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DB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발표되면서 보험사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IFRS17은 오는 2021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서로 부채를 기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꿔야 해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본증식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보험사들은 지점축소와 인원감축 등 경영효율화 전략을 통해 군살빼기에 한창이다.
◆'줄이고 줄여 자본 만들어라' 특명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18일 새로운 회계처리기준인 IFRS17 기준서를 확정 발표했다. 기존에는 원가법으로 보험계약을 측정했지만 앞으로는 매 결산 시기에 보험부채를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로 계산해 평가해야 한다. 이 경우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쌓아야 할 적립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기준서는 2021년부터 시행되며 현행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인 IFRS4는 오는 2020년까지만 적용된다.
새 회계기준서의 핵심은 '부채 시가평가'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금리형 장기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했다. 저축성보험이 수입보험료 증가에 효자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 상품을 많이 판 생보사들의 부채가 지금보다 몇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기존에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아온 생보사들은 자본확충과 함께 비용감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RBC)이 150%를 하회하는 흥국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이다. RBC비율이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계량화한 수치다.
흥국생명 본사./사진=머니SDB
이 중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을 각각 350억원, 15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여기에 더해 흥국생명은 기존 전속채널 140개 지점을 절반 수준인 80개로 대폭 축소·재편하는 '지점 효율화 전략'도 추진할 예정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영업지점들을 인근 거점 지점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인 것. 흥국생명 관계자는 "경영악화 타개를 위한 자구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데 따른 결정"이라며 "단 고객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CS지원창구를 늘리고 설계사를 위한 전속채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DB생명은 올 3분기 중 2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고려 중이다.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경과에 따라 3분기 유상증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KDB생명은 임원과 임직원의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회사 중 유일하게 RBC비율이 150% 이하인 MG손보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점포축소 및 인원조정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보험사 지점축소는 굳이 IFRS17 도입이 아니더라도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몇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다"며 "하지만 새로운 회계기준 발표로 보험사별 경영효율화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보험사들은 자본확충계획을 마무리 짓는 분위기다. 한화생명은 후순위채발행으로 5000억원을 증자했다. 교보생명은 막판까지 상장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두고 고심하다 해외에서 5억달러(5600억원)규모의 자본발행을 택했다.
중국안방그룹에 인수된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283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마쳤으며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도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IFRS17, 보험료 인상 요인 될까
IFRS17 기준 발표와 함께 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초 IFRS17 기준 발표는 지난해 말이었다. 하지만 IASB가 지난해 10월, IFRS17 기준서 발표를 올해 3월로 연기했다.
당시에도 보험료 인상론이 터져나왔다.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의 보험료자율화 정책 이후 보험사들이 자본확충과 수익안정을 핑계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지난해 4월 일제히 3% 안팎이던 예정이율을 2.75% 수준으로 조정한 데 이어 10월 들어 다시 이를 2.50% 안팎으로 추가 인하했다.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면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손보사들도 올 들어 실손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했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은 지난해 손해율 증가와 함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합해져 결정된 것”이라며 “IFRS17 도입이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