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바닥을 친 뒤 지난해 1~3분기 비교적 순항하는 것 같았던 조선 3사는 4분기 갑작스런 적자를 기록하며 다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정부와 국책은행 주도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조선업 살리기’가 결국 허탕 아니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정부는 조선업 살리기에 더 큰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허리띠 졸라매기만 강조하던 전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조선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으로 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현대중공업은 4분기 3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입고 연간 영업이익을 469억원으로 추산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4분기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3분기 1조83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 대부분이 대손충당금 환입과 자산매각 및 인적구조조정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적자의 충격은 적지 않다.
현재 조선업계가 처한 부진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저유가 등이 겹치면서시작됐다. 한정된 수요를 놓고 중국 조선업체들이 덤벼들었고 2014년 하반기부터 심화된 저유가로 선사와 오일메이저 등은 선박과 플랜트 발주를 미루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조선업계의 실적부진은 아직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016년 연간 수주실적이 5억달러에 불과했던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업물량 확보와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4분기 큰 손실을 입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24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4분기 실적 부진에는 이전과 다른 문제가 작동했다. 1~3분기 흑자를 내던 3사가 4분기 갑작스런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원화강세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1100~1150원대를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이 4분기 급격히 하락했고 올 초에는 1060원대까지 떨어졌다.
달러 기준으로 선박가격을 결정한 뒤 닥친 원화가치 상승은 조선업계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중부담을 지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은 상반기에 비해 톤당 5만원이 올랐다. 30만DW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후판을 약 3만톤이라고 가정하면 15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VLCC 한 대를 건조해 남기는 금액보다 크다.
원고 현상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겪는 어려움은 큰 문제지만 일시적이기도 하다. 업계는 업황만 좋아진다면 이런 리스크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본다. 수요공급이 일치하게 되면 충분히 가격에 대해 협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감 부족에 허덕이다보니 발주처에 가격 조정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RG발급 기준 완화, 업황회복 임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정부가 조선업계에 RG 발급 기준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양금융종합센터를 통해 새로운 수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원가 이하로 입찰가를 적어내는 이른바 '적자 수주'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조선사별 보유 일감에 따라 차등적용하며 국내 대형 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을 수주하거나 국내 선주가 발주한 선박을 수주하면 기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부는 2015~2016년 대우조선 부실 사태를 겪은 뒤 수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이 조선업 부실의 원인이라고 보고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수주에는 RG 발급을 막은 것. 이에 대해 업계에선 “일감 부족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마저 묶어버린 셈”이라고 지적했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바뀌지 않았다. 만약 RG 발급을 허용한 이후 조선업황이 더욱 악화돼 업계가 또 다시 발주 취소 쇼크를 당할 경우 정부와 국책은행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는 막연했다. ‘언젠가는 활황기가 돌아올 것’이란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업계는 구체적인 턴어라운드 시점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82억 달러 수주 목표를 달성하고, 내년엔 매출도 7조원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중공업도 전년 목표 대비 76%, 시황 대비 30% 늘어난 132억원의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셈이다.
현재 업계에서 제시하는 업황 회복의 근거는 크게 세가지다. 먼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해운사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선 올해부턴 선박 발주를 시작해야 한다.
더 거대한 시그널은 긴 침체기에 있던 유가가 강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3년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들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여기에 LNG 시장 활성화도 호재다. 탈석탄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이 LNG 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데 LNG선에 있어 월등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조선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조선업 살리기에 더 큰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허리띠 졸라매기만 강조하던 전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조선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지난해 4분기 부진 이유는
정부의 행보와 달리 조선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조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4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이 추산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5600억원이다. 이로인해 1~3분기 기록한 720억원의 누적영업이익이 한순간에 연간 4900억원의 손실로 뒤집혔다.
정부의 행보와 달리 조선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조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4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이 추산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5600억원이다. 이로인해 1~3분기 기록한 720억원의 누적영업이익이 한순간에 연간 4900억원의 손실로 뒤집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으로 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현대중공업은 4분기 3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입고 연간 영업이익을 469억원으로 추산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4분기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3분기 1조83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 대부분이 대손충당금 환입과 자산매각 및 인적구조조정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적자의 충격은 적지 않다.
현재 조선업계가 처한 부진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저유가 등이 겹치면서시작됐다. 한정된 수요를 놓고 중국 조선업체들이 덤벼들었고 2014년 하반기부터 심화된 저유가로 선사와 오일메이저 등은 선박과 플랜트 발주를 미루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조선업계의 실적부진은 아직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016년 연간 수주실적이 5억달러에 불과했던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업물량 확보와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4분기 큰 손실을 입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24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4분기 실적 부진에는 이전과 다른 문제가 작동했다. 1~3분기 흑자를 내던 3사가 4분기 갑작스런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원화강세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1100~1150원대를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이 4분기 급격히 하락했고 올 초에는 1060원대까지 떨어졌다.
달러 기준으로 선박가격을 결정한 뒤 닥친 원화가치 상승은 조선업계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중부담을 지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은 상반기에 비해 톤당 5만원이 올랐다. 30만DW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후판을 약 3만톤이라고 가정하면 15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VLCC 한 대를 건조해 남기는 금액보다 크다.
원고 현상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겪는 어려움은 큰 문제지만 일시적이기도 하다. 업계는 업황만 좋아진다면 이런 리스크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본다. 수요공급이 일치하게 되면 충분히 가격에 대해 협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감 부족에 허덕이다보니 발주처에 가격 조정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RG발급 기준 완화, 업황회복 임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정부가 조선업계에 RG 발급 기준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양금융종합센터를 통해 새로운 수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원가 이하로 입찰가를 적어내는 이른바 '적자 수주'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조선사별 보유 일감에 따라 차등적용하며 국내 대형 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을 수주하거나 국내 선주가 발주한 선박을 수주하면 기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부는 2015~2016년 대우조선 부실 사태를 겪은 뒤 수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이 조선업 부실의 원인이라고 보고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수주에는 RG 발급을 막은 것. 이에 대해 업계에선 “일감 부족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마저 묶어버린 셈”이라고 지적했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바뀌지 않았다. 만약 RG 발급을 허용한 이후 조선업황이 더욱 악화돼 업계가 또 다시 발주 취소 쇼크를 당할 경우 정부와 국책은행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과 달리 수주 가이드라인을 완화한다는 것은 조선업계가 당장의 일감부족만 버텨낸다면 자생할 수 있을 만큼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업계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는 막연했다. ‘언젠가는 활황기가 돌아올 것’이란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업계는 구체적인 턴어라운드 시점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82억 달러 수주 목표를 달성하고, 내년엔 매출도 7조원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중공업도 전년 목표 대비 76%, 시황 대비 30% 늘어난 132억원의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셈이다.
현재 업계에서 제시하는 업황 회복의 근거는 크게 세가지다. 먼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해운사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선 올해부턴 선박 발주를 시작해야 한다.
더 거대한 시그널은 긴 침체기에 있던 유가가 강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3년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들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여기에 LNG 시장 활성화도 호재다. 탈석탄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이 LNG 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데 LNG선에 있어 월등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조선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RG 발급기준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부는 허리띠 졸라매기만 강조해 왔다”며 “최근 정부의 결정은 가시적인 업황 개선을 확신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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