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은 성공, 내실은 실패 '속빈 강정'
'게임 올림픽' 특색 갖춰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7’(이하 지스타)이 지난 11월19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번 지스타는 35개국 2857부스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개막 하루 전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진도 5.4 규모의 지진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나흘간 관람객 22만5000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제게임전시회답게 글로벌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치는 파트너 게임개발사들의 출품작과 시연방송을 한국어와 영어로 송출하며 행사장을 방문하지 못한 게임마니아에게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했다.
올해로 13년째를 맞은 지스타는 해마다 참여기업과 관람객이 늘면서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스타가 전혀 성공적이지 않은 행사였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이번 지스타에서 늘어난 것은 유저의 한숨과 시연 대기시간뿐”이라며 “지스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제게임전시회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유명 게임사가 불참한 점은 지스타를 초라하게 만든다. 올해도 그랬다.
이번 지스타에는 35개국이 참여했다.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도쿄게임쇼(40개국)와 비교해도 적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도 지스타에서는 해외 게임업체의 부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글로벌 유명 게임사 불참… 동네잔치 전락
관람객이 입장할 수 있는 BTC관에는 넥슨, 넷마블, 블루홀 등의 부스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기업의 시연석은 전체의 90%에 달했다. 이를 제외하면 BTC관에는 크게 내세울 만한 콘텐츠가 없었다. 중국 샨다게임즈의 한국법인인 액토즈소프트가 ‘월드 e스포츠 게임리그’(WEGL)를 개최하는 등 간혹 눈길을 끄는 이벤트가 열렸지만 행사장 어디에도 지스타만의 색깔은 존재하지 않았다.
해외 유명 게임업체들은 지스타보다 앞서 열린 ▲게임스컴 ▲E3 ▲도쿄게임쇼 ▲차이나조이 등에서 대부분 신작을 공개했다. 이들 행사는 5~9월에 열리는데 지스타는 매년 11월에 개최된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소개할 만한 게임이 없다 보니 지스타 참여를 꺼리는 실정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스타는 매년 해외 유명 게임사가 없는 국제전시회를 치른다”며 “이미 다른 게임전시회에서 신작을 발표한 마당에 굳이 연말에 시간을 내 부산까지 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스타 개최시기를 조정하거나 격년제로 개최하는 방안도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BTB관의 부진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해외기업들의 신작도 없는 마당에 BTB입장권은 1인당 20만원에 달한다. 한명이 아닌 여러명이 등록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유료 바이어 등록인원이 2006명(1일차 1365명, 2일차 427명, 3일차 214명)에 불과했고 실제 계약 상담은 136건에 그쳤다. 지난해 유료 바이어 등록 수인 1902명보다 104명(5.4%) 늘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치다.
이로 인해 BTB관에 단독부스를 차렸지만 딱히 성과가 나지 않아 등록업체도 울상을 지었다. 지스타의 BTB부스 비용은 자리만 제공하는 독립부스가 95만원, 기본 디자인을 제공하는 조립부스가 170만원이다. 부스공간이 미리 디자인된 패키지 상품의 경우 6부스 1340만원, 9부스 1830만원에 달한다.
BTB관에 부스를 꾸린 업체 관계자는 “BTB관에 부스를 내기 위해 인건비와 디자인비용 등을 지출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며 “지난해부터 바이어들이 부스를 찾는 횟수도 줄고 계약상담도 감소해 내년에도 지스타에 부스를 차릴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앉을 곳도 먹을 곳도 마땅찮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부대시설 미흡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복잡한 전시회장을 나와 잠시 앉으려 해도 제대로 된 휴식공간이 없었다.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간이 벤치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시장 바깥의 야외벤치는 흡연구역으로 지정돼 연신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스타 관람객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찾는 지하식당가도 빈약했다. 관람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은 전시장 내 편의점에서 부실한 식사를 하는가 하면 식당가의 좌석은 4만여명의 인원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수십분을 기다려 자리에 앉아도 돌아오는 것은 불친절한 식당상인의 언행이었다. 식당가 곳곳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손님과 종업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스타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 부천시에서 내려온 신동환씨(36·남)는 “지하 식당가의 한 유명매장의 직원은 4인석에 두명이 앉았다고 면박을 줬다”며 “처음 지스타를 방문했는데 안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스타조직위원회 측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장권판매소 근처에 푸드트럭을 배치했지만 홍보가 뒷받침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처럼 매년 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음에도 지스타가 변하지 않고 그저그런 행사로 머문다는 평가에 대해 업계는 “지스타만의 특색 없이 흥행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은 게임업체 관계자는 “출품작들의 면면을 봐도 게임성보다 흥행에만 매달리는 실정”이라며 “내부회의에서 참여해도 크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와 불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도 과거 콘솔게임의 흥행에만 집착하다가 다양성을 잃고 게임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