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은행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앞세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고객들은 더 빠르고 편리한 금융서비스에 열광한다. 자칫하면 기존 시중은행에 충성하던 고객들이 대거 인터넷은행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머니S>는 인터넷은행이 몰고 온 변화와 위기에 직면한 시중은행이 생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다.<편집자주>
시중은행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심화되는 데다 국내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수익성 하락 위험에 직면했다. 뿐만 아니다. P2P업체들이 은행의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과 해외송금수수료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이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고객의 이목을 집중시킬 신상품과 획기적인 플랫폼을 내놓지 않으면 은행 수익사업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 수익 갉아먹는 경쟁자들
올 들어 잇따라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시중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편리한 금융서비스와 낮은 금리로 순식간에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눈부시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오픈 5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서더니 지난 8일 기준 200만명(계좌개설 기준)을 돌파했다. 예금 등으로 거둔 자금은 9960억원, 대출로 나간 돈은 7700억원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가입자 유치속도가 한풀 꺾였지만 50만명을 돌파한 이후 가입자 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시중은행이 긴장하는 이유는 새로운 금융플랫폼에 있다. 인터넷은행은 복잡한 가입절차를 줄이고 모바일과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신규 계좌개설을 포함, 다양한 은행거래를 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4200만명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과 대세 아이콘, 편리한 금융서비스까지 고루 갖추면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이 큰 인기를 끌자 시중은행의 콧대가 낮아졌다. 그동안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내릴 여력이 없다고 버티던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신용대출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여기에 일부 은행은 해외송금수수료를 내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P2P업체의 성장도 시중은행으로선 골칫거리다. 국내 P2P업계 누적대출액이 1조원을 넘기는 등 시장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47개 회원사의 6월 말 기준 총 누적대출액은 1조908억원이다. P2P금융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투자한도가 1000만원 이하로 제한되면서 대출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8·2부동산대책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돼 대출길이 막힌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이 독점해온 해외송금시장 역시 변수가 생겼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돼 지난달부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업체도 해외송금 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전부터 해외송금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1로 낮추겠다고 발표했고 해외송금업 허가를 신청한 P2P업체는 수수료를 1% 내외로 책정해 시중은행(5%)을 위협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P2P업체는 기존 금융권의 인재들을 고연봉에 영입하며 시중은행의 파이를 빼앗고 있다”며 “은행들이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면서 앞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은행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규제장벽에 막힌 은행들 ‘난감하네’
시중은행의 기본 수익원인 예대마진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정부가 투기성 주택거래를 옥죄기 위한 금융규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키로 하면서 주택담보대출로 재미를 보던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LTV·DTI 강화로 올 하반기에만 서울 등 투기지구의 신규대출자 약 40만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출자 감소에 은행권 예대수익이 줄어들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수익 대부분이 이자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비이자수익은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경고를 보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계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안주하는 은행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의 전당포식 영업을 자제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다변화하라는 얘기다.
은행권은 정부의 대출 옥죄기 정책 이전부터 해외진출 등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초저금리시대에 돌입한 상황에서 계속 이자수익에만 기댈 수 없어서다. 하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국내은행들은 해외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사 해외점포현황’ 에 따르면 올 1분기 현재 국내 금융사 80곳이 해외에 진출해 사무소와 현지법인, 지점 400개를 설립·운영 중이다.
점포가 늘면서 은행들의 자산·이익규모가 확대됐지만 아직 성장 초기단계여서 해외점포의 이익 기여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6월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국내은행들의 해외진출 현황 및 신용위험 방향성 분석’ 리포트를 보면 해외점포 자산규모 상위 6개 은행(KEB하나·신한·우리·산업·IBK기업·KB국민)의 자산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의 경우 해외점포 이익 기여도가 낮고 총자산이익률(ROA)도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명석 선임연구원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성장 초기단계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며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일부 해외점포들도 아직 해당국 은행산업에서 의미있는 경쟁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해외현지의 규제도 은행들이 해외에 적극 진출하기 힘든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진출 금융사가 늘면서 일부 국가의 경우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제때 승인하지 않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 KB국민은행의 경우 인도에서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시중은행이 국내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의 규제장벽이 높아 신사업 추진도 쉽지 않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에도 철옹성 같은 당국의 금융규제와 관치로 대변되는 금융환경은 은행을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외국계은행 20여곳이 국내 규제장벽을 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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