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동안 시정의 최우선 과제를 혁신과 소통, 화합으로 꼽았던 것과 달리 지난해 9월 '공중정원'으로 재생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취임 1기 때 현장시장실과 정책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굵직한 정책을 결정해 시민의 호응을 얻었던 터라 서울역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박 시장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서울역 고가 대체도로건설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 착공을 앞두고 대체도로 건설안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380억원 규모 사업을 이렇게 졸속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관련 전문가들 역시 남대문시장으로 향하는 우회로를 만들고 서울역 교차로 등 인근 도로 신호체계를 바꾸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현재 박 시장은 이런 부정적인 여론 이외에도 극복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DB

◆박 시장의 이유 있는 사업 강행?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면에 정치적 야망이 있다고 분석한다. 청계천 복원과 버스 중앙차로제 등의 성과를 통해 단번에 대권후보 대열의 선두로 떠올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답습한다는 것.

박 시장이 지난해 6월 재선 이후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비롯해 마포 석유비축기지 문화공원화, 남산 예장자락 재생, 은평 서울혁신파크 등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발표해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린다.


특히 이 사업들의 완공 시점은 대부분 2017년~2018년이다. 총 조성규모만 10만㎡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들을 굳이 자신의 임기 내로 완공시점을 설정한 이유는 정치권과 시민에게 자신의 공적을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지난 7월28일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민간 협력단체인 고가산책단이 마련한 토론회 자리에 참석한 시 관계자가 “청계천 복원과 비교해 더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사업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박 시장의 시정 스타일이 변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고가산책단 내부에서조차 해당 사업이 너무 급속도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박 시장 본인도 지난달 20일 시청에서 열린 김재용 남대문시장상인회장 등 상인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업의 방향과 내용, 취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소통 부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자신의 책임"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박 시장은 1년여간 극렬히 대립하던 남대문 상인과 화해의 물꼬를 텄으나 고객용 주차장 설치, 고객 편의시설 개선, 숭례문과 남대문시장간 횡단보도 설치 등 상인들의 요구사항 수용 정도에 따라 언제든 다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문화재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이 사업과 관련한 대책이 적절치 못하다며 제동을 걸어 오는 11월 착공이 불투명한 상태다. 야권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박 시장이 유력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자 정부여당에서 견제 작업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박 시장은 사업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역 고가 전경. /사진=뉴시스 DB

◆서울역 고가 공원화 꼭 필요한가?
애초 서울역 고가는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뉴욕을 방문했던 박 시장은 뉴욕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 현장 시찰에서 돌연 서울역 고가를 녹색 시민 보행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이라인파크는 지난 1930년대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된 고가철도였으나 20여년이 지난 1950년대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화물트럭 운송사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버려진 폐허에서 공원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이를 위해 지난 199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의 사례를 들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설득하는 과정과 1구간(갠스부르트가-20번가)이 완공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사업 발표부터 완공까지 3년 안에 모두 끝내겠다는 박 시장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과도하게 서두른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프랑스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지난 1980년대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파리 12구역의 흉물이던 이 고가철도는 1991년 총 길이 4.5㎞의 보행전용공원이자 문화공간으로 재탄행하면서 지역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런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이 완료되면 종로에서 서울역을 지나 명동까지 이어지는 보행로의 중심이 됨은 물론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근 지역의 경제적 재생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는 게 박 시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지나치게 빠른 사업 속도와 위치선정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수많은 조사와 대책에 대한 검토, 주민 합의 등 모두를 만족시킬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10여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사업 선정 위치도 외국은 모두 낙후된 지역이었는데 서울역 고가는 도심 중심부에 있어 외국의 사례와 취지가 맞지 않는다"면서 "너무 급하게 추진할 경우 전시행정의 대표사례로 남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서울역 앞 고가는 이미 기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이를 철거해 도시 미관 증진 등의 측면으로 활용하는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고가 개발계획이 적정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