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를 대표하는 것은 귤과 동백이다. 1월에 제주를 여행한다면 서귀포 남쪽 감귤박물관에서 동백 꽃길을 지나 큰엉까지 가보자. 상큼한 귤색, 정열의 동백색, 짱짱한 제주바다색이 또렷한 3색 여행을 떠나보자.


 

세계감귤온실.

◆비타민 충전하는 감귤박물관
감귤박물관은 생각보다 넓고 할 게 많다. 박물관 건물은 하나지만 아열대 식물원과 세계 감귤원 등 온실이 2개고, 박물관 주변을 걷는 감귤산책로, 감귤향 나는 폭포, 2개의 체험실, 감귤 따기 체험밭 등 감귤테마파크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입구의 가로수부터 감귤나무고 언덕 아래는 쇠소깍 앞바다, 멀리 동쪽으로 위미항, 서쪽으로 서귀포항이 펼쳐졌다. 박물관이 있는 월라봉은 조용하고 여유롭다.

박물관의 중심은 테마전시실이다. 이곳에서 제주 감귤의 역사부터 여러가지 감귤 품종과 토양 등 다양한 정보를 둘러볼 수 있다. 감귤, 감귤잎, 레몬향을 비교해 맡아보면 미세한 상큼함의 차이가 신기하고,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귤 품종에 깜짝 놀라게 된다. 토양에 따라 농사가 잘 되는 품종이 달라서 제주도 안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품종이 생산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전시실 끝에 감귤밭 사진 찍기 코너가 있는데 원하는 감귤밭 배경을 선택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크로마키 기법의 사진 결과물이 생각보다 감쪽같아서 재미삼아 프린트해가는 관람객이 많다.

2층은 기획전시실로 제주의 전통 농가를 볼 수 있다. 주인이 기거하던 안거리, 아들이나 노부모가 생활하던 밖거리, 통시라 불리는 똥돼지 화장실 등 옛날 집의 구조를 실감나게 전시해 놨다. 이어지는 전시실에는 생활도구, 농기구 등의 옛 유물이 있는데 이 역시 제주도 특유의 물건들이다.

전시관과 이어지는 세계 감귤 온실도 재미있다. 세계의 감귤류 143종, 201본을 둘러볼 수 있는데 콩알처럼 작은 것부터 아기 머리통보다 큰 감귤까지 크기도 다양한 데다 옅은 주황빛에서 진한 주홍빛까지 빛깔도 제각각이다. 완두콩처럼 생긴 ‘두금감’, 부처의 손을 닮은 ‘불수감’ 같은 것들은 이름이 쓰여있지 않으면 감귤이라고 짐작하기조차 힘든 품종이다.


볼거리도 다양하지만 발걸음을 따라오는 상큼한 향기가 그만이다. 나무 아래 작은 연못에는 빨갛고 하얀 금붕어가 놀고 키 작은 감귤나무는 눈높이에서 볼 수 있도록 동선까지 배려했다.

전시관 뒤쪽으로는 아열대 식물원이 있다. 아열대 식물 297종 7000여주가 있어 겨울에도 열대 식물과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바오밥나무, 원종고무나무, 핑크벨벳바나나 등 평소 보기 어려운 식물 아래서 사진 한장 찍는 것도 좋겠다.

주차장 쪽에는 체험실이 있다. 감귤쿠키, 케익 같은 먹거리 만들기와 비누, 방향제, 향수, 천연염색 같은 감귤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자기, 규방, 칠보 같은 전통공예 체험도 가능하고 실외에서는 감귤 따기 체험, 감귤길 걷기 체험을 운영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족욕이다. 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티켓을 가져가면 감귤 족욕을 무료로 할 수 있다. 따뜻한 물을 받아 감귤 정유와 진피 분말로 만든 족욕제를 푼 후, 발을 담그면 여행의 피로가 싹 빠져나간다. 은은한 향과 족욕 체험실에서 보이는 제주 앞바다의 전망이 그만이다.


동백꽃.
위미 동백나무군락지.

◆동백꽃 피는 마을, 위미리
요즘 제주의 동백 핫플레이스는 ‘위미리’다. 이곳 ‘동백나무군락’은 제주기념물 제27호로 겨울이면 여행자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이곳은 테마파크나 공원이 아니다. 특별히 입구가 있는 것도 아니라 해마다 이맘때면 골목길에서 길을 찾는 렌터카와 올레군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버득할망돔박숲’이라 불렀다. 주인공은 현맹춘 할머니, 그는 1870년대에 17세의 나이로 이 마을에 시집왔다. 어려운 형편에 품팔이로 돈을 벌어 황무지를 샀고 농지 개간을 시작했다. 가장 큰 시련은 바람이었다. 그녀는 한라산에서 동백나무 씨를 받아와 밭 테두리에 심었다. 그것이 자라 지금의 500여그루나 되는 동백나무군락을 이뤘다.

의외로 이곳에서 실망하고 돌아서는 여행자가 많다. 우선 동백꽃을 볼 수 있는 시기가 길지 않다. 빨간 동백을 기대하고 왔다가 떨어진 동백만 보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잘 가꿔놓은 정원이 아니고, 체험거리도 없다. 누군가의 농지 둘레를 산책 삼아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 전부다.

돌아서던 발걸음을 잡은 것은 길가의 동백이었다. 화려하게 핀 겹동백과 애기동백정원이 근처에 있다. 몇년 전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적극적인 블로거들이 주소를 공개하면서 이제는 동백 명소가 됐다. 사유지인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면서 땅이 다져져 부득이 올해부터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애기동백은 화려한 꽃이 오랫동안 피기 때문에 여행자와 사진가에게 실패 없는 꽃길이다.


큰엉 해안경승지.
큰엉.

◆꽃길 지나 바닷길, 큰엉 해안경승지
위미리에서 가까운 곳에 해안산책로가 있다. 큰엉 해안경승지로 1.5km 정도의 바닷가 산책로다. ‘큰 엉’은 제주 사투리로 ‘큰 언덕’이라는 뜻인데 ‘큰 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큰엉 해안경승지에는 해안동굴이 곳곳에 있고 산책로는 그 위로 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해안선의 굴곡 때문에 동굴의 측면을 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 절벽의 모양은 기기묘묘하고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도 자주 볼 수 있다. 산책길은 편하게 조성돼 어르신들도 힘들지 않고,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 

큰엉이 유명해진 것은 숲 터널 때문이다. 나무로 덮인 숲 터널이 자주 나오는데, 한반도 지도가 보이는 곳이 있다. 숲 터널의 뚫린 모양이 또렷한 한반도 모양이고 그 창으로 제주 바다의 푸른 해안선과 하늘이 보인다. 당연히 포토존이다. 이곳에서는 혼자 여행 온 사람도 주저 없이 셀카봉을 든다. 금호리조트에서 신영영화박물관 방향으로 걷는다면 이 위치를 놓치기 쉽다. 걷다가 뒤를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산책로이니 직진만 하지 말고, 쉬엄쉬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자. 사진이 잘 나오는 곳에 표지판이 있으니 길가의 표식도 잘 살피며 걸어보자. 꽃길에서 해안길까지 바쁠 이유가 없는 여행길이다.

큰엉 한반도 숲터널.

[여행 정보]
[제주공항에서 제주 감귤박물관 가는 법- 대중교통]
제주공항에서 100번 승차 – 제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 – 730번 승차 – 신효동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감귤박물관: 검색어 ‘감귤박물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효돈순환로 441
위미리 동백정원: 사유지로 내비게이션 검색어 없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태위로 290
큰엉: 검색어 ‘큰엉해안경승지 주차장’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522-15

감귤박물관
문의: 064-767-3010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마감 오후 5시30분 / 1월1일·설날·추석 휴관)
관람료: 어른 15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800원
족욕체험실: 오전 10시 ~ 오후 5시

동백정원
입장료: 2000원

음식
남원포구식당: 남원포구 앞에 있는 식당으로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전복물회와 해물전골, 갈치조림이다.
해물전골 3만원 ~ 4만원 / 전복물회 1만2000원 / 갈치조림 1만3000원
064-764-2663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111-2

숙박
바당꽃: 제주 남원에 있는 펜션이다. 카페는 꽃으로 장식한 로맨틱 분위기이고, 숙소는 심플하고 깔끔하다. 방에서 보이는 남원 바다 전망이 좋고, 조식이 푸짐하고 맛있다.
예약문의: 010-2100-1001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46번지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