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기업의 미래자동차시장 패권 다툼이 시작됐다. 저마다 최신 친환경·자율주행기술을 앞세우며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서로 손잡아 연합을 맺는가 하면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대비하며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린다.
닛산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안에서 ‘닛산’ 브랜드만의 색채를 내기 위해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라는 큰 틀을 제시했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로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인텔리전트 파워를 통해 짜릿함을 더한다. 나아가 인텔리전트 인테그레이션으로 연결성을 넓혀 ‘전기’의 활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이 제품으로 표현된 건 순수전기차 ‘리프’와 e-파워 ‘세레나’, 그리고 이번 2017 도쿄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IMx’다.
◆전통적 가치를 재해석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글로벌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필리페 클라인 닛산 글로벌 최고계획책임자는 “르노와 닛산은 현재 플랫폼을 30%쯤 공유하는데 앞으로 전기차나 자율주행기술, 연결성 등에 있어 75%이상 공유하는 게 목표”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닛산자동차의 차별화를 통해 고객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세운 전략 중 하나가 ‘니스모’. 닛산의 전속 튜닝팀이자 모터스포츠법인인 니스모를 통해 브랜드 컬러를 명확히 한다는 전략이다. 동일 카테고리에 니스모를 더함으로써 전통적 요소를 활용하고 제품의 흥미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나아가 닛산은 전기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며 보급의 걸림돌인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무엇보다 인프라 확장에 경쟁업체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사실 닛산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상황을 준비한 기업이기도 하다.
클라인은 “비용절감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를테면 신형 리프의 400㎞ 주행 가능한 배터리가격은 2010년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전기차에 관심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전기차는 실내공간이 더 넓어져서 기존 세그먼트보다 최대 1.5 클래스 더 높아지는데 이런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강조한 것 중 하나는 ‘크로스오버 전기차’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전기차는 플랫폼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비용절감과 라인업 다변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이다.
또 닛산은 주행거리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무선충전과 자율주행 등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분야도 관심이 많다. 배터리 밀도가 높아지면 안전성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용량이 커지면 제품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닛산이 현실적인 중간단계의 전기차기술 ‘e-파워’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e-파워는 전기차와 같은 구동계를 갖췄지만 발전용 엔진을 추가해 주행거리가 긴 상용차나 미니밴 등 특수목적용 제품에 우선 적용할 수 있다. 각각의 장점을 활용한 방식으로 앞으로 전기차와 함께 주요 파워트레인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앞으로 닛산이 선보일 자동차의 디자인은 어떻게 달라질까. 알폰소 알바이사 닛산 글로벌 디자인 수석 부사장은 “전기동력화에 맞춰 각 브랜드가 걸을 방향성에 따라 디자인도 변해갈 것”이라며 “앞으로 바퀴 달린 건 모두 자동차로 부르게 되는 만큼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자동차의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
아울러 전기차 디자인의 차체 비율이 바뀌는 추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바닥에 배터리를 넣으면서 캐빈이 커지고 엔진룸은 줄어드는 구조적 특징과 디자인 흐름이 있다"면서 "성능과 공간활용 측면에는 좋지만 디자인 면에선 불리해 앞으로 배터리가 작아지거나 다른 기술적 변화가 생기면 이를 디자인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시대를 준비하는 닛산
닛산이 전기차와 함께 추구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자율주행’이다. 전기동력화와 더불어 자율주행이라는 트렌드는 현재 모든 자동차기업의 과제다. 이에 닛산은 핵심요소를 모아 하나의 큰 개념으로 통합했다. 제품개발과정에서는 ‘이 개념에 부합하느냐’, ‘미래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칸토’라는 새로운 브랜드 사운드를 만들었다. 소리만으로도 닛산 차임을 알아차리도록 한 것으로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개념이 적용된 차종에 모두 적용된다.
닛산은 지난해 고속도로 단일차선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였고 내년 다차선변경 기술을 상용화한 뒤 2020년에는 도심과 교차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내놓는다. 이어 2022년이면 완전자율주행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때 운전자가 없는 기술은 택시 등으로 활용하며 운전자가 있을 경우 자율주행 여부를 선택하는 방식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시대에 앞서 닛산이 계획한 기초작업은 ‘커넥티드화’다. 2022년까지 얼라이언스 내 차종의 90%를 클라우드로 연결할 방침이다. 기존 차종은 동글을 통해, 신차는 통신모듈의 기본 탑재로 이뤄진다. 이와 관련 보안문제와 개인정보침해 등의 우려가 제기되지만 아직 준비단계이므로 차차 문제점을 보완할 예정이다.
마틴 시어하우스 닛산 리서치센터 총괄이사는 “20년 뒤에는 운전자 없이 여러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형태는 알 수 없지만 운전자가 아예 없는 차는 배달 등 운송업종에 먼저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닛산은 특정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각국 정부와 세부 조율이 필요한 데다 여전히 여러 업체가 함께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이어서다. 확정된 게 없으니 미리 선을 긋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
또 닛산은 자율주행기술 개발과 관련,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인 ‘모빌아이’와의 협력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지금은 필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 따라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자체 기술도 확보하는 중이다.
시어하우스 이사는 “단순히 모빌아이 기술만 사용한 게 아니라 상호작용이 있었다”면서 “특정 기능과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했고 이 과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질수록 기술개발에 유리한 면이 있는데 여러 센서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정밀지도가 필요하지만 여러 상황을 인지하는 센서 또한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타카오 아사비 닛산 연구개발 및 첨단공학부문 총괄은 “센서에 대한 평가도 계속될 것이며 파트너와의 협력은 전략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라며 “센서는 안전성 문제를 거쳐야 하는 만큼 패키지로 구매하는 현재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의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타카오 아사비 총괄은 “현재 규제상 자율주행 시 사고가 나면 관련 내용을 설명해야 하지만 안전성과 관련된 로직을 추출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미래에는 이런 조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전략, 시장마다 다르다
닛산은 글로벌시장에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인구구성 면에서 큰 잠재력이 있어서다. 하지만 시장별 특성이 분명해서 고민이다.
다니엘 스킬라치 글로벌 판매 및 마케팅, 배출가스 없는 차와 배터리사업 총괄 부사장에 따르면 아시아는 국가별로 개발속도가 달라서 시장별 제품전략을 달리 세워야 한다. 닛산은 아시아시장에 전기동력화와 관련, 장기적 투자계획을 수립했고 호주시장은 e-파워와 크로스오버 라인업 등에 대한 요구가 많아 이에 대응하려 한다.
그는 “자세한 건 말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며 시간이 지나면 각국에 자율주행차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전기차 인프라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스킬라치 부사장은 중국시장도 언급했다. 그는 “특히 중국시장은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프로파일럿이 적용된 X-트레일 등 SUV와 새로운 리프 전기차를 론칭해 새로운 영역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조건 저렴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6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활용해온 닛산. 임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자율주행차시대를 대비한 닛산의 밑그림을 살필 수 있었다. 앞으로 그룹의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면서도 보다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킬 섬세한 전략이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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