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을 비롯해 근로시간단축, 노동이사제 도입 등 기업의 경영환경을 저해할 수 있는 정책이 내년부터 줄줄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같은 친노동성향의 정책이 국내기업의 경영 애로를 심화시켜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한다.
◆자금 부담 커지는 기업들… 세계흐름 역행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2018년 최저임금을 2017년의 6470원보다 16.4% 늘어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새로운 최저임금 기준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 취지엔 공감하지만 최저임금으로 인정받는 임금항목이 제한돼 고임금 근로자까지 제도 적용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상여금, 복리후생수당 등이 포함되도록 산입범위를 합리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최저임금위원회는 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산입범위,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을 논의 중이다. TF는 연말까지 복수의 대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개로 국회는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으로 2조9707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지불능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이다.
그러나 재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없이는 지원대책의 실효성이나 지원대책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인세법 개정안이 지난 5일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재계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내년도 세법 개정안이 확정되면서 기업들은 내년부터 3000억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에 대해 최고 25%의 세금을 내게 됐다. 77개 대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0%로 크게 낮췄고 일본도 내년 법인세 실효세율을 30%에서 25%로 변경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자국 경제 부흥을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데 우리나라만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이는 결국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글로벌시장에서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계는 최근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내용의 여야 근로기준법 개정합의안을 사실상 수용키로 했다. 여야가 대치하는 국면에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맡겨뒀다가는 자칫 유예기간 없는 제도 강제 시행에 내몰릴 수 있어서다.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느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안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노동이사제도 경영권 침해 우려 가중
노동이사제 도입도 재계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를 기업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로, 쉽게 말해 노조 등 근로자 측이 추천한 인물을 이사진에 포함시켜 근로자 측 의견을 반영토록 한 것이다.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독일 등 유럽 17개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제도를 운용 중인 유럽 국가 중 스웨덴을 제외한 16개국이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가 분리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일원화된 구조를 취해 경영권 침해 우려가 높다는 것.
대다수 기업의 노사관계가 적대적인 상황도 걸림돌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노사 간 신뢰구축이 안된 상황에서는 인력감축, 구조조정 등 민감한 경영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근로자 입장에 편향된 사외이사의 ‘반대를 위한 반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이사제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년 공공기관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민간기업으로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어서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최근 KB금융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물론 해당 안건은 부결됐지만 국내 기업 300여곳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노동이사제 찬성으로 입장을 정했다는 점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으로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며 “유럽처럼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를 분리하는 등 추가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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