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KDB생명과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인수를 잇달아 추진하며 보험과 비보험 금융사업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사옥 전경. /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이 보험과 비보험 금융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외형 확장에 나섰다. 애큐온캐피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KDB생명 본입찰에 뛰어들며 비보험 금융사업과 생명보험 본업을 동시에 키우려는 전략이다. 다만 두 거래가 성사될 경우 불어날 자본 부담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7일 마감된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본입찰에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3곳이 참여했다.
KDB 품으면 생보 2위…애큐온으로 비보험 확대
한화생명이 KDB생명을 품으면 보험 본업의 외형을 단숨에 키울 수 있다. 올 1분기 말 한화생명의 총자산은 약 124조원, KDB생명은 약 16조6000억원이다. 단순 합산하면 약 140조6000억원으로 교보생명을 넘어 삼성생명에 이은 생명보험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비보험 부문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를 인수하면 100% 자회사인 애큐온저축은행도 함께 확보한다. 두 거래가 성사되면 생명보험 본업을 키우는 동시에 한화 금융계열에 없던 캐피털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저축은행 사업까지 확대하게 된다.


실적 개선세도 M&A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816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29% 늘었다. 새로 판매한 보험계약의 미래 이익을 보여주는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6109억원으로 25.1% 증가했다.

2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는 한화생명의 2분기 별도 순이익을 1760억~194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 577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수준이다. 지난해 반영됐던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투자손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하나증권은 종신보험 판매 확대로 수익성이 높아져 2분기 신계약 CSM이 6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할 전망이다.
인수 후 자본 부담은 변수
다만 두 건의 M&A가 모두 성사되면 자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거래가격은 시장에서 1조원 안팎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KDB생명 역시 수천억원의 인수대금뿐 아니라 인수 후 추가 자본투입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애큐온은 인수금융과 외부 재무적투자자(FI)를 활용해 한화생명이 직접 투입하는 자금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반면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매각 전 얼마나 자본을 보강하느냐에 따라 한화생명의 최종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KDB생명은 겉으로 드러난 자본건전성 지표와 실제 부담 사이에 차이가 크다. 올 1분기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금융당국의 완화조치를 적용하면 186.1%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74.5%까지 떨어진다. 킥스는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핵심 자본만 따져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KDB생명의 관련 비율은 완화조치를 제외할 경우 -25.2%로 내려간다. 결국 KDB생명을 인수하는 회사는 매각대금만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 후 자본을 추가로 넣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매각 전 KDB생명에 자본을 보강하는 규모가 거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산업은행의 지원 규모가 작을수록 한화생명이 인수 후 부담해야 할 금액은 커질 수 있다.
12일 실적 발표…M&A 체력 확인
12일 발표되는 한화생명의 상반기 실적은 M&A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분기 실적뿐 아니라 지급여력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관심사다.

증권가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과 실적 회복으로 한화생명의 자본 부담이 이전보다 완화됐다고 평가한다. KB증권은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를 웃돌면서 한화생명의 순자산과 K-ICS에 대한 우려가 줄었고,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거래의 실제 부담을 인수대금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현재 자본 여력만으로 두 건의 M&A 부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애큐온은 인수금융과 FI를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고,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매각 전에 어느 정도 자본을 보강하느냐에 따라 한화생명의 실제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