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분야 대표주자 셀트리온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이 가장 많은 기업이다. 2016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39.4%(263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까지 R&D 투자액은 1540억원(매출의 22.8%)이다. 이 중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한 개발비는 1171억원으로 전체 R&D 투자액의 76.0%다. 이는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R&D 과정에서 손실로 처리한 비율이 24%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셀트리온, R&D 투자액 76% 자산화
지난 18일 독일계 종합금융사 도이체방크는 셀트리온의 R&D 투자액 회계처리 방식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 증권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보고서 내용은 직접 지출한 R&D 비용 비율이 글로벌 경쟁사들의 평균은 81%인데 반해 셀트리온은 27%(2016년 기준)에 불과해 영업이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골자다.
도이체방크는 “셀트리온은 임상 단계부터 개발 비용을 자산화하지만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이 완료된 후 정부 승인 단계에서 자산화한다”며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57%로 매우 높은 수준인데 직접 지출한 R&D 비용을 글로벌 경쟁사 평균 수준으로 적용하면 영업이익률이 30% 중반대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셀트리온 매출액은 8289억원, 영업이익은 5173억원(잠정)으로 영업이익률이 62.4%로 더 높아졌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측은 “회계처리 기준상 바이오시밀러는 신약과 달리 상대적으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품 성공 가능성이 확보된 시점부터 R&D 비용의 자산화가 가능하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허가 이전에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회계처리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신약의 경우 상업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당기 비용 처리하는 게 보편적”이라며 “바이오시밀러 개발 중심의 셀트리온과 신약 개발 중심 해외 제약사의 개발비 자산화 비중을 일대일로 비교한 왜곡된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비교 대상을 잘못 선정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보고서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셀트리온과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R&D 비용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바이오시밀러 R&D 비용 구조는 인건비, 대조약 구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임상용 바이오시밀러 생산 비용 등으로 같은 업계에 속한 기업끼리는 대동소이하다.
엔브렐·레미케이드·휴미라·란투스·허셉틴 등 5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해 한국, 미국, 유럽 등에서 판매 승인을 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구 단계에서의 지출은 손실로 인식한다. 다만 개발 단계의 비용은 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미래 경제적 효익을 제시할 수 있고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경우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무형자산을 최초 인식할 때는 원가로 측정하며 이후 원가에서 상각누계액과 손상차손누계액을 차감한 금액을 장부금액으로 인식한다. 사용 가능한 시점부터는 잔존 가치를 ‘0’으로 하고 개발비의 경우 10년 동안 정액법으로 상각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016년 R&D 투자액은 1537억원으로 이 중 585억원(38.0%)을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R&D 투자액은 1556억원, 자산화한 비용은 568억원(36.5%)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과제는 세계 각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은 5종에 아바스틴(임상 3상 진행)까지 총 6종의 바이오시밀러에 집중돼있다. 셀트리온은 레미케이드·허셉틴·리툭산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재 레미케이드(램시마SC)·아바스틴·엔브렐·얼비툭스·시나지스·휴미라 6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R&D 투자액에서 대조약 구매, CRO, 임상용 의약품 생산 비용 등 추적 가능한 비용만 자산으로 회계처리하고 인건비 등 추적이 어려운 것은 순수개발비용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동종업계와 동떨어진 회계처리
최근 일본에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시판 허가를 받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은 엔브렐(국내 및 해외 허가 진행)·휴미라 바이오시밀러(국내외 임상 3상 진행)와 당뇨병 치료제,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5가 혼합백신, 소아마비백신 등의 R&D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의 2016년 R&D 투자액은 6780억원, 자산화 비용은 ‘0’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6577억원을 R&D에 투자했고 자산화한 비용은 159억원(2.4%)다. 다만 이 비용에는 디스플레이용 코팅·점접착제, 탄소 나노 튜브, 전지 등 생명과학사업부문 외 타 사업부문과 관련한 R&D 비용도 포함돼 바이오시밀러에만 집중하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이와 관련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 관계자는 “R&D 투자금에 대한 세부 사용내역은 기업 내부 기밀 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며 “다만 바이오시밀러 개발만 한정해서 보자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자산화 비율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셀트리온의 R&D 비용 자산화 비율이 두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업별 사업포트폴리오가 다른데 R&D 비용 회계처리 방식을 단순 수치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며 “자산화 시점(임상 단계 진입),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개발비 비중, 공동개발사와의 R&D 비용 처리 방식 차이 등에 따라 같은 업종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기업의 정책에 따라 R&D 비용의 자산화 비율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비율이 같은 업종 기업의 두배가 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며 “연구과제 성공률이 2배 이상 차이난다는 얘긴데 사업보고서상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R&D 비용 자산화는 결국 비용이 이연되는 것이어서 나중에 한번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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