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전반적으로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1년 부실사태를 겪은 이후 최고의 전성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늘어난 가계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호실적을 기록한 결과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의 실적 고공행진이 올해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를 들이대면서 저축은행업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환경변화도 저축은행업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 기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57조6184억원이다. 전년 12월 말 52조3093억원보다 5조3091억원(10.1%) 늘었다. 자기자본은 6조5369억원으로 8165억원 증가했다. 이들 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누적순이익도 8231억원으로 전년 12월 말 8605억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 연말까지 누적순이익 1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계의 경영상황이 좋아진 이유는 제2금융권으로 넘어온 가계대출 수요 덕분이다.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출문턱이 낮은 저축은행을 찾았고 이로 인한 ‘풍선효과’로 여신 잔액이 늘면서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50조9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앞서 저축은행은 2010년 5월 여신 잔액 65조7541억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듬해 부실사태를 계기로 대출액이 크게 줄기 시작했고 2014년 6월에는 27조5698억원으로 규모가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최근까지 회복세를 나타냈고 여신 잔액은 다시 50조원대로 다시 불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 사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2015년 들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가계대출이 쉬워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4년 9월 9조5000억원이었던 가계대출 잔액은 2015년 3분기에 12조7000억원, 2016년에는 17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규제에 발목 잡혀

2011년 부실사태로 인한 손실을 털어내고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 앞뒀지만 저축은행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제한과 가계대출 규제, 올해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까지 예고된 상황이라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는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반기 5.1%, 하반기 5.4%로 제한했다. 저축은행이 지난해 상·하반기에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총량을 규제한 것. 또 지난해 6월 말에는 고위험 가계대출(금리 20% 이상인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을 시행했다. 추가 충당금 적립률도 20%에서 50%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고정’으로 분류된 대출의 경우 1000만원 대출 시 200만원(금리 20%)의 충당금을 적립계정에 쌓아둬야 한다. 그러나 이때 금리가 20% 이상이기 때문에 추가 충당금 100만원(200만원의 50%)을 더한 300만원을 쌓아야 한다.

따라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충당금 적립 부담이 계속될 경우 고금리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저축은행은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고금리 대출과 손쉬운 가계대출에 의존하던 영업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셈. 올해도 총량규제가 이어진다면 저축은행들은 리스크관리 강화 등 자구책으로도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올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 저축은행업계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법정 최고금리는 다음달 8일부터 연 24.0%로 인하될 예정이다. 현재 연 27.9%에서 3.9%포인트 낮아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예정”이라며 “규제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분석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저축은행의 리스크관리 강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업계는 사상 최대실적을 앞두고도 고민이 많다.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는 실적이 좋았지만 올해 전망은 불확실하다”며 “마구잡이식 고금리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관계형영업이나 중금리상품 라인업 강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금리인상기 도래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저축은행업계의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가 도래한 게 악재로 작용한 것.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쉽사리 인상을 결정할 수 없어 고민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지만 대출금리의 경우 업권을 둘러싼 여론이 워낙 부정적이어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저축은행업계가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금리였다. 하지만 금리인상기가 시작되면서 저축은행업계 수신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시장 가세로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분위기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저축은행의 주고객인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어 저축은행도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과 P2P(개인 간) 금융사 등의 출범으로 저축은행의 주된 먹거리시장의 경쟁이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축은행업계도 여러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경쟁 우위에 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