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 대형금융지주사인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의 계열사 CEO 인사가 마무리됐다. 은행장 등 굵직한 보직의 수장이 교체된 가운데 보험사 수장에도 변화가 있었다. ‘공룡’급 금융그룹의 보험사 CEO 교체와 연임 여부를 살펴봤다.
◆“‘KB’ 위상 걸맞게 생보사 키워라” 특명
역대 KB금융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친 계열사 사장 10명 가운데 단 2명만 교체하며 경영 안정화에 중점을 뒀다. 교체된 수장 중 한명은 KB생명의 신용길 사장으로 그는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KB그룹 입장에서 KB생명의 CEO 내정은 매우 중요했다. 윤 회장이 비은행권 수익 강화를 외치는 상황에서 보험계열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져서다. 상대적으로 그룹 내 몸집이 작은 KB생명 CEO 내정을 가볍게 볼 수 없던 이유였다.
새 사장에는 허정수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임명됐다. 허 사장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KB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공룡급 금융사인 ‘KB’에 비해 생보업계 17위권으로 처져있는 KB생명의 현주소를 의식한 말로 풀이된다.
허 사장이 국민은행 부행장 자리에서 1년 만에 자리를 옮긴 것은 인수합병(M&A)의 사전준비 때문이라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는다. 윤 회장은 지난해 연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중 생명보험 부분이 취약하다”며 “좋은 매물이 있으면 인수합병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 입장에서는 과거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의 인수 후 통합(PMI) 실무를 총괄했던 허 사장이 수장으로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허 사장은 KB국민은행 재무본부 본부장,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재무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중소생보사들이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허 사장의 재무능력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취임과 함께 IFRS17 대응을 위한 조직편제에 들어갔다. 또한 현장지원센터, 채널통합 육성센터 등을 신설해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허 사장은 본인의 재무능력과 인수합병관리 능력을 제대로 시험할 기회를 얻었다”며 “그룹 네임밸류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KB생명이 올해 허 사장의 부임으로 생보업계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KB금융의 계열사 KB손해보험은 양종희 사장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양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KB손보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손보는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하락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기준 3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2386억원에 비해 768억원 증가한 수치다.
◆6년 움츠렸던 농협손보, 도약 이끌까
당초 NH농협은행장으로 유력했던 오병관 전 농협금융 부사장은 NH농협손보의 새 수장이 됐다. 오 사장은 취임식에서 “지난 6년이 농협손해보험의 사업기반을 공고히 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선도보험사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할 때”라며 손보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올해부터 계열사 CEO 임기를 1년으로 제한했다. 이는 임기를 단기로 잡아 CEO의 빠른 경영성과를 기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3분기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의 누적 순익은 각각 951억원, 167억원으로 전년보다 17.7%, 22.7% 감소했다.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보험계열사에서 성과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1986년 농협중앙회 입사 이후 농협금융 기획조정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농협금융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거친 오 사장은 지주사 부사장을 맡고 있었기에 새로운 농협은행장 선임이 유력했다. 그동안 지주사 부사장이 농협은행장으로 갔던 전례가 있어서다. 하지만 예상 외로 오 사장은 농협손보 CEO로 내정되며 결과적으로 깜짝인사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 내 권력자인 오 사장이 농협손보 수장으로 임명된 것은 그만큼 그룹 내에서 농협손보 도약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오 사장은 농작물재해보험을 비롯한 농업정책보험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농협손보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2억원, 1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0.8%, 22.7% 감소했지만 농작물재해보험 손익을 제외하면 실제 당기순이익은 19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오히려 증가한다. 이에 오 사장은 정책보험 활성화를 통한 실적개선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전임 이윤배 사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NH농협생명은 서기봉 사장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농협금융이 온라인·모바일시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영업전략을 세우는 가운데 서 사장의 인슈테크 능력에 기대를 건다는 방침이다. 서 사장은 농협은행 부행장 재임 시절 핀테크사업을 담당한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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