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직장생활 10년을 끝내고 지난달 뮤지션으로 데뷔한 조한입니다.”

그의 짧은 자기소개에서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오랜 직장생활을 끝낸 홀가분함과 아쉬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자유로움.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모습을 짐작케 하는 한마디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수입차회사의 홍보담당자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은 그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한달여간 음반작업을 조용히 마무리한 그는 마침내 지난달 21일 음원을 공개했다. 다음날엔 첫 공연을 무사히 치렀다. 회사원의 삶이 아닌 싱어송라이터 ‘조한’의 인생 2막이 시작된 것. 지난 8일 오전 그를 만나 새로운 삶을 걷게 된 이유를 들었다.


조한 싱어송라이터. /사진=박찬규 기자

“예전부터 내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한국나이로 올해 39세입니다. 내년이면 앞자리가 4로 바뀔 텐데 숫자가 주는 무게가 상당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했습니다. 그동안 꿈꾸던 일을 시작한 지금 심정은 홀가분하고 설렙니다.”
◆영혼에 날개를 달아라

뮤지션 조한. 그의 성격은 다혈질과 거리가 멀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데다 인내심도 강해 힘든 일도 잘 견뎌낸다. 주위 사람들은 물론 스스로도 그렇게 평가한다. 계절에 빗대자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피우는 ‘봄’이다. 뜨거운 여름이나 쓸쓸한 가을과 거리가 멀다. 그가 봄이 절정에 달할 때 준비해온 음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성격 때문이다.


홍보인으로서의 걸음마는 쉽지 않았다. 석사과정을 마쳤음에도 취업걱정에 시달렸다. 나이 때문에 면접 볼 기회조차 오지 않아 마음을 졸였다.

“한번은 면접까지 잘 마쳐서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이번엔 되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떨어졌죠. 그런데 나중에 모집공고가 다시 나왔는데 나이제한이 생겼더라구요. 같이 일할 팀에서 제 나이를 부담스러워한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다른 직장에 다녔는데 대부분 밤 9시~10시 퇴근이 일반적이었고 심지어 자정쯤 퇴근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죠. 당시엔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마음의 여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에게 위기감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깨에 타투를 했다. 사람이 날개를 단 모습이다. 그는 “내 몸은 어쩔 수 없지만 영혼에라도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면서 “타투를 한 다음부터 신기하게 회사생활이 잘 풀렸고 즐거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진솔한 가사, 상큼한 멜로디

그에게 또 다른 영혼의 날개는 음악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에서는 고통과 괴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사는 쉽게 공감되며 멜로디는 싱그럽다. 그가 평소 꿈꾸던 이상향을 담아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의 소울푸드는 다름 아닌 순대국밥. 고춧가루 양념을 넣지 않은 담백한 국물과 소주 한잔에서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그의 소박하고 담백한 음악세계와 일맥상통한다.

“어떤 곡은 가사 쓰는 데 3개월이 걸렸어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조금씩 쓰고 다듬는 걸 반복하는 편이거든요. 곡이나 가사는 집에서 쓸 때도 있지만 길을 걷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특정 장소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굿모닝투유'라는 곡은 3~4년 전 제주도 협재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을 때의 소감을 담았어요. '살랑살랑'은 충남 수덕사에서 템플스테이 할 때 산속에서 떠오른 감성으로 곡을 썼죠.”

평소 그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선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프랑스브랜드 푸조-시트로엥의 홍보담당자라는 자리도 어색하지 않았다. “하늘은 몽글몽글하고 바다는 옥빛이고 햇살은 까슬까슬한 아침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기지개 한껏 켜고 부스스 맞이하는 새 아침…” '굿모닝 투유'의 첫 소절은 그가 수년 전 페이스북에 올려둔 문구를 다듬은 것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런 표현으로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울러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한 5개의 음원 중 하나인 ‘자장가’의 주인공. 그를 믿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여자친구다.

“자장가는 사실 한사람만을 위한 노래거든요. 가끔씩 밤에 통화하며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아예 그 친구만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어요. 제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도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줬고 공연하던 날엔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녀와 연인이 된 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사진제공=조한

◆앞으로도 음악과 함께할 것
평생 품어온 뜻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뮤지션 조한. 회사를 그만둔 지 어느덧 두달째. 첫달은 음반작업 마무리와 공연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편곡을 체크하는 건 물론 공연에 앞서 손발을 맞출 세션과의 연습시간도 필요했다. 요즘엔 언론 인터뷰와 작곡활동 등 음악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마주했다.

무엇보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한마디를 강조했다. 첫 음반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음악인으로 살겠다는 각오다.

“저는 천천히 곡을 쓰는 사람이거든요. 곡이 안 써진다고 불안해하지 않을 거 같아요. 쓰고 싶은 곡을 쓰다 보면 창작에 대한 욕구가 마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위해 곡을 쓰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죽을 때까지 음악을 즐길 수 있겠죠.”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