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냉난방기가 있다. 적정온도보다 추워지면 난방을, 더워지면 냉방을 하는 장치다. 현재온도와 적정온도의 차이가 음(-)이면 온도를 양(+)의 방향으로 올리고, 반대의 경우에는 온도를 음(-)의 방향으로 낮춘다. 이 장치는 현재온도가 적정온도에서 크게 벗어날수록 냉난방의 강도를 높인다. 이렇게 설계된 냉난방장치는 방의 온도가 적정온도 주변에 안정적으로 머물게 한다.
하지만 실수로 냉난방기의 배선이 거꾸로 연결됐다면 어떨까. 이 이상한 냉난방기는 방의 온도가 올라가 적정온도를 넘어서면 냉방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난방을 한다. 온도가 올라 적정온도와의 차이가 벌어지면 난방의 강도를 더 키운다. 이렇게 잘못 배선된 냉난방장치는 실내온도의 안정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방이 더워지면 더 덥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니 온도는 빠르게 올라가 폭주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전기 스위치를 꺼서 전기 배선을 끊는 수밖에 없다. 배선 끊기(circuit break)가 최선이다. 그것도 가능한 빨리.
주식시장은 대부분 제대로 배선된 자동 온도조절 장치처럼 작동한다. 한 회사의 주가가 올라 1만원이 됐다고 해보자. 이 회사의 주식을 5000원일 때 매수한 사람이 지금 주식을 매도하면 100%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주식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당연히 주가는 하락한다. 주가가 양의 방향으로 변하면 음의 방향으로 되돌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때 주가는 크지 않은 진동폭을 갖는다. 비싸게 팔려는 매도자와 싸게 사려는 매수자의 경쟁으로 주가가 오르면 내리는 방향으로, 내려가면 올리는 방향으로 주식시장은 작동한다. 항상 이렇게 작동하면 주식시장에서는 폭등도 폭락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주식시장은 가끔 거꾸로 배선된 이상한 자동온도조절 장치가 돼 폭주한다. 주가의 하락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다. 이때 사람들은 가능한 주식을
많은 주식에서 이런 일이 생겨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내려가면 자동온도조절 장치의 배선을 끊듯이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를 발동해 주식 거래를 당분간 중단시킨다. 문제가 생긴 자동온도조절 장치를 고치는 방법 중 처음 시도해볼 것은 바로 껐다 켜는 것이다. 물론 스위치를 올린 다음에 제대로 작동할지는 알 수 없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청계광장] 주식시장의 '리셋'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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