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의 말처럼 정부가 서민주거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행복주택사업은 곳곳에 이해하기 힘든 것들로 가득하다.
◆취지에 안 맞는 비싼 ‘월세·보증금’
정부가 밝힌 행복주택 개념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보다 20~40% 저렴한 임대료로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는 것이지만 실수요자들의 체감 임대료는 싸지 않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서울 송파 삼전지구 행복주택에 배정된 대학생 공급 물량은 전용면적 20㎡ 5가구다. 입주민들은 보증금 662만원·월세 25만원~보증금 5062만원·월세 6만원 사이에서 각자 상황에 맞게 표준임대조건 기준으로 보증금과 월세 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
보증금이 늘어나면 월세가 줄어드는 식의 임대료 산정 방식이지만 대학생에게 월세 25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최저 임금인 6030원을 적용해 하루 8시간씩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도 4주 동안 벌 수 있는 금액은 38만5920원이다.
월세 25만원을 내면 13만원으로 관리비와 교통비, 식비를 감당해야 한다. 월세를 낮추기 위해 보증금을 최대인 5062만원으로 올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 금액은 웬만한 대학생 4년 치 등록금을 뛰어 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월세와 임대료는 입사 5년 미만의 사회초년생에게도 버겁다. 구로 천왕지구 행복주택에 배정된 사회초년생 공급 물량은 전용면적 29㎡ 243가구다. 입주민들은 보증금 1908만원·월세 25만원~보증금 5736만원·월세 9만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조사한 ‘2016년 대졸 신입사원 연봉 현황’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입직 평균연봉은 2455만원, 월급으로 치면 약 204만원이다. 이 금액 기준으로 중소기업 재직 사회초년생이 최저보증금 1908만원을 모으려면 월 100만원씩 19개월을 저축해야 한다.
구로 천왕지구 행복주택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이모씨(남·29세)는 “결국 이곳에 입주한 것은 주변보다 싼 시세 때문이지만 당초 행복주택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준을 주변보다 싼 시세에 둘 것이 아니라 그 취지에 맞게 싼지가 중요하다”고 씁쓸해 했다.
◆철도 위 ‘행복주택’ 적절한가
철도 위에 짓는 행복주택.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 사업을 정부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맞춤형 주거지원 강화를 위한 2016년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행복주택 공급 확대 및 공급방식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올해 안에 행복주택 14만호 입지를 모두 확정하고 2017년까지 추가 1만호를 확정해 전체 공급(사업승인) 물량을 15만호까지 늘리기로 했다. 공급방식도 행복주택리츠·공공시설과 복합개발·가로주택정비사업과 연계·매입방식 도입 등으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취지에서 비롯된 행복주택이 철도와 연접한 행복주택 사업이다. 정부는 철도역과 연접한 유휴 부지를 활용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사 쇼핑몰과 같은 형태로 주택을 지어 대학생·신혼부부 특화 단지로 활용키로 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가좌·인천 주안역과 서울 오류역이다.
서울 가좌·인천 주안역은 인근 연세·홍익·서강·인하대 학생들을 위해 각각 362·140가구를 공급한다. 서울 오류역 부지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투룸 890가구를 분양한다.
이곳은 역사 바로 위에 지어져 공통적으로 교통 편의성은 훌륭하지만 평일·주말 하루 450회 가량 전동차가 지나가 소음 문제가 우려된다.
가좌역은 기차 건널목 신호소음까지 24시간 발생되고 2007년에는 인근 지반침하 사고로 선로가 뒤틀리는 현상도 일어나 사업초기부터 행복주택 단지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방진패드와 방음벽을 활용한 시공으로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선제적 안전점검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거지로서 적절한 곳인지 의문이 든다.
서울 오류역은 장마철 폭우 시 선로가 상습 침수돼 골머리를 앓던 지역으로 역시 지반 침하 우려가 있다. 또 단지 바로 앞에 모텔 골목이 있어 신혼부부의 주거환경을 해치는 점도 부지선정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임대주택은 다양한 계층 아우러야
“행복주택과 같은 임대주택사업은 철저하게 수요자 맞춤형이어야 한다. 가격이나 시설뿐만 아니라 입지도 공급자 관점에서 공급하기 쉬운 곳에 공급할게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에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행복주택의 문제점을 이 같이 짚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수요가 있는 적합한 부지에 공급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행복주택 추진은 중앙정부 몫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행복주택 공급주체는 그 지역 여건과 대상수요 등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정부는 그에 맞는 보완책 제시와 지원만 충실히 하면 된다”며 “정부가 총량을 정해서 지역별 일괄 할당하는 현 행복주택 공급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지자체 주도 행복주택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앞으로 발생될 복잡한 도시계획 이슈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우선 철도부지 등을 이용하다보니 안전과 소음차단을 위한 비용이 추가된다. 또 애초에 주택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건설되다보니 교통체증이 유발돼 이를 고려한 후속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상권 등 주변 인프라에도 과부화가 걸린다. 기존 철도역 유동인구에 거주인구까지 추가돼 한정 공간에 인구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는 “정권 공약에 따라 정부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면 사업 추진의 힘은 실리지만 무리수가 따른다”며 “특히 별도로 대상을 제한한 행복주택사업은 공급의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전월세 가구 수요를 아우르는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