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일본명 시게미쓰 다케오. ‘롯데껌’으로 대표되는 롯데를 자산 83조원, 재계 서열 5위의 그룹으로 키워낸 입지전적 인물.

지난 68년간 롯데그룹을 이끌어 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롯데제과 정기주주총회에서 49년 만에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같은날 열린 호텔롯데 주총에서도 등기이사에서 이름을 지웠다.


재계는 이번 롯데제과와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신 총괄회장이 나머지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순차적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2017년 3월), 롯데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알미늄(2017년 8월) 등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맨주먹 하나로 시작해 일본과 롯데에서 성공을 이끌어낸 신 총괄회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며 “동시에 그의 파란만장한 경영신화도 씁쓸한 말년 앞에 빛이 바래졌다”고 말했다.


도쿄 일본 롯데 본사,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신격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머니투데이, 뉴스1 DB

◆ '롯데껌'으로 일군 83조 신화… 신격호는 누구?
신 총괄회장은 한국 경제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다. 1922년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만19세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껌’ 사업을 시작했다. 1948년 제과회사 롯데를 설립한 후 풍선껌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20개국에 74개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그룹의 첫 시작이었다.


롯데는 껌의 성공을 발판으로 일본 내에서 캔디, 비스킨, 아이스크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종합 식품회사로 부상했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한-일 수교로 국내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6년 롯데알미늄을 시작으로 이듬해 롯데제과를 설립, 모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1974년 칠성한미음료를 인수해 롯데칠성음료를 세웠고, 1977년 삼강산업을 인수해 롯데삼강을 설립했다. 1973년에는 롯데호텔을 열어 관광산업의 기반을 마련했고, 1979년에는 롯데쇼핑을 설립해 유통의 토대를 구축했다. 이듬해 평화건업사(현 롯데건설)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을 인수하면서 건설과 석유화학 산업에도 진출했다. 식품-관광-건설-화학 등으로 롯데의 진용을 갖춘 셈이다.

1980년대 고속성장기를 지나 1990년대에도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코리아세븐으로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뒤 롯데정보통신을 세우며 정보기술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이후 롯데마트로 할인유통매장을 내고 롯데시네마로 영화업에도 진출했다.

남다른 안목과 경영 수완으로 신 총괄회장은 그룹을 빠르게 키워나갔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롯데그룹은 현재 재계서열 5위, 자산규모 83조원의 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6년 3월. 95세 신 총괄회장의 말년은 롯데가 성장해 온 것만큼 화려하지 못하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앞에서 그는 철저하게 패배했다는 평이다.

그가 반대했던 신동빈 회장은 그의 뒤를 이어 한일 롯데의 ‘원리더’가 됐다. 지난 67년간 양국에서 거대기업을 통치한 신 총괄회장 행보는 결국 '새드 엔딩'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