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곰이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맨몸으로 재계서열 31위 그룹을 일궜다가 바닥까지 추락했던 2세대 창업주 선두주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얘기다. 웅진은 최근 생활가전렌털업계 1위 코웨이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경영난으로 2013년 1월 MBK파트너스(코웨이홀딩스)에 코웨이를 매각한 지 5년 만이다. 코웨이의 핵심 사업군은 정수기 렌털 및 판매로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웅진은 그룹 성장기에 핵심적 역할을 한 정수기사업 재진출로 그룹 재건의 큰 틀을 완성할 계획이다.


윤석금 웅진그룹회장. /사진제공=웅진

◆알짜 화수분 코웨이 인수 추진

웅진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웅진은 최근 코웨이 지분 26.8%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실무 작업을 위해 재무와 법률 자문사로 각각 삼성증권과 법무법인 세종을 선정했다. 코웨이 최대주주 MBK파트너스 측에 인수 제안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자문사를 선정해 코웨이 지분인수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2018년 1월2일 경업(競業)금지 조건이 풀려 정수기사업 재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과 직접 정수기사업 진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31개 국내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이었던 웅진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발목이 잡혀 순식간에 쓰러졌다. 특히 2007년 66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업에 진출한 게 추락의 발단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며 극동건설은 재정난에 빠졌고 무리하게 살리려다 지주사 웅진(옛 웅진홀딩스)이 2012년 9월 기업회생관리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법정관리 졸업을 위해 2013년 1월 핵심기업인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원에 매각했고 웅진식품(한앤컴퍼니)과 웅진케미칼(도레이첨단소재) 등 다른 주요 계열사도 잇달아 매각해 8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과감한 매각 작업과 윤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으로 1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10년 분할 납부하기로 한 빚도 3년 만에 조기 변제했다.

재계 관계자는 “2세대 창업주가 일군 기업이 30대그룹의 반열에 오른 것은 웅진이 처음이고 쓰러졌다가 이렇게 다시 일어난 것도 처음인데 기업가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케이스로 본다”고 말했다.


◆IMF 위기 돌파 이끈 렌털사업

웅진은 법정관리 졸업 후 교육 콘텐츠 렌털, 화장품, 태양광사업 등에 주력하며 그룹 재건을 모색해왔다. 화룡점정은 정수기사업 재진출이다. 업계 선두 코웨이를 일군 윤 회장은 정수기사업으로 그룹 전성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1971년 브리태니커 한국지사 세일즈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윤 회장은 1980년 7명의 직원과 함께 웅진씽크빅을 설립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본격적인 성장은 1989년 5월 한국코웨이(현 코웨이)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정수기사업에 진출한 뒤 독자 개발한 역삼투압과 한외여과막 방식 정수기로 시장을 선도했다.

1995년 5월 처음으로 월매출 100억원을 넘어섰고 이듬해 6월에는 월매출 200억원 달성했다. 1996년 코웨이의 정수기 판매금액은 3250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압도적 업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달콤한 성공 뒤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고가의 정수기는 팔리지 않았다.

이때 윤 회장은 직접 코웨이 대표를 맡아 렌털이라는 혁신적 발상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고객에게 무료로 정수기를 빌려주고 매달 관리비를 받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해 ‘소유’에서 ‘사용’으로 국내 소비문화의 개념을 바꿨다.

이 시기 코웨이는 공기청정기, 연수기, 비대, 스팀 진공청소기 등 새로운 품목을 잇달아 도입하며 국내 최대 생활환경기업으로 거듭났다. 실적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매출액은 2000년 2773억원을 기록했고 2005년 1조원, 2012년 2조원의 벽을 차례로 돌파했다. 2016년 매출은 2조3763억원, 영업이익은 3387억원을 기록했다.

◆정수기사업으로 그룹 재건 박차

웅진이 코웨이 인수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5월 MBK파트너스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코웨이 지분 4.38%를 처분한 것과 관련 소송을 진행하며 얼굴을 붉혔다. 이에 웅진은 MBK파트너스가 우선매수청구권 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선 막대한 인수비용이 다시 일어서려는 웅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2월22일 종가 기준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지분가치는 1조9908억원으로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최종 매각가는 2조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 5년 전 매각가의 2배 이상을 주고 사와야 하는 것이다.

현재 웅진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000억~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결국 웅진이 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결정권을 쥔 MBK파트너스가 웅진의 제안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까지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 측은 코웨이 매각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부인’이 아닌 ‘미확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지분매각을 추진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실이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국내 정수기사업 재진출이라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만 확정됐고 세부 방안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며 “경제성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구체적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프로필
▲1945년 충남 공주 출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한국브리태니커 사업국 상무 ▲웅진씽크빅 설립 ▲웅진그룹 회장 ▲웅진식품 설립 ▲코리아나 화장품 설립 ▲웅진코웨이 설립 ▲북센 설립 ▲웅진쿠첸 설립 ▲웅진에너지 설립 ▲오션스위츠 설립 ▲웅진플레이도시 설립 ▲웅진릴리에뜨 설립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