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는 일종의 ‘신분제’ 기능을 했다. 특정 자격이 있는 이에게만 발급해줘 신용카드를 보유한 사람은 사회적 지위가 높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신용카드는 서민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사실상 대중화됐다.
그런데 앞으로 서민의 카드혜택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수수료율 0.8%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은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1.3% 적용) 기준은 3억원에서 5억원 이하로 바뀐다. 정부는 소상공인이 연평균 80만원가량 수수료 부담을 덜 것으로 봤다. 한달에 7만원 남짓한 금액이다. 물론 이는 영세자영업자에게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다만 정부가 내세운 명분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정부는 가맹점수수료 정책 추진에 대해 “일자리 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다는 복안인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자영업자의 비용부담 증가로 효과적인 정책을 펼칠 수 없으니 대신 수수료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다. 여신금융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경기침체(57.2%)와 높은 상가임대료(15.8%)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수수료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고작 2.6%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서민들이 쓰는 신용카드 혜택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사로선 수익의 절반 이상인 가맹점수수료가 인하되면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엔 가계부채 억제정책으로 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수익을 지난해처럼 올릴 수도 없다. 부가서비스 축소, 연회비 상승이 불가피한 이유다.
올 초 카드업계에선 연회비 250만원짜리 VVIP카드가 출시돼 화제가 됐다. 반면 서민에게 인기인 ‘알짜카드’는 되레 단종되는 추세다. 카드는 일반화됐지만 서민과 부자카드로 분류돼 ‘현대판 신분제’가 나타나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정부에 고한다. 카드회원 대다수도 서민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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