이 떠오르는 것이다.
◆시장 규모 3조원대 추산
간편가정식도 종류가 다양하다. 분류방법 역시 각양각색이지만 조리방법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김밥·샐러드 등 구매 후 바로 섭취할 수 있는 RTE(Ready-to-eat), 냉동피자·만두 등 조리가 완료된 상태여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RTH(Ready-to-heat), 해물탕·각종 찌개 등 음식을 쉽게 조리할 수 있게 알맞은 양의 각 재료를 넣어 포장한 RTC(Ready-to-cook)로 나뉜다.
간편가정식의 국내시장 규모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9년 7170억원에서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전년대비 15~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HMR관련 시장을 폭넓게 적용할 경우 총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간편가정식시장 규모를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기단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의 평균 소득수준의 향상과 1인·맞벌이 가구의 증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급격한 노령화 사회 등의 추세를 고려할 때 간편가정식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저성장에도 간편가정식시장은 연평균 8.4%씩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도 장기 저성장체제에서 일본과 유사한 패턴을 보일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본에는 간편가정식만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가 많다. 웬만한 일본의 유명백화점이나 마트에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간편가정식전문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1991년 처음 문을 연 알에프원은 전국 200여개 점포당 월 평균 2억엔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황이다. 또 간편가정식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편의점 형태의 매장도 일본 대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주식투자자 관점에서는 식품제조업체나 식자재 유통업체, 대형 유통업체를 주목해야 한다. 식품제조업체로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풀무원, 빙그레, 신송식품, 사조대림, 샘표식품 등이 해당된다. 식자재 유통업체로는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이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과 모든 편의점이 해당된다.
이 중에서도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로 등극한 국내 간편식의 선두주자격인 오뚜기에 관심을 가져보자. 또 경제불황에도 오히려 편의점 매출이 증가하고 최근 주가도 고공행진 중인 GS리테일을 최우선 관심주로 분류할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